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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예향(藝鄕), 영동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  / 2015-12-16 11:41:36


전라북도와 경상북도, 충청남도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영동군은 백두대간이 추풍령에서 상촌까지 감싸고 있어 군 전체가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전북 덕유산에서 발원한 금강이 금산을 거쳐 영동 양산면으로 흐르며 빚어놓은 ‘양산팔경’은 대표적인 절경이다. 충청북도에서 가장 따뜻하고 볕이 잘 들어 과일 맛이 우수하고 생산량도 많아 ‘과일나라’로 불리는 영동군은 또한 왕산악, 우륵과 함께 한국 3대 악성(樂聖)으로 평가받는 ‘박연’의 고향으로 국악축제나 각종 행사를 통해 예향의 고장임을 자랑하고 있다.

아름다운 산수(山水)를 품은 ‘양산팔경’

영동군에서 산수의 어우러짐이 가장 빛나는 곳은 양산이다. 양산을 꿰고 흐르는 금강은 특별히 아름다워 따로 ‘양강’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선인들은 눈을 감아도 어리는 절경 여덟 개를 꼽아 ‘양산팔경(陽山八景)’이라 불렀다. 이중 천태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영국사는 풍광 좋은 절로서 양산팔경의 정수이다. 영국사는 1000년이 넘었어도 여전히 노익장을 자랑하고 있는 영국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덕에 가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절이기도 하다. 영국사에는 많은 문화유적과 함께 사찰 주변의 풍광이 아름답고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멋진 은행나무가 있어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명소이다.

이와 함께 양산팔경 중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곳은 강선대이다. 강선대는 유유히 흐르는 금강가에 우뚝 솟은 바위 위에 오롯이 서 있는 육각정자로 멀리서 보면 주변 노송들과 어울려 우아하고 고상한 멋이 흐른다. 정자 위에 서면 푸른 강물이 거칠게 부딪치는 바위 절벽이 아찔하다. 강선대는 물과 바위와 소나무가 어울려 삼합을 이룬 곳이라고도 한다. 양기 강한 바위와 음기의 물을 소나무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선대는 하늘나라 선녀가 산천의 아름다움에 취해 내려와 목욕한 곳이라는 전설이 있다.

이 외에도 양산팔경으로 비봉산, 봉황대, 함벽정, 여의정/송호관광지, 자풍서당, 용암 등의 명소가 있다.

또한, 영동군에는 양산팔경에 비견될 ‘한천팔경’이 있다. 황간면 원촌리에 깎아 세운 듯한 월류봉의 여덟 경승지를 한천팔경이라 부르는데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 선생이 머물던 한천정사에서 그 이름을 땄다. 산 아래로 금강 상류의 한 줄기인 초강천이 흐르고 깨끗한 백사장, 강변에 비친 달빛 또한 아름답다. 특히 우뚝 솟은 월류봉은 달님도 쉬어간다고 할 만큼 경관이 수려한데, 월류봉에 달이 걸려있는 정취는 한 폭의 수채화이다.

3대 악성 ‘박연’의 고향에서 즐기는 국악체험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이라 불리는 난계 박연(朴堧 1378~1458)은 고려 말기인 1378년(우왕 4)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서 태어났다. 가야금과 피리 연주에 탁월했을 뿐 아니라 음악에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며 우리나라 고유 음악의 토대를 마련한 그의 발자취를 영동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난계사’는 박연의 사당으로 밀양 박씨 복야공파 문중의 선산에 위치해 있다. 사당 일대에는 박연을 비롯한 6인의 위패를 봉안한 세덕사와 박연의 묘소 등이 있다. 난계의 동상과 비가 방문객을 맞이하는 사당 입구부터 외삼문까지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나무도 많아 휴식하기 좋다. 이와 함께 국악의 거리에서 외길을 따라 고당리 방면으로 가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박연이 태어난 가옥이 있다. ‘난계생가’는 박연 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나 타계하기까지 머물렀던 가옥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3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갖춘 우리소리관과 국악기 연주 및 명상체험 등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소리창조관, 숙박이 가능한 국악누리관, 세계 최대의 북 ‘천고’가 안치된 천고각 등의 시설을 갖춘 ‘국악체험촌’이 건립돼 있고, ‘난계국악박물관’에는 국악과 박연 선생에 관한 전시가 상시 열린다. 영동군에는 특별히 국악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난계국악기 제작촌’이 운영되고 있는데, 2001년 5월 건립된 난계국악기 제작촌은 그동안 한국악의 산실로서 현악기와 타악기 공방과 작업실을 갖추고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대금 단소 등을 생산하며 국악기 제작 방법을 전승, 보존해왔다. 국악을 알리기 위해 일반인들에게 악기 제작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데 나무를 다듬는 것부터 소리를 내는 명주실과 개량실로 줄을 만들고 악기에 칠을 입히는 것까지 악기 제작 전 부분에 참여가 가능하다. 가야금, 거문고 만들기 프로그램은 방학 때와 난계국악축제 기간에 특별히 진행된다.

이와 함께 영동군은 전국 포도의 13%, 전국 감의 7%를 생산하는 과일의 성지이다. 포도축제, 와인축제, 곶감축제가 매년 개최돼 군민과 여행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국내 최대 와인 생산공장인 와인코리아를 견학하며 와인을 시음하는 와인체험 관광도 가능하다. 올겨울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예향, 영동에 머무르며 국악체험과 더불어 소중한 사람과 영동산 와인 한잔 나누는 따뜻한 겨울여행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