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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와도 같았던 공간이 지금은 국민관광지로 ‘탈바꿈’

러브호텔 들어선 곳, 지금은 문화예술 감성 중심지로…

  / 2015-06-11 17:12:08

















<지자체관광매력탐구_양주시 트래블> 


볕이 뜨겁다. 낮 12시에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가면 태양은 그림자도 만들어주지 않고 연신 정수리만 뜨겁게 내리쬔다. 태양이 싫어 선글라스로, 모자로, 양산으로 가린다 해도 임시방편일 뿐 태양은 어딜 가나 기자를 비추고 있다. 이런 날은 ‘선풍기 앞에서 얼음물 먹는 게 최고지’ 하다가도 나의 일 년 중, 상반기의 끝을 이토록 허무하게 보낼 수만은 없단 생각이 들어 정처 없이 짐을 꾸린다.

기를 쓰고 멀리까지는 못 가더라도 서울에서 가까이 가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이 더위를 아주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선, 같은 경기도라 하더라도 이왕이면 남쪽보단 북쪽이 낫겠다 싶다. 양주, 관광도시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조금은 생소한 도시다. 안 가본 곳, 잘 안 알려진 곳에 갖는 미지의 흥분감은 마음보다 발길이 더 먼저 움직인다.


 

산 좋고 물 좋은 전라북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잔병 하나 없이 건강하게 자란 기자에게 서울은 그다지 정감이 가지 않는 곳이었다. 나고 자란 곳이 아닌 서울에서의 생활은 가끔 기자를 지치게 했고, 가끔 고향에 내려가 맡는 공기와 바람은 기자를 다시 충전하게 했다. 그래서인지 시골은 기자의 DNA에 깊숙이 각인돼 있어 언제 어딜 가도 좋은 곳이다. 양주를 가는 것도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모서리가 비틀린 것 같은 특이한 미술관

양주의 첫 행선지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었다. 구파발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30분 내에 들어설 수 있다. 택시를 이용해도 10,000원 조금 넘는 금액이다. 서울에서 조금 위로 올라왔을 뿐인데, 차선도 좁아지고 숲길도 이어진다. 참 좋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문을 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장욱진 화백의 작품을 전시해 그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장흥관광지를 문화예술 관광지로 조성하고자 개명산 아래 건축물을 지었다.

미술관은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성과를 거뒀으며, 특히 영국 BBC로부터 ‘2014년 위대한 세계 8대 뉴뮤지엄’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건축물 또한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4년 김수근 건축상’을 수상하고 대한건축가협회가 선정하는 ‘2014년 올해의 건축 베스트 7’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 개관 첫해의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개월간 3만 2,000여 명의 관람객이 찾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욱진(1917~1990) 화백은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과 함께 한국 근현대 화단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미술관 정원엔 조각공원과 놀이터가 있다. 공원에선 부르델, 아르망, 조지 시갈 등 고전과 현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강대철, 문신, 한진섭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한눈에 즐길 수 있다.

장욱진 미술관은 건축의 즐거움을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곳이다. 첫인상부터 권위적이거나 엄숙하지 않고 약간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비뚤어진 얼굴로 방문객을 맞는다. 네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모도 아닌 미술관의 입구는 소박한 초가집이나 농가의 비닐하우스를 연상케 한다. 정면도 중앙도 없는 자유분방한 건물의 형태는 마치 언덕 위에 이름 모를 동물이 앉아 있는 듯하다. 정확히 무엇을 닮았다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다.

장욱진의 작품들은 ‘집’, ‘동산’, ‘부엌’, ‘가족’ 등 직설적이고 단순한 제목들이 많다. 이런 형식의 제목들은 대체로 작가들이 작품을 설명하는 데 있어 폭넓은 해석과 상상의 가능성을 남겨두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아이들이 그린 그림 같지만, 그 단순한 형태 속에 밀도 있게 담긴 장욱진의 생각과 경험들은 보는 이들마다 다른 의미로 해석하게 한다. 문득 어린 시절을 아주 먼 옛날에 떠난 어른들은 같은 그림을 보고 어떤 다른 상상을 하게 될까 참 궁금해졌다.

 

아날로그 감성을 깨워줄 ‘장흥아트파크’

장흥아트파크는 어린이들의 예술놀이터로 생활 속에서 예술을 접함으로써 어릴 때부터 예술적 감성을 기르며, 예술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목수 김씨, 김진송 작가의 나무로 만들어진 놀이터는 아이들이 나무의 질감을 느끼며 목마, 의자, 그네 등 다양한 동물 모양의 놀이기구 들이 있어 조각이 놀잇감이 되는 공간이다.

B’bob 그물 놀이터는 외국 작가로 섬유 미술가인 토시코 맥아담이 만들었는데 그물 위에서 기고 걷고 뛰며 아이들이 가진 에너지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같은 작가가 만든 작품이자 놀이기구로 에어포켓 또한 인기인데, 이 놀이기구의 핵심은 자신의 움직임이 옆의 친구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 등 개인 놀이에만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이라도 이곳에서 잠시만 시간을 보내면 어느새 친구를 사귀어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예술과 놀이가 하나 된 이런 시설도 자랑이지만, 무엇보다 이곳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로서 예술 체험프로그램이다. 분기별로, 또 방학 때마다 늘 새로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며, 어린이 체험관에서 체험을 진행하는데 예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니 아이들에게 이곳보다 좋은 장소는 없을 듯하다.

 

세상의 모든 빛을 끄고 별을 볼 수 있는 곳

보통 천문대는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는다. 도시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강한 불빛 때문에 별빛이 사그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서울시청에서 20㎞ 남짓한 거리에 있는 송암스페이스센터(천문대)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인공의 빛이 적게 들어온다. 특히 836m의 북한산이 서울에서 흘러오는 빛을 차단해준다.

센터가 있는 곳은 해발 463m의 계명산 형제봉이다. 별은 습도가 낮은 겨울에 더 잘 보이는 편이지만, 천체 관측에는 계절보다 기후가 더욱 중요하다. 쾌청한 날이면 언제 들러도, 신비로운 우주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스페이스센터에는 챌린저 러닝센터와 디지털 플라네타리움이 있다. 챌린저 러닝센터에서는 차세대 챌린저 시뮬레이터 실험실을 체험할 수 있다. 디지털 플라네타리움에서는 반구형 돔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천문 현상을 볼 수 있다.

 

남유진 기자 (0166430410@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