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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복합문화공간…국민 공감대 형성 필요

  / 2015-07-16 14:01:06

호텔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늘 ‘뜨거운 감자’였다. 호텔을 유해시설로 보는 이들에겐 호텔은 그저 아이들이 ‘보고 배워서는 안 될’ 성인들의 공간이지만, 그와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들은 호텔을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말한다.
호텔은 그저 숙박만 하는 곳이 아닌 수준 높은 문화공연 행사를 하기도 하고, 국빈들을 초청해 만찬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반 여관이나 모텔과는 달리 비싼 요금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요즘에는 친한 친구들끼리 하루 치 비싼 숙박요금을 지불하며 그곳에서 특별한 날을 맞아 파티를 하기도 한다. 
호텔의 작은 한 부분만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호텔이 갖고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호텔에 대한 인식이 변화됐을 때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



학교보건법상 상대정화구역(학교에서 50~200m 내의 위치)에 호텔을 건립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이 지난 4월 법 개정을 하고, 이와 관련한 각종 논란이 점차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현재 관광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관광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 논란이 됐던 주요 쟁점 사항 가운데 몇 가지만 살펴보려 한다. 첫 번째로 살펴볼 것은 현행법상 호텔이 유해시설로 지정된 데에 따른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호텔의 위상이다. 이제는 더 이상 호텔을 유흥주점과 같은 유해시설이나 모텔 및 여인숙 등과 단순 비교하는 순환논증의 오류에 빠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호텔은 엔터테인먼트와 문화예술 콘텐츠 등을 겸비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공공성과 대중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호텔산업은 국제회의나 컨벤션 유치 등의 마이스(MICE) 산업을 비롯한 관광산업의 선두에서 국가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수단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입체적 지원과 일반 국민들의 호텔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더해진다면 호텔산업은 국가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점이 바로 호텔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는 호텔 건립에 따른 관광 관련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을 위한 새로운 취업 인프라의 구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현장 실무능력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산업별·수준별 표준화된 현장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일·학습 병행을 국가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선취업 후진학’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에 있는 40여 개 이상의 관광 관련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는 관광 실무 교육과 현장 체험 학습을 통해 관광 서비스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관광 관련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호텔 내의 ‘일·학습 병행체제’에서 ‘맞춤형 주문식 교육’의 주인공이 돼야 하나 ‘청년 실업 100만 시대’의 상황에서 이들이 전문성을 펼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호텔산업을 활성화해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세 번째는 ‘교육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간에 대치 구조를 만드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점이다. 한 나라의 백년대계이자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교육적 가치’와 관광산업 활성화에 따른 ‘경제적 가치’는 모두 어느 하나가 더 우선한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가치다. 그런데 학교보건법상의 상대정화구역에 호텔을 건립하는 문제를 다루면서, 이러한 ‘교육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서로 대치시키려는 불필요한 논쟁이 있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나아가 학교보건법과 관광진흥법 간에 서로 우위를 점하려는 합의 불가능한 접근방식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대치 구도는 경계해야 한다.

오늘날 호텔산업은 국제 시장의 흐름을 반영해 콘텐츠 마케팅 전략 고도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호텔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기존의 부정적 인식을 유지하는 것은 호텔산업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보다는 실제 학교정화위원회를 통해 호텔 설립이 허용된 사례에 대한 피드백이나, 호텔의 유해한 부대시설 설치 제한 등 정부 기관의 규제 강화를 포함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공론화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호텔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 조성 및 열린 고용정책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관광 특성화 교육과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원 및 투자가 절실함을 공감하고, 상호 유기적인 발전 방안에 대한 협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진희 한국관광고등학교 교사는 충북대학교 대학원 졸업, 충북대학교 교육학박사 수료했으며, 이후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연구원, 한국관광공사 관광교육운영협의회 위원,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후진학대학 운영모델 개발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관광고등학교 특성화부 부장교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