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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디 리, 쇼팽 콩쿠르 우승자의 품격

정지영 기자  winji365@newsone.co.kr / 2015-11-16 17:46:23



클래식 연주에서 매너는 관객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연주자에게는 더 엄격한 매너를 요구한다. 무대에 등장할 때 걸음걸이부터 연주에서의 시선처리와 의상, 작은 액세서리 하나까지 무대에서의 애티튜드를 위해 따로 연습도 한다.

실력은 기본이다. 연주자들의 실력은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고 부단한 연습 끝에 완성된다.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도 음악가로서의 성공 요인 첫 번째가 연습이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음악인들이 경구처럼 하는 말이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평론가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이다.

10월 30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 윤디 리는 시드니 심포니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면서 1악장 초반부터 음을 빼먹고 템포를 마음대로 당기다가 쳐야 하는 마디를 완전히 건너뛰고 다른 부분을 연주하고 결국 오케스트라가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연주를 멈춰 버렸다. 그리고 한 손을 들어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틀린 부분부터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내한 공연 사상 최악의 연주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앙코르 공연도 없었고 예정된 사인회도 하지 않고 곧장 호텔로 돌아갔다.

윤디 리는 2000년 쇼팽 콩쿠르에서 18세 나이로 최연소 1등 수상의 기록을 세운 피아니스트다. 실력과 잘생긴 외모까지 클래식 스타로 부족함이 없어 한국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2015 쇼팽 콩쿠르에선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조성진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다른 곡도 아닌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연주라 팬들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서 이번 무대에서 보여준 연주자로서의 품격에 많은 팬들은 실망했다. 자신의 연습 부족보다 지휘자를 탓하는 듯한 손동작과 연주 후 무성의한 퇴장, 심지어 공연 후 할로윈 의상을 입고 내일을 기대하라는 SNS글까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대 위 연주자는 자신의 연주가 불만스럽다고 민감한 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 설령 동료 연주자가 실수를 했다 해도 티를 내거나 남의 탓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연주자도 세일즈맨이다. 자신의 연주를 청중에게 판매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판매할 상품에 대해 충분히 숙지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