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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실덩실’ 직접 본 적 있나요?

이보빈 기자  (bibie1@newsone.co.kr) / 2015-09-11 15:29:39


채널을 돌리던 중 “승무와 살풀이춤의 대가인 우봉(宇峰) 이매방(88) 선생이 8월 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는 뉴스를 봤다. 이후 이어진 영상에서 희고 고운 한복의 이매방 선생은 노인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열정적이었다.

생존 예술가로는 유일하게 두 분야의 예능 보유자(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로 80년 넘게 무용 외길 인생을 살아 한국 춤의 산 증인, 한국무용의 거장으로 꼽힌다.



우리는 대부분 그를 모를뿐더러 느린 음악과 무대 위의 덩그러니 있는 그의 춤에 채널을 돌려버린다. 우리는 우리의 몸짓마저 감상할 줄 모르는 민족이 된 걸까?



한국무용은 하늘을 지향하는 발레와는 달리 땅을 향한다. 발레는 발끝으로 서고 여자 무용수를 들어 올리기까지 하지만 한국무용은 뒤꿈치로 걷고 돈다. 외향적이고 세밀한 발레와는 달리 정지한 듯한 춤사위가 있다. 이는 움직임과 반대되는 정지 또한 조화의 개념으로 본 것이다. 내면과 성품의 춤, 정지 속의 움직임 또한 중요시하는 것이 한국 춤의 특징 중 하나이다. 또한, 어깨춤과 무릎을 굽혔다 펴는 ‘굴신’ 동작이 많다. 출렁이고 너울거리며 즉흥적이다. 춤꾼들은 무아의 경지에서 얼마나 내면에 빠져 추느냐를 최고로 친다. 정확하고 완벽하게 기교를 해내느냐가 관건인 서양 춤과 다른 점이다.



현재 여러 곳에서 무용은 계속해서 공연되고 있지만 지금의 공연은 줄거리의 특징적인 장면만으로 극을 구성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전통무용은 현대적으로 뛰는 동작이 없고, 공연이 진행되는 대형 무대와도 잘 어울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

우리의 춤과 정서를 가지고 예술의 한 장르로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일반관객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다가설 수 있는 무용극 공연의 창출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또한, 독자적이며 고유의 멋과 전통성을 표현하는 예술임에 불구하고 그 내용과 주제가 난해해 대중과의 공감이 어렵고, 많은 내용을 몸짓과 표정으로 전달하다 보니 그 기본배경 지식을 공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네 예술을 우리부터 어려워한다면 세상 그 누가 한국적인 것을 알아줄 것인가. 일선에서 발로 뛰는 예술인과 더불어 시민들도 우리의 것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람이 죽어도 빈 상여를 메고 한바탕 놀이를 펼치던 우리 민족이 책에서만 그 한과 신명을 배우게 될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