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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역사를 한 번에 즐기는 제천 여행

정지영 기자  winji365@newsone.co.kr / 2016-02-11 16:26:37

제천시는 충청북도 북부에 위치한 중부내륙의 중심지역으로 월악산, 소백산, 치악산 등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분지형태의 지역이다. 청풍명월(淸風明月), 충북 제천시의 자연경관을 표현할 땐 이 네 글자면 충분할 거 같다. 글자 그대로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뜻한다. 시선이 머무는 곳곳에 절경이 뛰어난 산이 있고 잔잔한 못과 호수가 있어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준다. 의림지, 청풍호, 자드락길, 제천이 빚어낸 자연 속을 걷다 보면 해외여행은 그냥 잊혀질 지도 모른다.

전설을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저수지
천년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의림지는 삼국시대 때 축조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저수지다. 원래는 임지라 불렸으나 고려 성종 11년에 군현의 명칭이 ‘의원현’ 또는 ‘의천’이라 불리면서 그 첫 글자를 살려 ‘의림지’로 부르고 있다. 정확한 연대는 전해지지 않지만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이 용두산에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막아 둑을 만든 것이 시초라고 한다.
둘레가 1.8km, 수심은 8m에 이르는데 현재는 수리시설보다 호젓한 산책길과 유원지로 더 유명하다. 200~300년 된 소나무와 버드나무가 제방과 수변을 가득 채우고, 1807년에 세워진 영호정과 1948년에 건립된 경호루 등 정자와 30m의 자연폭포까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처럼 운치를 더한다. 저수지에서 오리배를 탈 수 있어 소풍 온 것 같은 재미도 있다.
오랜 시간만큼이나 얽힌 얘기도 많다. 의림지 동쪽에 큰 부자가 살았다. 그 부잣집 앞에는 머리를 서쪽으로 꼬리를 부잣집으로 둔 거북모양의 바위가 있었다. 부잣집에는 매일 같이 사람 내왕이 많았는데 이를 힘들어하던 그 집 며느리가 어느 시주승의 얘기를 듣고 거북의 꼬리를 바깥으로 향하게 돌려놓았다. 그 후부터 손님의 발길도 끊어지고 부잣집은 가운이 다하여 몰락했다는 얘기다. 또 탁발승을 홀대해 부잣집이 몰락하고 그 자리에 저수지가 생겼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청풍호를 만나는 또다른 방법, 관광모노레일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를 나와 82번 도로를 타고 금성면 쪽으로 향하는 청풍호반 길은 풍경과 레저휴양시설이 조화를 이룬 명불허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청풍호는 1985년 준공된 충주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호수다. 물맛이 좋기로 소문난 비봉산, 청풍면의 진산인 인지산, 남한강에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금수산이 청풍호의 풍광을 시시각각 새롭게 그려놓는다.
청풍 나루터에서 대형 유람선이나 쾌속선을 이용하면 청풍호의 푸른 물결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금수산의 기암절경과 청풍호반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감’할 수 있다. 장화나루까지 12.5km를 45분간 유람하는 동안 선장님이 들려주는 구수한 얘기들을 따라 사람들의 시선은 분주하기만 하다.
청풍호반의 풍광은 비봉산에서 운행되는 관광 모노레일을 타면서도 만끽할 수 있다. 비봉산은 531m로 풍수지리에서는 봉우리는 봉황의 머리, 능선은 봉황의 날개로 비상하는 봉황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원래 패러글라이딩 마니아들이 자주 찾던 곳으로 모노레일도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의 장비를 실어 나르기 위해 설치되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는 길은 급경사와 완만한 구간이 반복돼 리프트나 케이블카를 타는 것보다 조금은 ‘스릴’이 느껴진다. 비봉산 정상까지 3km 구간을 20여 분이나 걸릴 정도로 천천히 운행해 산에 핀 야생화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게 해준다. 비봉산 정상에 서면 동산과 금수산은 물론이고 멀리 월악산과 제천 시내가 펼쳐진다. 청풍호를 왜 내륙의 바다라 부르는지도 정상에 서 보면 더 잘 알게 된다. 모노레일과 함께 하늘을 나는 모터패러글라이딩 체험도 가능하다.


흙과 풀, 나무 냄새를 맡으며 청풍호를 걷다
‘이 길로 가세유’. 제천에는 이처럼 정겨운 안내판을 만날 수 있는 자드락길이 있다. 자드락길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이다. 청풍호의 맑은 바람을 따라 걷는 길로 7개 코스가 약 58km에 이어진다. 청풍랜드 만남의 광장에서 시작하는 1코스 ‘작은동산길’부터 옥순대교를 건너 6코스 ‘괴곡성벽길’과 7코스 ‘약초길’까지다.
이 중 바람도 걸음을 멈추고 쉬어갈 것 같은 정방사길 제2코스는 청풍호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특히 인기다. 능강계곡 입구에 서면 2코스인 정방사길과 3코스인 얼음골생태길 표지판이 나온다. 왼쪽 정방사길을 따라 걸으면 잘 포장된 도로가 나오고 그 길 끝에 정방사로 가는 마지막 돌계단이 이어진다. 길가 바위에 핀 이끼들이 세월의 무게를 알려주기도 한다. 1.6km의 짧은 코스지만 중간중간에 제법 가파른 길도 있어 땀을 조금 흘려야하긴 하지만 정방사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의 절경은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임을 알게 된다.

이 외에 제천을 대표하는 10경에는 박달재, 우리나라 5대 산에 속하는 명산 월악산, 충주댐 수몰로 인해 유역에 산재된 남한강 생활문화유산을 한곳에 모아 이전한 청풍문화재단지, 1,000m 이상 고보에 둘러싸인 용하구곡, 백사장과 맑은 물 노송이 어우러진 탁사정, 한국 천주교 전파의 진원지이며 천주교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성지인 배론성지 등도 있다.
또 제천은 맑은 공기와 좋은 물, 또 산에서 나는 좋은 약재들이 많다. 강원도 태백과 정선의 약초가 모이는 곳으로 황기와 당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생산·유통되는 4대 약령지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배경으로 약초비빔밥 브랜드인 약채락을 개발해 한방의료관광 중심지로 떠올랐으며, 한방을 특화시키고 천연물 약재 개발 등을 통해 한방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2010년에는 한의약 분야로는 세계 최초인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