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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바라보며

고경희 기자  / 2015-10-20 09:11:12


평소 구매하고 싶었던 물품 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른바 ‘득템’을 위해서 세일이 시작되기 전날 밤 매장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는 모습. 오픈과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차지하기 위해 앞 다투어 경쟁하는 모습 등이 매체를 통해 경험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풍경이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미국 유통업체들이 연말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진행하는 블랙프라이데이는 최대 80~90%의 할인율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말 쇼핑시즌을 알리는 시점이자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뤄지는 날인 블랙프라이데이는 이날부터 소비심리가 상승해 장부의 적자가 흑자(black figure)로 전환된다고 하여 그 이름이 붙여졌다. 이때의 소비는 미국 연간 소비의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달 한국 정부는, 침체된 소비를 살리고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자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약 2만6천여 개의 업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에 할인 폭도 50~70%로 크다는 소식에 필자 역시 사고 싶은 물품 리스트를 작성하며 내심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국처럼 큰 폭의 할인율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평균 10~2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씁쓸해했다. 기존 백화점 가을 정기세일과 다름없었다. 사실 한국은 재고 관리를 유통업체가 아닌 제조업체가 하기에 유통업체와 더불어 제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미국에 걸맞은 할인을 진행할 수 있지만 이번 행사는 유통업체 위주로 진행돼 할인 폭에 한계가 있었고, 시행 한 달 전 정부의 발표로 준비기간이 짧았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지난 5일 백화점 3사는 사흘간의 매출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쌀쌀해진 날씨와 국경절을 맞이한 유커 유입이 큰 원인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5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정례화하기로 밝혔다. 그러나 할인 폭을 늘리고 제조업체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의 노력 없이는 전시행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매년 한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이어나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