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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여론재판’과 현대판 마녀사냥 ‘신상털기’

이보빈 기자  / 2016-01-13 15:41:07

얼마 전 가수 아이유의 네 번째 미니앨범의 수록곡 ‘제제’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원작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제제를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과 출판사의 의견으로 시작된 논란은 연예인과 평론가의 의견까지 올라오며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아이유와 출판사 측은 페이스북에 공식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같이 어떤 논란거리를 SNS를 통해 공론화해 상대방을 불특정 다수로부터 비난을 받게하는 여론재판이 요즘 끊이질 않고 있다.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조할 수 있는 주제라면 언제 어디서나 공론화 시킬 수 있는 SNS의 막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특히 간통죄가 폐지되며 연인의 외도나 배우자의 불륜을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알리는 상황 또한 잦아졌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SNS 여론재판과 신상털이에 매진을 할까? 그것은 상대방이 사회적 지위를 상실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누리꾼들의 마음은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건에 대해 분노하는 마음은 누구나 매한가지고, 분명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에 의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회적 지위 상실은 때로는 벌금이나 징역같이 법률이 규정한 처벌보다 더 무서운 영향을 끼친다. 연예인은 한 순간 바닥으로 추락하고, 일반인 역시 신상털이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힘들다.

신상털기는 현대판 마녀사냥으로도 불린다. 물론 잘못이 있는 사람을 처벌하자는 취지는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만, 그 사람의 모든 사생활을 캐내어 인터넷 상에 공개하고 모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하는 것은 지나쳐 보인다. 또한 몇몇의 잘못된 신상털기로 인해 진짜 가해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의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공개된 적도 부지기수다.

또한 화제가 된 인물이 아닌 지극히 가깝고 평범한 사람들도 호기심에 SNS를 뒤지곤 한다. ‘확인’이라는 명목 하에 내가 모르는 신상털기를 당하는 일도 수없이 많아졌다. 이러한 신상털기는 재미로 하는 일종의 놀이라 항변할 수 있겠지만 ‘만약 지금 누군가 나의 과거를 보고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신상털기를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미 유행처럼 퍼진 신상털기와 SNS 여론재판은 자중하려는 누리꾼들의 노력 역시 필수 사항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인터넷을 사용하는 우리들 개개인이 자신의 신상정보를 지키려는 노력 또한 요구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죄를 지은 사람이 그에 합당한 죗값을 주는 것은 좋지만 무작정 몰아가기만 하면 반드시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자유로운 공간인 만큼 누구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자. SNS 여론재판과 신상털기는 정도에 따라 응징의 수단이 되겠지만 폐단이 될 수도 있는 양면성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