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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2’ 국내 로케, 우리가 얻는 부가가치

  / 2015-06-12 14:22:21

<전문가기고-정헌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헐리웃 영화 ‘어벤져스 2’가 개봉된 지 25일만에 관객 수 천만 명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데 있어 일등공신은 아마 헐리웃 사상, 최초 한국 촬영이 아닌가 싶다. 한국 영화에서 보여지는 한국 그림과 헐리웃 영화에서 보여지는 한국 그림엔 크게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전 세계인이 개봉하기만을 고대하던 마블시리즈의 ‘어벤저스’라면 더욱 더 그러할 것이다. 세계인과 함께 같은 영화를 통해 한국을 향유한다는 것은 자국민으로서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촬영에 대한 ‘잡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강남대로, 마포대교, 청담대교의 교통을 통제함으로 인근 상가들이 영업에 피해를 봤다. 자국민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외국의 촬영을 감행해야 하나 하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많은 찬반의견이 있었겠지만, 촬영을 허한 한 가지 이유는 ‘경제 효과’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단기적으로 봤을 땐 많은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한국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였다. 영화를 통해 한국을 접한 많은 외국인들이 호기심을 갖고 한국을 방문한다면 국가적으로도 이득인 셈이다. _편집자주


  

최근 할리우드 대작인 ‘어벤져스 2’가 개봉돼 단기간에 많은 관객을 모으며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2014년 서울 등 촬영장소를 중심으로 국내 로케이션이 진행됐고 한국 배경 분량은 20분 정도이며 전·후반부에 구성됐다. 로케이션 유치는 교통 통제 등 국민의 불편을 야기할 수 있지만 촬영을 진행하는 현지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등에 도움을 준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명성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뉴질랜드, 호주, 체코, 말레이시아, 영국을 포함해 이색적 풍광을 지닌 세계 도처에선 저마다 영화 촬영을 위해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도대체 로케이션 유치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경쟁적인 상황이 됐을까? 우선 촬영 과정에서 현지에서 조달하는 물자에 지출되는 비용이 고스란히 해당 지역의 매출로 연결된다. 영화 촬영을 위한 인력들의 식사와 숙소에서부터 영화 촬영 장비의 대여, 촬영 보조 인력의 일자리 등에 이르기까지 영화 촬영을 위해 내방하는 인력들이 쓰는 직접적인 소비효과가 크다. 뿐만 아니라 영화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게 되면 사후적으로 관광지로 변모해 외래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이런 지리적 명성이 그 나라의 매력도를 향상시켜 국가브랜드를 창출하기도 한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를 통해 고유한 자연환경 뿐 아니라 영화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가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됐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유치는 촬영으로 인한 직접소비효과 외에 국가이미지 제고 효과 등 관광 산업에 다양한 긍정적 효과도 발생시킨다.

엄밀하게 차이점은 있지만 이것은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를 하는 경우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현지에 공장이나 생산시설을 건립하게 되면 시설물 건축에 따른 부가가치 외에 현지 노동력을 고용할 경우 발생하는 일자리 창출효과와 본국의 기술자들이 현지에 와서 경영을 함에 따라 얻게 되는 기술이전효과까지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외화 공급은 부가적 요소가 된다. 영화 촬영의 경우에도 유사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어벤져스 2’의 경우 국내제작비 예상소요액은 2014년 3월 초 환율을 기초로 환산했을 때 약 133억 원으로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2010년 기준 산업연관표를 통해 ‘어벤저스 2’의 촬영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계산하면 국내 산업에 대한 생산유발효과는 약 251억 원 정도다.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107억 원 정도가 된다. 이는 ‘어벤져스 2’의 촬영 기간 동안 지출된 금액이 다른 산업부문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나타나는 최종 효과를 의미한다.

이로 인한 취업유발효과는 179명 정도가 된다. 고용유발효과가 아니라 취업유발효과로 계산한 이유는 문화산업 분야의 경우 피용자로 일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자영업자인 프리랜서의 취업까지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촬영 기간 동안 직접 고용하는 120명의 영화 스탭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취업유발효과는 약 300명 정도(엑스트라 등 보조출연자는 제외한 수치)가 된다. 물론 외화 촬영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를 일부 지급하고 촬영 기간 동안 시민들이 체감한 불편함 등과 같은 간접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효과는 차감돼야 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엔 상당한 경제적 이익이 생기게 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정도의 경제적 파급효과보다 더 중요한 점은 할리우드라는 영화산업의 상징적 선진 제작 시스템을 학습하게 되는 무형의 효과일 것이다. 영화 제작 활동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분업화된 제반 제작 활동을 잘 조합시키는 패키징 능력이라고 한다. 촬영 현장에서 직접 이 과정을 목격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옆에서 직접 이러한 활동을 보고 느끼는 경험은 경제적 효과만으로 밝히기 힘든 무형의 부가가치를 우리 영화산업에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외화 촬영 유치를 통해 관광객이 방문함으로써 얻어지는 부수적 효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한류의 열풍에 따라 방한 관광객이 증가하는 사례로부터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영화에서 나타난 한국의 이미지는 ‘어벤져스 2’를 보는 관객들에게 각인될 수 있을 만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반지의 제왕’의 배경이 된 뉴질랜드만큼은 관광객 방문효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 2’의 개봉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후속 로케이션 의사를 밝힌 할리우드 영화사들도 나오고 있으며 점차 한국에서의 로케이션에 대한 관심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로케이션 유치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단순한 수치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이번 ‘어벤져스 2’가 사회적 이슈가 될 만큼 로케이션을 경험하지 않은 우리에게 로케이션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편익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개괄적 정보를 주는 의미로 한정해서 해석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어떤 영화평론가는 ‘어벤져스 2’의 로케이션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의 논란을 두고, 21세기에도 영화를 수치로 바라보는 비문화적 태도를 버리자고 했는데 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더 중요한 무엇을 이번 ‘어벤져스 2’의 로케이션을 통해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