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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기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

  / 2014-11-10 10:11:42


전주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시민들의 삶을 엿보다



전주는 크지 않은 도시임에도 문화적 향유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작은 면적에 비해 적지 않은 영화관을 갖추고 있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적지들이 도심 곳곳에 오밀조밀 모여 있어 접근성도 좋다. 봄과 가을에는 각국의 정서를 담은 영화와 음식이 전주로 몰리는 세계적인 페스티벌이 열리며 언제나 입맛을 즐겁게 하는 음식들이 즐비하다. 궁중에서 먹던 비빔밥에서부터 서민적인 막걸리와 안주, 그리고 콩나물국밥까지 화려하지 않지만 전주만의 특색을 보여주며 따뜻한 정서가 돋보이는 곳이다.  



영화인들의 공간 전주영화의거리

전주가 인구 대비 영화관이 가장 많다는 이야기는 전주영화의거리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전주의 대표적인 명소인 영화의 거리는 전주 고사동 오거리 인근 일대에 조성된 곳으로 매년 이곳에서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6만 7천여 명의 관람객들이 영화의 거리를 방문해 낮에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감상하고 밤에는 각종 공연을 즐긴다. 거리를 누비는 관광객들과 영화 마니아들이 만드는 분위기 속에서 영화의거리는 활기를 띠고 전주의 명소로 거듭났다.

지난 2007년 전주시는 도시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트폴리스 정책을 추진했다. 디자인 부서를 신설하고 공공사업에 공공디자인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또한, 전주시가 영화의 거리를 조성하면서부터 CGV, MEGABOX 등 대형영화관이 들어섰고 기존에 있던 영화관들도 새롭게 모습을 단장해 관객들을 맞아 방문객이 급증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정갈하게 손님을 맞는 곳, 풍패지관(객사) 

전주영화의거리에서 번화가를 따라 걷다보면 풍패지관(보물 제583호)이 나온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이곳에서 잠시 앉아 쉬었다 가면 어떨까. 객사로도 불리는 풍패지관은 고려·조선 시대에 고을에 설치했던 객관으로 출장을 나온 관원이나 외국 사신의 숙소로 사용했던 곳이다.

조선시대에 와서 주전(본관)에 전패를 안치하고 국왕에게 배례를 올렸으며 국가 경조사가 있을 시에는 의식을 거행하거나 외객을 접대할 때는 연회장으로 사용됐다. 전주객사는 전주사고를 지은 뒤 남은 재료로 조선 성종 2년(1471)에 서익사를 개축한 기록으로 미루어 그 이전에 건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원래는 주관과 서익사와 수직사만 남아 있다가 얼마 전 동익사를 복원했다. 주관의 현판에 쓴 ‘풍패지관(楓牌之館)’ 글씨는 중국사신 주지번이 스승인 송영구를 찾아와 쓰고 갔다고 전해지나 기록은 전해지지 않았다. 현판의 규모는 높이가 1.8m가 넘으며 행초로 쓴 현판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고 전해지고 있다. 내용은 전주가 조선왕조의 발원지라는 뜻이다.

시끌벅적한 번화가의 소음이 들려오는 가운데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도심의 활기 속 여유를 느끼게 하는 풍패지관(객사)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휴식처 역할을 하는 만남의 장소이다.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전주한옥마을

전주시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있는 한옥마을은 서울 북촌이나 경주, 안동에 자리 잡고 있는 한옥마을들과는 다르다. 이곳 전주한옥마을은 10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지금의 형태를 갖추었기 때문에 전주한옥마을의 한옥들은 전통적 한옥이 아닌 도시 환경과 구조에 맞게 발전되어온 도시형 한옥이다. 이러한 도시형 한옥들과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경기전, 풍남문 같은 문화 유적지들의 만남이 오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를 보여주며 전주한옥마을만의 특별함을 보여준다.

전주한옥마을 입구에는 경기전과 전동성당이 위치해있다. 경기전(사적 제339호)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대표적인 유적으로 꼿꼿한 절개가 느껴지는 대나무숲과 거대한 고목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보물 제931호로 지정된 이성계 어진(왕의 초상화)과 유형 문화재 제16호로 지정된 조경묘가 있다.

조선왕조 1410년(태종 10)에는 어용전이라는 이름으로 태조어진을 완상, 계림, 평양 등 3곳에 모셨다. 그 후 1442년(세종 24)에는 명칭을 부여해 전주는 경기전, 경주는 집경전, 평양은 영종전이라 불리게 됐다. 경기전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으나 태조어진은 유일하게 정읍 내장산 용굴암을 거쳐 묘향산 보현사에 옮겨 보존됐고, 현재의 건물은 1614년(광해군 6) 관철사 이경동이 다시 영정을 봉안하기 위해 중건한 것이다.

경기전 정문 앞에 의연한 모습으로 서 있는 하마비도 꼭 봐야할 것이다. 하마비란 향교나 서원 등의 건물 앞에 세우는 비로 그 앞을 지날 때에는 경건한 마음을 갖도록 말에서 내려 걸어서 들어오라는 하나의 안내문이다. 화강암의 기단에 두 마리의 해태를 조각했으며 그 위에 대리석 비신이 세워졌는데, 그 조각 기법이 아주 정교하고 위엄이 느껴진다. 이 하마비는 경기전의 권위를 상징하듯 전면에 해서로 ‘지차개하마 잡인무득입至此皆下馬, 雜人毋得入’이라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누구나 이곳에 이르면 말에서 내리고, 특히 잡인은 들어오지 못한다.’는 경고성 문구이다.

전동성당(사적 제288호)은 1914년 천주교 신자들을 사형했던 풍남문 밖에 지어진 오랜 성당이다. 프랑스 신부가 설계·감독을 했고 회색과 붉은색 벽돌을 이용해 지은 로마네스크식 건물은 초기 천주교 성당 중에서 매우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힌다.

단아한 지붕이 모여 있는 한옥의 모습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전통체험과 유명한 오랜 음식점들이 함께 모여 있는 전주한옥마을은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관광명소 일번지가 됐다. 현재 전라북도와 전주시에서 전주한옥마을을 문화 관광 명소로 보존, 개발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오목대·이목대

오목대(전라북도기념물 제16호)는 1380년(우왕 6년) 삼도순찰사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구를 토벌하고 귀경하는 도중 승전을 자축하는 연회를 열었던 곳으로 1900년(고종 37년) 고종이 친필로 쓴 ‘태조고황제주필유지(太祖高皇帝駐?遺址)’가 새겨진 비가 세워졌다.

경기전(慶基殿)의 남동쪽 높지 않은 언덕에 위치하는데 주변에는 산책길이 잘 조성돼 있다. 예전에는 동쪽의 승암산에서 오목대까지 산이 이어져 있었으나 전라선 철도가 부설되면서 맥이 끊겼다고 한다. 오목대에서 육교 건너편으로 70m쯤 위쪽으로 가면 승암산 발치에 이목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이목대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4대조 목조 이안사(李安社)의 유허로서 시조 이한(李翰) 때부터 여러 대에 걸쳐 살던 곳이다. 이러한 내용은 《용비어천가》에도 잘 묘사돼 있다. 이목대에도 고종이 친필로 쓴 ‘목조대왕구거유지(穆祖大王舊居遺址)’가 새겨진 비가 세워졌다. 오목대와 이목대는 오래전부터 전주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전주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대로 이용되고 있다.



수련으로 덮인 덕진공원

아름다운 수련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안성맞춤인 덕진공원은 연인들 사이에서 데이트코스로도 유명하다. 전주의 대표적인 연꽃 군락지로 공원 내 자리 잡고 있는 공원에는 넓은 호수에는 매년 7월마다 만개한 연꽃이 가득하다. 호수 위의 현수교와 어우러진 연꽃을 보러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으며 시민들의 산책코스로도 사랑받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2013년도부터 전주 덕진공원을 중심으로 대규모 정원을 조성하기 위한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으며 이번 사업을 통해 덕진공원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으니 전주의 또 다른 명소가 하나 더 추가될 것 같다. 조금만 기다리면 호수를 가득 메운 연꽃과 함께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희귀동물과 관람차를 한곳에서, 전주동물원

덕진공원 인근에 위치한 전주동물원은 지난 1978년 6월 10일 개원한 유서 깊은 동물원이다. 지방동물원으로는 유일하게 호랑이, 사자, 기린, 하마, 들소, 큰뿔소, 낙타, 침팬지, 캥거루 등 대형동물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희귀동물인 반달가슴곰, 얼룩말, 재규어 등 총 106종 670여 마리의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도심 속의 쉼터로 자리 잡은 전주동물원은 무료로 유모차와 휠체어를 대여하고 있으며 또한 850여 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해 관람객들의 편의를 더했다.

또한, 동물원 한가운데 있는 넓은 잔디밭을 개방해 가족단위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했고, 청룡열차·바이킹·전자전투기·범퍼카·공중자전거·귀신의집·대관람차·미니패드·회전목마·회전오리·회전그네 등의 놀이기구를 갖추고 있어 동물과 함께 동심의 세계에 빠질 수 있다.



전주의 명물 콩나물국과 피순대

전라북도 전주는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이 날 정도로 지역의 특색을 담은 유명한 음식들이 많다. 전주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입소문 난 음식들을 찾으러 식도락 여행가들이 각지에서 몰려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전주콩나물국밥은 일반 콩나물국밥에 비해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 특징이다. 오장육부에 좋은 콩나물은 풍토병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력이 있어 식탁에서 떠나지 않았다는 전주부사의 기록이 있다고 한다. 콩나물 삶은 물과 멸치장국국물을 합쳐 뚝배기에 넣고 밥, 콩나물 무친 것, 새우젓을 넣고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김치볶음, 깨소금, 고춧가루를 넣은 것으로 날달걀이나 오징어 등을 넣어 김과 함께 먹기도 한다. 국물의 맑고 탁함, 얼큰함의 정도가 전주의 유명 콩나물국밥집마다 다르기 때문에 기호에 맞는 곳으로 찾아가길 권한다.

전주 남부시장에는 유명한 피순대집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항상 손님들이 줄서서 기다릴 정도로 전주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일반 순대에 비해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인 피순대는 선지와 야채가 꽉 들어차있어 한눈에 봐도 다름을 보여준다. 아낌없이 넣은 각종 재료들이 어우러져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맛을 자랑한다.

전주역과 한옥마을 당 곳곳에서 팔고 있는 ‘전주모주’ 역시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특유의 맛을 자랑하며 두 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다. 전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하나씩 들고 가는 유명상품이기도 하다. 



김지현 기자 jh6avril@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