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left
search

 

 

ȭ
ȭ

교과서 국정화 논쟁 누구를 위한 것인가

  / 2015-11-16 10:32:12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이 국론을 양분하며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국가 교육의 미래를 염려한다는 명분으로 사생결단 하며 자신들의 논리를 관철하고자 광분하고 있는 행태에 다수의 국민은 갈피를 못 잡고 아예 체념하고 있다.

서민들과 청년 구직자들은 ‘헬조선’을 부르짖으면서도 생존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데 국가를 견인하고 있는 위정자들은 당리당략과 이기적인 목적에 혈안이 돼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 국정교과서냐 검정교과서냐 하는 정쟁은 생계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들만의 정치 논리이며, 이득을 노리는 장사치의 계산이고, 선거판에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정략일 뿐 국민을 위한 진정성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들의 주장은 모두 국가의 미래를 위한 충정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권력을 향한 야욕이나 사리사욕이 그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 자체 문제보다 해석하고 판단하는 그들의 편향된 사고가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파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이기적인 선입견이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선택적 지각의 오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 진영이 상대를 공격하는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가의 미래를 위한다는 전제하에 종국에는 같은 맥락임을 알게 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 편향적인 시각인지 좌 편향적인 시각인지만 다를 뿐 그들의 야욕을 버리지 않는 한 같은 결과이다. 작금에 그들이 벌이고 있는 논쟁은 그들을 위한 정쟁일 뿐 진정으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이 아니란 것이다.

지난 3일 정부는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국정화(國定化)하기로 확정 고시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현행 검정제도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대(對)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검정교과서가 몇 종인지는 형식적 숫자일 뿐이고 사실상 1종의 편향 교과서”라며 “고등학교의 99.9%가 편향적 교과서를 선택해 다양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국정화 교과서는 이달 말부터 집필을 개시하고 내년 12월 감수를 거쳐 2017년 3월부터 교육 일선에서 사용된다. 교과서 국정화 결정은 행정부 고유 권한이다. 국정화는 정부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결정하고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야당을 비롯한 국민 상당수가 교과서 국정화가 아닌 검인정 강화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국정화를 결정한 것이다. 행정예고 기간에 교육부에 의견을 낸 47만여 명 중 찬성이 15만여 명, 반대가 32만여 명으로 반대가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은 역사교과서 집필을 놓고 이념전쟁이 벌어지면서 국정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침몰 직전에 몰린 국가 경제를 살리려면 노동·금융 등 4대 개혁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화급을 다투는 일이란 것을 모를 리 없다.

우리 국민은 국정교과서나 검정교과서의 장단점을 알고 있다. 역사의 미화나 왜곡은 구시대적 발상일 뿐 첨단 정보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소모적인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정화를 결정했으면 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이미 수없이 제기했기 때문이다. 교과서 집필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국민의 검증을 받는다면 수준 높은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한다면 당리당략이나 이기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통합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과서를 만들면서 좌우가 어디 있으며 보수와 진보가 이념 논쟁을 해서 되겠는가. 정부와 여야가 의견을 통일할 수 있도록 사심을 떠나 조율하고 협력하여 단일안을 만들어 주길 학수고대한다. 정부의 의지로 국정화를 결정했다면 반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대안을 마련해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다양성과 사실의 미화나 왜곡을 우려하는 야권이나 시민들도 국정화의 문제점을 보완할 방안을 마련해 정부가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원치 않는 이념 논쟁으로 더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는 없어야 한다. 일자리를 달라는 청년들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는가.

 


글 / 전병열 본지 편집인

 


“정부의 의지로 국정화를 결정했다면

반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대안을 마련해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