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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으로 드리는‘문화 영역의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s)사업’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평가지표는 개발 가능한가?

  / 2014-12-10 09:16:13

우리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준다는 것은 마음 벅찬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간단하게 기뻐할 수만은 없는 사건이다. 왜냐하면 ‘준다는 것’의 차원이나 맥락이 너무도 다양한 탓이다. 마치 ‘사과한다는 것’의 의미가 단순히 피해자에게 구두로 사과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진정한 사과가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을 생각해보자.

첫째, 사과의 절대성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어떠한 변명이나 조건 없이 정말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가해자는 그 잘못이 피해자의 단점이나 문제에서 기인한 점도 있다는 식의 양비론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잘못을 유도한 탓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과의 의미는 결코 전달될 수 없다. 피해자에 대한 문제제기성 원망으로 인해, 사과는 형식적인 수준으로 떨어지고, 피해자는 그 사과를 수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의 변명에 실려 있는 간접적인 비방에 직면해서 피해의식을 축적하게 된다. 가해자는 오직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철저히 반성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둘째, 잘못의 과정에 대한 이해성이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없었고, 다만 가해자가 착각하고 잘못 생각한 결과 피해자에게 피해를 주게 되었다는 잘못의 과정에 대해 용서를 빌어야 한다. 만일 피해자가 피해를 당할 것이라는 점을 가해자 본인이 사전에 인식할 수 있었다면 안했을 것이라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선택한 피해자, 운명적이고 필연적으로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피해자의 위치를 재각인 시키는 것은 또 다른 잘못을 범하는 길이다.    

셋째, 사과의 책임성이다. 가해자는 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원하는 모든 수준의 피해보상을 하려는 책임감을 가지고 보여줘야 한다. 만일 보상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간절히 설득하거나 죽는 순간까지 갚겠다는 약속을 통해 피해자의 피해를 최대한 보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만일 이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누락된다면 제대로 된 사과로 인정되지 않고, 따라서 진정한 관계 회복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누구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그리고 그 피해자가 피해를 밝혀내고 사과를 요구한다면, 어떤 위치 ? 사회적 신분의 높고 낮음과 무관하게- 에 있다하더라도 그 피해에 대한 사과를 위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수준에서 하는 것이 옳다. 적당한 수준에서의 사과는 적당한 수준에서의 관계 회복에 멈추고 만다.  

 

진정으로 주는 것도 이와 유사한 조건이 있지 않을까?

첫째, 제공의 절대성이다. 공여국은 수원국 주민에게 무엇인가를 줄 때, 그것이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수요조사를 제대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재외 공관을 통한 정부 관계자들의 견해와 수요조사는 최소한의 공신력은 담보해주지만, 실제로 현지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 엘리트 중심의 수요조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때 수요조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나 인터뷰 등의 방법이겠지만, 과연 어떤 내용의 설문을 조사지에 담아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공여국과 수원국 전문가들의 열띤 논의와 합의가 필수적일 것이다. 수요조사가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의사를 담아내지 못한다면 중앙 정부 엘리트들의 잇속만 챙기는 ODA에 그쳐서, 수원국 주민들에게는 결코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국민들은 ODA를 통해 수원국 혹은 개도국 혹은 협력국 주민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끼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원국 엘리트들의 부패의 관행을 촉진하는 작업비나 작업도구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서 의도되지 않은 악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는 이율배반적 활동을 하는 셈이 된다. 이런 점에서 수원국의 오지를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은 수원국의 소외지역 계층을 포함(inclusive)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차원의 진정성 높은 ODA 사업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수원국에게 제공하는 것은 수원국의 일부 상류층이 아니라 소외계층을 아우르는 절대적인 수준에서 계층편파성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수원국 문화의 이해성이다. 공여국은 수원국 주민에게 무엇인가를 줄 때 그들의 문화자원을 보호하고 응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공해 수원국 주민이 자신들의 문화자원을 통해 자긍심을 느끼고, 그 자원을 창조와 문화콘텐츠 생산의 원 자료로 삼음으로써 문화자원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얻으며, 궁극적으로 수원국의 문화자원이 지구촌의 문화다양성을 증진시키는 자원이 되고, 지구촌 인류의 공동의 유산인 문화자원을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자칫 현재의 공여국이 몰려있는 서구 선진국의 문화에 비해 자신들의 문화를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고 그 문화의 계승자인 자신들의 존재조차도 상대적으로 비하할 수 있는 위험성을 차단할 수 있는 ODA가 되어야 한다. 다소 느리게 발전하더라도 자신들의 생활방식과 문화유산을 중시하고 자신들의 공동체를 귀중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ODA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유산 복원 사업이나 문화유산을 활용한 공예품 생산과 유통을 돕는 형태의 ODA 사업이 좀 더 강화돼야 한다.

셋째, 제공의 책임성이다. 공여국은 수원국 주민에게 무엇인가를 줄 때, 일회성 사탕과 같이 잠깐 목마름을 축이고 나서 더욱 목이 타게 하는 무책임한 제공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ODA 사업이 끝난 후에도 그들 스스로 그러한 사업을 자발적으로 연속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비해주는 방식으로 사업이 수행돼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ODA의 경우, 기존의 봉사단이 일회성으로 그림과 음악교육을 하던 방식과는 달리 현지 사범대학 학생들을 보조원으로 활용하여 그들이 추후 사진예술교육을 지속시켜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비해주고 있으며, 소액의 예산이라 할지라도 연속적으로 우리의 예술강사를 파견해 그들 가족공동체와 시장과 이웃들을 촬영하는 표현력을 육성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주는 사람이 만족하는 ODA는 기분풀이용 ODA이며, 과시용 ODA이며, 습관적인 ODA 사업이다. 일방적인 만족감은 ODA 사업의 천적이며, 진정으로 주는 것일 수 없다. 주는 국가는 받는 국가의 주민들이 마음에 어떠한 부담이나 거부감이나, 불쾌감, 혹은 뒤로 돌아섰을 때, 냉소가 난무하지 않도록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와 수원국의 소외계층을 고려하는 대상 선정, 그리고 그들의 문화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방법론을 통해 전 세계의 문화다양성이 증진되는 궁극적인 목적을 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책임감이 있고, 문화 이해성이 있고, 수원국 계층의 편파성이 없는 ODA 사업을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속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사업기획 단계에 미리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그 지표를 기준으로 사업 실무자들 스스로 중간·사후에 모니터링과 자기점검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수원국 공동체의 소통을 증진시켰는가? 현지인을 기획과 모니터링에 참여시켰는가? 현지의 정서·정신·의례문화를 반영했는가? 현지 소외계층을 참여시켰는가? 현지의 유·무형자원을 조사했는가? 등의 문항을 평가지표로 반영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돼야 할 것이다. 

 

정정숙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연구실 연구위원/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의 글로벌문화콘텐츠전공 일반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이전에 대통령 직속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사회문화협력분과 위원장을 역임했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인문정책위원으로 인문학을 통한 한류 활성화 방안을 연구했으며,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협력형 사업의 평가위원과 국무조정실의 국정과제 자문위원, 유네스코의 문화와 발전 조사 및 국제포럼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