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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와 명예권은 인간다운 삶의 기본 권리다

  / 2014-12-10 09:27:26


이 시대의 최대 화두가 정치권의 명예훼손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에는 청와대 문건이 유출돼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청와대 비서진들이 명예훼손으로 관련 언론사를 고소했다. 이에 앞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허위 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측근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급기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사회의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자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사이버 사찰’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심지어 사이버 검열 문제로 "사이버 망명" 현상까지 일어났다.

그동안 명예훼손문제는 연예계 등 유명인들의 가십(gossip) 정도로 인식됐었다. 그러다 정치권에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이용하기도 했다. 디지털 정보사회가 도래하면서 ‘높은 전파성과 신뢰성, 장기간 보존 가능성’ 등으로 그 영향력이 커지자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은 인간다운 삶의 핵심적 기본권리이다. 헌법재판소의 판례(1999.6.24. 자 97헌마265 결정)를 보면 “역사적으로 보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명예)를 보호할 목적으로 만든 명예훼손 관련법은,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제한ㆍ억압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국민의 알 권리와 다양한 사상ㆍ의견의 교환을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제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인 기본권이고, 명예보호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하는 기초가 되는 권리”라고 판시했다. 이는 언론의 자유 보장과 명예 보호라는 두 법익의 핵심적 가치를 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헌법 제21조 1항에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으며, 2항에서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이 법률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동조 4항에는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제한 규정을 명시했다. 즉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한계를 법률에 명시한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절대적 자유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 수반되는 제한 속의 자유이다. 

또한,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했을 때는 민ㆍ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다. 우리나라 명예훼손죄는 오프라인은 형법으로, 온라인은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는 2분법 구조다. 신문보도는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적용되고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가중처벌 되고, 또한 사실 보도일 때보다 허위사실을 적시한 죄가 더 무겁다.

문제는 ‘비방의 목적’ 여부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는 것이다. 비방의 목적으로 보도했을 경우는 당연히 처벌을 받는다. 반면에 ‘비방의 목적이 없다’고 인정될 때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우리 형법에는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위법성 조각 규정(제310조)을 두고 있다. 위법성 조각사유로 적용받기 위해서는 적시된 내용이 사실이어야 하고 허위사실일지라도 보도 당시 사실이라고 믿었다는 증명 등이 있으면 된다. 또한, 반드시 공익성이 목적이어야 한다. 공익과 비방의 목적 여부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재판부에서 판단하며 유ㆍ무죄의 열쇠가 된다. 산케이신문 지국장이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허위사실을 보도한 때는 면책 받을 수 없다. 오히려 일반 명예훼손보다 가중처벌 된다. 유출된 청와대 문건 내용의 진위가 명예훼손죄의 중요한 구성 요건이다. 언론에 보도한 내용이 사실로서 공익성을 인정받으면 명예훼손죄는 위법성이 조각돼 무죄가 된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다. 친고죄인 모욕죄 등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진행되지만,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혐의범으로 조사할 수 있다. 검찰이 공적인물에 대해서는 고소ㆍ고발이 없더라도 인지수사를 하겠다고 한 근거다. 그러나 피해자가 처벌의사가 없다는 것을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인지수사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부메랑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글 전병열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