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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감청영장 인권침해는 없어야

  / 2015-10-20 08:42:34


우리 헌법 17조 · 18조에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모든 민주국가의 기본권으로 헌법에 명시하고 있지만, 운용하는 과정에서 편법과 불법이 자행된다면 법치국가라는 말이 무색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대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도청이나 감청이 더욱 용이해졌다. 그만큼 프라이버시를 지켜나가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국가 기관에서는 합법적으로 범죄 예방과 국가 안위 등을 위해 감청을 감행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의 합법적인 감청과 압수수색도 국민의 인권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유엔에서도 디지털 통신 비밀보호 강화를 권고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인터넷 · 모바일 회사인 ‘카카오’는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에 응해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감청영장이란 수사기관이 특정인의 메시지 내용을 당사자 동의 없이 조사할 수 있는 허가를 뜻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사이버사찰이 재개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나타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공동기구인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카카오톡이 정보·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해 여전히 편법적인 방식으로 감청 협조를 재개한다는 것은 모든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정보인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카카오 측이 밝힌 감청영장 수용 방안은 단체대화방의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할 때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다른 참여자는 익명으로 처리해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당사자 외는 사생활 보호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익명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대화 내용은 그대로 노출돼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익명 처리된 이용자도 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수사기관의 공문에 의해 이용자의 신원이 그대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이는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누구든 감시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대화방 참여자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휴대폰 이용자 3,900만 명이 실시간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이용자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이버사찰 논란은 수사기관 등이 사이버 공간에 대한 검열과 감시를 위해 편·탈법을 동원한 데서 비롯됐다. 수사기관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감청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 한다. 감청영장은 실시간 대화 내용을 조사하는 것이고 압수수색영장은 저장된 대화 내용을 수사하는 것인데, 카카오톡의 경우 서버 저장기간이 2~3일 정도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영장 집행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영장처리 기간이 그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청영장이 편법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감청 논란은 작년 9월 중순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발언하자 검찰이 그해 10월에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만들고 "사이버상에서 벌어지는 명예훼손을 실시간 감시하고 상시 단속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그로 인해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대거 검찰의 사이버 검열을 우려해 독일산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이전하는 ‘사이버 망명’ 현상이 발생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당시 카카오 대표는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 그것이 실정법 위반이라면 책임을 지겠다"며 영장 불응 방침을 선언했었다. 그런데 1년 만에 이를 뒤엎고 지난 6일 검찰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당연히 국가안보나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중범죄자를 색출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감청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개인의 인권보다도 국가 보호와 사회 치안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정당한 법 집행에 불응한다면 이는 실정법 위반으로 법치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다. 하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빌미를 만들기 위한 감청은 거부해야 마땅할 것이다. 또한, 기업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용자들의 사생활 정보를 유출한다는 것은 배신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설령 핍박이 따를지라도 무고한 이용자의 인권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검찰의 감청영장 집행도 간첩이나 살인·유괴·성폭행 사건 등 중범죄에 국한해야 하며, 정치적·이기적 목적을 위해 이용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근절돼야 한다.



글 I 전병열 본지 편집위원





“검찰의 감청영장 집행도 간첩이나 살인·유괴·성폭행 사건 등 중범죄에 국한해야 하며, 정치적·이기적 목적을 위해 이용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근절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