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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 표현의 자유 갈수록 위축돼

전병열 본지 편집인  / 2015-12-16 17:01:05


디지털정보 시대가 도래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 각광받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많은 국민이 애용하는 주요 소통기재라고 할 수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SNS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 잡다한 신상 이야기에서부터 정치토론, 심지어 재벌이나 권력비판까지 자신의 견해를 서슴없이 토로하기도 한다. SNS는 이제 인터넷이 가져다준 최고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 모바일 회사인 ‘카카오’가 SNS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에 응해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혀 사이버사찰 논란이 제기됐다. 감청영장이란 수사기관이 특정인의 메시지 내용을 당사자 동의 없이 조사할 수 있는 허가를 뜻한다. 이는 자칫 메신저 이용자의 사생활 침해로 정보 인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어 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 개정안을 의결해 논란이 됐다. 개정안은 사이버상의 명예훼손 글을 삭제·차단할 수 있도록 한 심의신청 자격을 종전 당사자에서 제3자로 확대한 것이다. 또한, 방심위 직권으로도 SNS에 게시된 내용을 명예훼손으로 심의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이 신청자가 확대됨으로써 명예훼손 관련 심의 신청이 크게 늘어날 것이고, 인터넷 글이 통째로 삭제되거나 접속이 차단되는 사례 역시 증가해 사이버상의 공론장 기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방심위는 ‘정치적 남용’ 가능성 등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공적인물(공인)’에 대해서는 제3자의 명예훼손 심의 신청을 제한하는 내용을 ‘내부지침’으로 의결했다. 방심위가 규정한 공인은 고위공직자, 정치인, 공공기관·금융기관의 장, 자산총액 1조 원 이상의 기업 대표이사 등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만이 명예훼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며,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을 경우는 공적인물이라도 신청자격에 제한을 받지 않도록 했다. 또 언론에 공개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경우 등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도 제3자 명예훼손 신고가 제한된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표현의 자유가 훼손되고 방심위나 수사·정보기관이 대통령이나 권력기관 등에 대한 비판을 차단할 목적으로 남용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마 예정자나 대리인이 포털 임시조치(블라인드)를 요청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어 제3자 신고가 가능해지면 앞으로 사이버공간의 글 삭제가 더욱 쉬워질 것이다.

이에 대해 방심위 관계자는 “공인에 관해서 직권 심의를 하지 않을 것이고, 인터넷 주소 등 개별 정보를 특정해서 신청해야 심의할 것”이라며, “공인의 범위를 방심위가 판단해야 할 때는 공인의 가족·보좌진 등 공인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공인에 대한 예외를 두는 심의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규정으로 명문화되지 않은 이상 그 실효성은 의문”이라며 “고위공직자, 권력층들이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고도 지지단체들이 나서 그들에 대한 비판을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표현의 자유는 국가 구성원의 기본 권리로,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은 여론을 형성하고, 공론화되면 정치와 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원하는 경우 개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의사 표현의 공적 기능이다. 의사 표현은 개인적 개성 신장의 수단으로,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사이버 공론장을 두려워하는 권력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려 할 것이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처벌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다. 피해자가 모르거나 처벌 의사가 없다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 사이버공간상의 표현을 방심위에서 제3자의 신청을 받아 심의하고, 차단 ·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은 권력비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따를 수밖에 없다. 자칫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