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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과 바람으로 빚은 장류의 고장

  / 2014-12-11 13:52:37


자연 속 여행을 즐기러 떠나보자



순창은 강수량이 적은 대신 일조량이 풍부한 곳이다. 철분을 함유한 맑은 물과 이곳에서만 나는 고추는 특별한 장맛을 만들어낸다. 장맛만 좋은 것이 아니다. 청정 순창지역을 둘러싼 산세를 보면 자연히 맑아지는 기분이다. 산과 강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신 나게 달리기에도 좋은 곳이다.



맨발로 걷는 강천산 군립공원

지난 1981년 국내 최초의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강천산에는 사계절의 멋이 살아있다. 봄에는 진달래와 개나리, 그리고 넘실거리는 벚꽃을 보기 위해 꽃놀이를 온 방문객이, 여름에는 시원한 폭포와 계곡에서 휴가를 즐기기 위한 피서객이 줄을 잇고, 가을에는 화려하게 물든 단풍의 손짓이 산행을 부추기며, 겨울에는 하얗게 물든 설경이 보는 이의 마음을 청명하게 흔든다. 무엇보다 잔설로 덮인 현수교가 설경의 극치를 보여준다.

강천산 군립공원에는 큰 돌멩이 없이 부드럽게 다져진 맨발 산책로와 1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구장군 폭포의 장관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기암절벽과 청정한 계곡 사이로 펼쳐지는 모래 산책길을 맨발로 걸으면 강천산의 성스러운 기운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지난 2003년 조성된 높이 40m, 폭 15m의 인공폭포인 병풍폭포는 자연형상을 최대한 활용해 자연스러움과 웅장함이 살아있고 병풍바위에 조성된 높이 40m에 흐르는 물줄기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눈길을 사로잡아 등산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지난 2009년 조성된 총길이 2.6㎞의 강천계곡 나무데크는 산책코스가 잘 조성돼있다. 숲과 계곡에서 풍겨오는 청정한 산소와 음이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산림욕장으로 들러야할 곳이다. 숲길을 걷다 보면 멀리 혹은 가까이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바로 ‘숲속새동네’에서 공작, 비둘기, 칠면조 등이 반겨주는 소리이다.

강천사 역시 꼭 가봐야 할 곳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의 말사로, 도선국사가 창건했다. 고려시대인 1316년(충숙왕3) 덕현이 오층 석탑과 12개 암자를 창건해 사세를 확장하고, 조선시대 1482년(성종13)에는 신말주(申末舟)의 부인 설(薛)씨의 시주를 얻어 중창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자연암석으로 된 사각문인 금강문은 1316년 덕현이 절 주위의 경치가 금강산과 비슷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장인이 만든 특별한 장, 그 맛을 보려면?

순창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장류이다. 순창읍 민속마을길 일대에 있는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 들어서면 큰 산봉우리가 마을 뒤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 웅장한 기분이 든다. 안으로 들어가면 장인이 사는 집집마다 정성스레 놓인 장독대를 볼 수 있다. 이곳은 순창군이 전통장류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순창전통고추장의 명성과 전통적인 제조비법을 이어가기 위해 조성한 마을로 지난 1994년부터 조성 기간을 거쳐 1997년에 생겨났다. 

순창고추장의 가치는 옛 문헌들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이시필의 ≪소문사설≫(1657~1724년)에서는 곡창지대인 순창 지방의 유명한 고추장 담금법을 소개했고,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1788~1863년)에서는 순창고추장을 천하제일이라 평가했으며, 최영년의 ≪해동죽지≫(1925년)에서는 순창고추장을 명품이라고 칭했다.

순창군 곳곳에 흩어져 있던 고추장 제조 장인들을 아미산 자락에 있는 순창읍 백산리 일대에 모아 전통고추장민속마을을 형성시켜 관광지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현대의 과학이 입증하는 위생적 요구와 맛과 성분이 그대로 살아있는 장인들의 비법이 잘 어우러져 위생적이면서도 전통적인 본래의 맛을 살린 고추장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전통고추장, 된장, 간장, 청국장, 절임류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장류연구소, 장류박물관, 장류체험관, 영상홍보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순창분원, 향토음식점을 만나볼 수 있다.



장류,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난 2007년도에 개관한 국내 최초의 순창장류박물관은 전국 최초로 장류를 테마로 조성한 박물관으로 전통장류의 본 고장인 순창을 홍보하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사라져 가는 향토 민속자료 및 장류관련 유물 906점을 전시해 전통장류의 맥을 이어 가고 있으며 다양한 기획 전시를 통하여 전통문화 보존 및 계승에 핵심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장류의 역사, 장 담그는 법, 모형을 통한 순창고추장 소개, 대형 고추 속 어린이 애니메이션 상영, 순창초가, 장류관련 민속유품 등 7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장류에 관한 총 1,254점(전적류 183점, 고문서류 179점, 서화류 14점, 토기·석기·도자기류 92점, 민속자료 786점)의 귀중한 자료들이 있으며 지정문화재인 ‘순창성황대신사적현판’(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83호)도 볼 수 있다. 



내장산 자락에 위치한 산림박물관

“살아있는 산ㆍ생명의 산ㆍ영원한 산”을 주제로 건립된 산림박물관은 호남을 대표하는 내장산 자락에 있어 이곳을 찾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방문객들에게 산림의 가치를 바로 알리고 휴식과 교양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조성된 산림박물관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며, 생태계의 보고이자 목재, 과실, 산채류 등 각종 임산물의 생산 기반으로서 경제적으로 커다란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깨끗한 공기와 물을 공급하고, 가뭄과 홍수를 막아주는 등 산림의 다양하고 이로운 요소들을 알게 해주며 우리가 산림을 잘 가꾸어 풍요롭고 쾌적한 삶을 영위하고, 우리 후손에게 값지고 자랑스러운 유산을 물려주자는 취지로 꾸며졌다.



한량들의 뱃놀이로 유명한 향가리 

향가리 유원지는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외 향가마을에 있는 자연발생유원지로 섬진강의 중간지점, 강물이 산자락을 휘감고 도는 곳에 있다. 현지인들은 향가리를 ‘행가’, ‘행가리’라고 부르며 섬진강의 강물을 향기로운 물이라 하고 근처의 옥출산을 가산(佳山) 즉, 아름다운 산이라고 칭하여 향가(香佳)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향가리 유원지는 경치가 아름다워 예로부터 시인 묵객과 기생을 대동한 한량들이 뱃놀이를 즐겼던 곳이다. 맑은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나지막한 산이 연이어지고 강변에는 약 2㎞의 넓은 백사장이 펼쳐지며 기암과 노송을 비롯한 갖가지 수목이 어우러져 있다. 강폭은 약 100m이다.

향가리 유원지는 경관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낚시터로도 유명해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다. 특히, 가을철에는 돌붕어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또한, 유원지의 강물 속에 8개의 철도교각이 박혀있는데 일제강점기에 순창과 남원을 연결하는 철도를 가설하려다 중단된 흔적이다.



굽이굽이 이야기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

섬진강변 자전거길에서 만날 수 있는 만년 물살이 다듬은 장군목은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장군목 풍경 중에 대표적인 것은 수만 년 동안 물살이 다듬어 놓은 기묘한 바위들인데 이 바위들은 마치 용이 지나간 듯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장군목 마실다리 까지 가면 한가운데 요강바위가 있다. 요강바위는 마을 사람들이 수호신처럼 받들고 있는 신기한 모양의 바위로 전쟁 때 바위 속에 몸을 숨겨 화를 모면한 사람도 있고 아이 낳기를 원하는 여성이 바위 위에 앉으면 소원을 이룬다는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장군목을 지나 자전거로 계속 달리다 보면 마실오토캠핑장이 보인다. 지난 2011년 8월 개장한 마실오토캠핑장은 3동의 펜션, 18개 야영장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또한, 이용객을 위해 별도로 화장실, 샤워실, 취사장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겨울에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온수시설도 갖추고 있다. 가족과 함께 자연의 멋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장소로 오토캠핑장 앞을 흐르는 섬진강은 아름다운 경관에 더해 물놀이도 가능하다. 겨울에는 한적하고 고요한 강변의 풍경 속에서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어은정, 구암정, 화산옹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면 판소리 동편제 명창인 김세종 생가터를 지나간다. 이 구간은 어은정, 구암정 등 다양한 문화재가 있어 역사공부도 할 겸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다.

어은정(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32호)은 어은 향사형이 567년(명종22) 동계면 구미리에서 이곳으로 분가해 살면서 지은 누각이다. 이 정자는 후손이 여러 차례 중건했으며, 현재 남아있는 건물은 1919년에 고쳐 지은 것이다. 강 언덕에 자리 잡은 누각 주위에는 오래된 백일홍이 수십 그루 심어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구암정(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31호)은 조선 초기 학자 양배의 후학들이 그의 덕망을 기리기 위해 정자를 세우고 귀암정이라 이름 지었던 곳이다. 868년(고종5)에 서원 철폐령에 의해 헐려졌다가 그의 유업을 기리기 위해 1901년 호를 따서 구암정을 세웠다.

자전거길을 달리다 보면 책여산 중턱에 멀리서도 보이는 커다란 바위를 만나는데 화산옹이라고 불리는 이 바위는 적성교 맞은편에서도 보이는 커다란 바위다. 전설에 따르면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닥치면 색이 변했으며 지나가는 사람은 경의를 표하고 가야만 무사했다고 한다. 높이가 30m이며 마치 백발노인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이어서 화산옹이라 불렀다고 한다. 풍년이 들려면 희고, 흉년이 되면 검은색으로 변하고, 큰불이 나거나 사람의 희생이 많은 해에는 파란색을 띄고, 전쟁이 일어나거나 천재지변이 닥치면 붉은색을 띠었다고 한다.



하서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훈몽재

훈몽재는 하서 김인후(1510~1560)선생이 명종 3년에 순창 점암촌(현재 위치) 백방산 자락에 지은 강학당이다. 하서 선생이 훈몽재를 지은 곳은 본래 대학암 위쪽이었는데 임진왜란 때 소실된 훈몽재는 선생의 5대손인 자연당 김시서에 의해 1680년경 원래의 터 인근에 ‘자연당’이라는 이름으로 복원되었다가 퇴락했다. 이후 후손과 유림들에 의해 점암촌에 복원됐고, 더불어 하서 선생과 김시서, 송강 정철, 율곡이이를 모시는 어암서원이 부근에 건립됐으나, 1867(고종5)년에 흥선대원군에 의해 철폐됐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쇠락해 가던 훈몽재는 1951년 한국전쟁 때 소실됐으나, 하서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정신을 되살리고 후세에 전승, 발전시키기 위해 순창군에서 중건했다.



김지현 기자 jh6avril@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