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left
search

 

 

ȭ
ȭ

역사와 전설이 축제가 되는 곳

정지영 기자 winji365@newsone.co.kr  / 2015-10-18 12:43:58


땅을 한 자만 파도 물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지하수가 넉넉해 고을 이름에 우물 정(井)자가 들어간 곳이 정읍이다. 풍부한 수자원 못지않게 도시가 지닌 역사와 전설, 자연은 흥과 신명으로 사람들을 축제의 장으로 불러내 그 정신을 이어가게 한다.



부부와 가족의 의미 되새기는 정읍사문화제

해로동혈(偕老同穴)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서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힌다는 의미로, 생사를 함께할 것을 굳게 맹세함을 이른다. 결혼한 부부 셋 쌍 중 한 쌍은 이혼하는 시대에 무슨 케케묵은 소리냐 하겠다.

그러나 행상나간 남편의 안전한 귀가를 염원하며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다 돌이 된 여인의 전설이 정읍에 있다. 이 여인이 바로 한글로 된 백제 유일의 가요 정읍사의 주인공이다. 그 전설이 시작된 곳에는 여인의 애틋함을 대신하듯 왕버들과 팽나무가 부둥켜안은 모습의 연리목이 자라고 있다. 400년의 수령을 가졌을 연리목을 이 고을 사람들은 부부나무라 칭한다.

정읍시는 1,400여 년 전 집 나간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부른 망부의 정한을 담은 ‘정읍사’와 정읍사 여인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부덕과 정절을 기리고자 정읍사문화제를 개최한다. 정읍사문화제는 내장산의 선홍빛 단풍이 절정에 달하는 만추 기간에 열린다.  2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행사에 참가한 시민과 관광객들은 축제를 즐기면서 오늘날 부부로 산다는 것의 의미와 가족 사랑에 대해 되돌아보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갖는다.  



2015년 제26회 정읍사문화제는 10월 31일부터 오는 11월 1일까지 기존 정읍사공원을 리모델링, 올해 새롭게 개장한 정읍사문화공원에서 열린다. 정읍역을 출발해 정주교 인근까지 함께 걷는 거리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정읍사 가요제, 정읍사인문학강좌 및 콘서트, 가족사랑 작은 음악회, 사랑의 소원등 달기, 오색단풍 연날리기 대회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특히 정읍사 여인제례는 부부사랑의 소중함과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정읍시립국악단이 선사하는 정읍사 공연은 따듯한 감동을 긴 여운으로 남길 것이다. 또 정읍사문화제 기간에는 정읍사 여인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의미에서 ‘정읍사여인대상(부도상)’을 선정해 시상한다.



격돌, 환호, 그리고 감동 정읍전국민속소싸움대회

우직한 싸움소들이 한판 승부를 펼치는 정읍전국민속소싸움대회도 매년 10월 내장산문화광장인근 농경문화체험관 옆 특설경기장에서 열린다. 지난 1996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2003년에는 정부가 지정하는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될 만큼 남다른 인기를 과시한다.

㈔한국민속소싸움협회에 등록된 싸움소에게만 참가 자격이 주어지며, 대백두·소백두, 대한강·소한강, 대태백·소태백 6개 체급으로 나눠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4천2백여만 원의 상금은 상장, 트로피와 함께 우주(牛主)에게 수여된다.

1톤에 육박하는 싸움소들이 힘과 기술로 맞대결을 펼칠 때면 구경꾼들의 손도 절로 땀에 젖어들 만큼 역동적이며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연출된다. 소가 중요한 생산수단의 일부가 되었던 전통사회에서는 소싸움을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정읍, 청도, 진주 등지에서만 열리고 있다.


대회기간 경기장 인근에는 정읍축산물축제가 함께 열리는데 정읍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단풍미인한우를 비롯해 돼지고기, 닭고기, 벌꿀 등 지역 특산물을 판매한다.

정읍시는 이런 인기를 반영해 소싸움과 민속놀이, 다양한 동물조각 등 가축을 주제로 한 축산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소싸움 대회가 열리고 있는 농경문화체험관 인근 8만 9천여㎡에 올해부터 시작해 오는 2018년께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축산공테마파에는 민속소싸움놀이장을 비롯해 다목적공연장, 동물조각공원, 조경쉼터, 축산체험복합센터, 축산물판매장 등이 들어선다.



가을여행의 남다른 품격 옥정호구절초축제

산내면에 자리한 옥정호는 먼 곳에서 내려다보면 여러 번 굽은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천혜의 자연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옥정호와 호수를 둘러싼 높고 낮은 산들이 어우러진 이 곳은 광주와 전주 등 많은 드라이브객들이 즐겨 찾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이렇게 아름다운 경관을 배경으로 매년 10월이면 ‘정읍구절초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2005년에 시작돼 2006년에 한 번 쉬고 빠짐없이 열리고 있다. 내장산 단풍만큼이나 유명해 2013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전국 가볼만한 축제 20’선에 들었으며, 14년엔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국내 최고의 여행지 ‘베스트 그곳’에 선정되기도 했다. 


구절초축제가 열리는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은 22만 ㎡ 중 12만 ㎡에 달하는 소나무 숲 아래 구절초가 동산 하나를 하얗게 덮고 있다. 동화 속 어느 한 장면에 들어선 듯 솔숲을 따라 피어있는 구절초 꽃길을 걸으면 없던 감수성도 생겨날 것 같다. 

가을 들국화 중 하나인 구절초는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향으로 가을의 품격을 더해주는 들꽃이다. 5월 단오에 다섯 마디였다가 음력 9월 9일 되면 아홉 마디가 된다 하여 구절초라 불리는 꽃이다.

꽃말인 ‘순수’ ‘어머니의 사랑’을 닮아서인지 축제는 담백하면서도 소박하게 치러진다. 콘셉트도 ‘솔숲 구절초와 함께하는 슬로투어(slow tour)’다. 매년 10월이면 옥정호 새벽안개가 솔숲으로 밀려들어 구절초와 어우러진 환상적인 장관과 새벽이슬 머금은 구절초 향기의 고매한 자태를 감상하기 위해 전국에서 사진작가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꽃밭 사이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꽃향기에 취해 쉬엄쉬엄 걷다가 주최 측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야외무대에선 구절초를 배경으로 ‘꽃밭음악회’가 열리고 사람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 즉석에서 들려주는 구절초꽃밭 사랑의 방송국도 마련돼 있다. 손글씨로 쓴 엽서로 마음을 전할 수도 있도록 구절초엽서와 우체통도 준비돼 있다. 향긋한 구절초 차를 마시며 족욕을 즐기면 몸과 마음은 절로 힐링된다. 

뿐만 아니라 하늘하늘 코스모스와 해바라기도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자랑하고 느릿느릿 자건거 타기도 즐길 수 있다하니 가족끼리, 친구끼리 한번 떠나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