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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shion, 쇼핑이 시작되었다

  / 2014-11-07 09:59:18


한류를 매개로 공감하는 한국인의 스타일

의상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일까? 영화를 보거나 그림을 감상할 때 항상 옷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저렇게 과장된 실루엣을 입은 여자들이 주인공이니 이 영화는 프랑스 혁명 전 로코코 시대가 배경이구나... 저 그림의 여인들은 허리선이 높이 올라간 드레스를 입고 있으니 1800년대를 그린 것이겠구나..등의 추측을 모르긴 몰라도 우선 하게 된다. 작가나 화가, 감독들은 작품에 등장하는 패션이라는 은유를 통해 시대의 이상과 가치관을 담아내기 때문에 이러한 어쭙잖은 선입견은 대충 맞아 들어갈 때가 많으니 또 하나의 재미라면 재미이다.

패션은 이처럼 시대의 사회와 문화, 정치, 경제적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람과 가장 가까이 밀착되어 있는 ‘상품’이면서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소통’이면서, 그 시대가 요구하는 ‘예절’이자 반항하고자 하는 ‘분노’를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좋아하는 사람과의 ‘연대’이자 닮고 싶은 사람에 대한 ‘연정’이 되기도 하고 슬픔을 속이는 ‘가면’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패션은 일반인이 사회와 소통하는 가장 일반적인 문화양식이다.

이와 같은 패션의 속성을 비추어 보았을 때, 한국의 패션이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인의 정서와 생활양식이 집약된 상징들을 드라마나 음악 등을 매개로 세계인과 공감하기 시작하였다는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외모나 성격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취향까지도 좋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류 스타들을 좋아하는 글로벌 팬들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나 K-POP을 부르며 멋지게 춤을 추는 아이돌 스타에게 열광하면서 이들이 즐겨 먹는 것, 자주 입는 것, 사는 곳 등에 관심을 보이고, 이와 동시에 따라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방을 하면서 자신과 연예인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류스타의 옷, K-Fashion이 되다

2000년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류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을 때 겨울연가로 잃어버린 로맨스를 재발견한 일본 중년여성들은 배용준이 광고하는 국내 모 남성복 브랜드의 스타일을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입히고자 끊임없이 매장을 방문했다. 중국에서는 젊은 한류 팬을 의미하는 ‘하한쭈(哈韓族)’라는 신조어가 생기면서 한국 패션을 모방했다. 통이 크고 허리선이 내려간 힙합 스타일 바지를 ‘한국바지’로 부르며 즐겨 입고, 종아리 부분부터 넓어지는 ‘부츠컷(bootscut)’ 스타일의 청바지와 통굽 신발을 신으며 ‘한국풍’을 뽐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한국 패션은 한국의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보다 더 일상으로 다가가 있다. ‘한류스타’들이 전달하는 호감이 한국 패션에 대한 선호도로 전이 되고 이를 모방하고자 하는 팬들은 쇼핑을 하러 거리에 나선다.

한류스타가 이끄는 한류 패션을 얘기할 때, 2014년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빼놓을 수 없다.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인 전지현이 입었던 고가의 명품들이 중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가방이나 의상 등 현지에서 찾아보기 힘든 아이템들은 인터넷 구매대행을 통해 쇼핑을 한다고 한다. 어느 신문기사에서는 중국의 한 쇼핑몰 검색창에 ‘별에서 온 그대’를 검색해 보면 27,000개의 제품이 검색되고 월 판매량은 2,159건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류 스타 이야기를 하자면 싸이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2년에 발표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사상 최초로 10억뷰를 돌파하면서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아이돌 스타 위주의 K-POP이 지역과 장르를 초월하여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싸이의 신곡이 발표될 때마다 세계 각지에서 실시간으로 조회하고 댓글을 남기며 때로는 한국보다 더 빨리 반응이 나타나기도 하면서 싸이 스타일 역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Dress Classy Dance Cheesy(옷은 고급스럽게, 춤은 저렴하게)’라는 유행어로 대중문화와 패션을 절묘하게 대비시켜 주목을 받았던 싸이의 패션은 외국인들의 축제인 할로인 데이의 코스프레 의상으로 등장하기도 하면서 각국의 쇼핑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K-Fashion을 구매하는 한류 팬

이처럼 한류가 한국 패션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하고도 연관이 깊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래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다름 아닌 명동, 동대문 등이다. 베트남,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인 관광객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 화장품을 명동에서 한 무더기씩 구매해 가고, ‘동대문 스타일’의 한국 패션을 둘러보기 위해 동대문 거리를 헤매고 다닌다. 한류 스타가 좋아서 한국을 방문한 소위 ‘한류 관광객’은 명동, 동대문에 더하여 신촌, 홍대 등도 방문한다. 이들 지역 역시 물어볼 것 없이 한국 패션샵들이 밀집되는 한국 패션 대표상권이다.

이처럼 문화콘텐츠로 시작된 세계인의 관심은 경제적 효과로 확산된다. 국제무역연구원은 2011년 “한류를 알면 수출이 보인다”는 보고서에서는 한류를 접한 뒤 한국 상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한류로 인한 호감도가 구매까지 이어진 품목 중 화장품, 의류, 악세서리 등 한국 패션과 관련된 제품을 구매했다는 응답의 합이 49.4%로 가장 높았다. 2012년 수출입 은행이 분석한 ‘한류 수출의 경제적 효과’에 의하면 영화, 방송, 음악, 출판 등의 문화상품 수출액 100달러가 증가할 때마다 의류 수출액이 35달러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고, 미디어 상품인 영화의 경우 영화 수출 100달러가 증가하면 의류수출이 87달러 증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 대한상공회의소도 서비스와 제조업 분야 중견기업 300개 사를 대상으로 ‘한류의 경제효과와 우리기업의 활용실태’ 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서는 화장품 기업의 28.1%가 한류 확산이 실질적인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고 응답했고 의류 기업은 23.3%가 매출 상승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문화간의 교류와 접촉을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은 한 문화권에서 다른 문화권으로 확산되는 ‘문화의 전파’는 인간관계, 가치관과 같이 무형의 것보다는 의식주 등과 같은 유형의 문화가 쉽고 빠르게 확산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문화콘텐츠와 한류스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제 쇼핑을 하러 나섰다.  문화콘텐츠는 이렇게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이윤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실장은 대우경제연구소 마케팅전략팀 선임연구원

전국경제인연합 산업디자인트렌드사무국 연구원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