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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삼아 찾는 관광지 아닌 관광지

정지영 기자  winji365@newsone.co.kr / 2016-02-11 17:52:18

기획특집_제주도 산지등대


산지천부터 조천까지 연결되는 제주 올레 18코스는 제주시의 도심 한복판인 동문로터리에서 시작된다. 동문로터리 산지천 마당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천을 따라 걷는 길부터다. 제주항을 지나 육지로 방향을 틀고 언덕을 오르면 사라봉이다. 사라봉은 제주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 공원으로 중턱에 제주항을 조망할 수 있는 ‘산지등대’가 있다.

희망의 빛에서 관광자원으로
산지등대는 1916년 10월 무인등대로 처음 점등을 시작해 1917년 3월에 유인등대가 됐다. 등대 입구 정문에 섰을 때 보이는 오른쪽 등대다. 100년 가까이 제주 어민들의 길잡이가 되었던 옛 등대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국토해양부가 영구 보존하기로 하면서 같은 자리에서 역사적 가치만을 보여주고 있다.
1999년 종합정비계획 때 건물도 새로 짓고 더 큰 등대가 탄생했다. 옛 등탑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가져와 두 등대는 형제 같은 모습이다. 새 등대의 등탑은 백색 원형콘크리트 구조로 높이가 18m에 이른다. 2002년 12월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고광력 회전식 대형등명기로 교체되었고 불빛은 15초에 1번씩 섬광한다. 빛은 48km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다.
2000년 들어서 산지등대는 예전에 관사로 쓰던 건물을 체험 학습장으로 리모델링하고 개방했다. 방 3개에 목욕탕, 주방까지 갖추고 있어 콘도 못지않다. 이용자도 매년 1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체험 학습장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경쟁이 만만치 않다. 등대시설만 둘러보는 것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언제든 가능하다.

행정구역상 산지등대는 제주시 건입동에 속한다. 산지라는 명칭은 1702년(조선 숙종 28년) 제주 목사 이형상이 관할지역을 순회하던 중 화공 김남길로 하여금 제작하도록 했던 「탐라순력도」에 산지촌(山地村)으로 기록돼 있음을 볼 수 있다. 또 「제주도」(통권 42호 1969)에 따르면 처음에는 산저(山低)였던 것이 나중에 산지로 됐음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한라산에서 발원한 산지천 상류의 가락쿳물(오현단 동쪽)이 건입포를 지나 바다로 흘러들었기 때문에 산저라고 했던 것이 ‘산지’로 바뀌게 된 것이다. 또 한라산 줄기인 사라봉이 북으로 뻗어 내려오다 해안가에 이르러 다시 높이 솟아올라 산지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이곳의 옛 지명을 따라 산지등대라고 부르고 있다.

산지등대는 대한민국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포함돼 있으며, 제주시 숨은 비경 31곳에도 이름을 올렸다. 도심에 위치한데다 산책 삼아 사라봉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산지등대는 관광지 아닌 관광지가 돼 버렸다. 등대가 있는 사라봉 오름은 높지도 않고 찾아가기도 쉬워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등대 탐방을 겸한 체험 학습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과 그 뒤로 펼쳐지는 끝없는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갑갑한 일상이 툭툭 털어지는 탓에 커피 한 잔 들고 그냥 들리는 곳이 됐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근처 공항이나 제주항에 가기 전 시간적인 여유를 이곳에서 보내기도 한다. 산지등대는 제주 어민들의 희망의 빛에서 관광자원으로 한 몫을 하고 있다.
산지등대에서 내려다보는 국제여객터미널은 미니어처로 꾸며놓은 것처럼 아기자기해 보인다. 등대 맞은 편으로 사찰이 하나 보이고 사찰 위로 사라봉을 오르는 올레길이 보인다. 산지등대에 들렸다면 별도봉 장수산책로나 사라봉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특히 사라봉에서 서쪽바다로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풍광이 일품으로 낙조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사봉낙조’라 부른다. 사봉낙조는 제주의 10경에 드는 영주 10경 중 하나다.



주변 볼거리
사라봉에서 내려가는 길에는 억새와 어우러진 바다 모습에 탄성이 절로 인다. 그 절경을 따라가다 보면 돌담들만 남은 텅 빈 땅을 발견한다. 제주 4·3사건 당시 한 마을 전체가 불타 없어진 곤을동 마을 터다. 흔적만 남은 이곳이 제주의 아픈 상처가 남긴 흉터처럼 다가온다.
오랜 세월에도 여전한 모습으로 객을 맞고 있는 원당사의 오층석탑을 보고 길을 재촉하면 다시 바다와 조우한다.
산지등대와 가까운 곳이며 올레 18코스에 삼양검은모래해변이 포함돼 있다. 이곳은 철분이 함유된 검은 모래로 유명하다. 이곳의 검은 모래로 찜질하면 신경통·관절염·비만증·피부염·감기예방·무좀 등에 효과가 있다 해서 7월 중순부터 9월 하순까지 모래찜질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모래찜질로 뜨겁게 달궈진 몸은 해변에서 솟는 차가운 용천수에서 식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