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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의 중심에 우뚝 선 경북 의성

  / 2014-09-04 12:43:59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특별한 여행 



 



경북의 중심에 위치한 의성은 경북 어느 지역이든 쉽게 갈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가졌다. 그러나 경북 안에서만 머물러도 둘러볼 것들이 너무 많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안계평야는 경북의 3대 평야 중 하나로 낙동강의 상류 중에 하나인 위천이 흐르는 장관을 선사한다. 한여름에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글 수 있으며 의성마늘이 들어간 각종 요리를 맛볼 수도 있다. 더불어 공룡발자국에서부터 천년고찰, 선비들이 살았던 오랜 마을까지 볼거리와 먹을거리,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원한다면 의성에 가보자. 





고속도로 가운데서 만나는 공룡서식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내륙지방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이 있다. 의성공룡발자국화석지는 읍내를 벗어나 지방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멀지않은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공룡발자국이 주로 해안가에서 발견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공룡발자국은 내륙지방에서 발견됐다는 점이 매우 특이하다. 경사면 위에 여기저기 흩어진 공룡발자국을 관찰하다 보면 짧은 인류의 문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오랜 역사와 공룡의 흔적에 감탄하게 된다. 자연과학을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보자. 학습에 흥미를 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의성군 금성면 제오리에 남겨진 공룡발자국화석(천년기념물 제373호)은 약 1억 1,500만년 전 중생대 전기 백악기의 공룡발자국 화석으로 초식동물인 대형 울틀룡과 육식공룡들이 떼지어 다니던 거대한 공룡공원이었음을 보여준다. 거대한 바위 위에 찍힌 크고 작은 발자국을 보면 당시 공룡의 규모와 생태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단일면적에 밀도 높게 찍힌 발자국이 그대로 보존된 이 거대한 자연사 자료는 오래전 의성군 관내 지방도로 확장공사 중 산허리 부분의 흙을 깎아내면서 발견됐다고 한다. 



이곳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화석은 어마어마하다. 총 4종류의 공룡발자국 316개가 확인됐으며 발굽울트라룡, 발톱고성룡, 발목코끼리룡 등 3종류의 초식공룡발자국과 육식공룡인 한국큼룡발자국이 발견됐다. 이곳에서는 대·중·소형의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의 발자국이 동시에 발견돼 공룡의 서식지였음을 짐작케 한다. 또한,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은 발의 크기, 보폭, 걷는 방향 등을 알 수 있어 당시 공룡의 모습과 생활 등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





8경을 찾아 떠나는 재미, 빙계군립공원 



계곡이라고 여름에만 찾는 것은 아니다. 삼복에 얼음이 얼고 엄동설한에 더운 김이 무럭무럭 오른다는 신비의 계곡인 빙계계곡은 예로부터 빼어난 경치로 유명했으며 한여름에도 얼음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013년 6월 30일에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에서는 빙계계곡에서 얼음이 어는 빙혈(얼음굴)을 찾는 멤버들의 모습이 나왔다. 풍계리에 있는 빙계계곡은 경북 8승 중 하나로 빙계 8경이라 불리는 볼거리들이 계곡 곳곳에 산재해 있다. 빙계군립공원의 하이라이트인 빙혈과 풍혈은 여름 삼복 때는 시원한 바람이 나오며 얼음이 얼고, 엄동설한엔 더운 김이 솟아난다는 신비한 굴이다. 얼음동굴인 빙혈과 바람동굴인 풍혈이 있어 산을 빙산이라 하고 그 산을 감돌아 흐르는 내를 빙계라 하며 동네를 빙계리라 부른다. 



빙계계곡의 볼거리인 8경은 빙혈, 풍혈, 인암, 의각, 수대, 빙산사지오층석탑, 불정, 용추인데 초입에 위치한 용추(용소)에서는 깎아지른 바위절벽 아래로 맑게 샘솟는 용소개울을 볼 수 있다. 용추를 시작으로 천천히 걸으며 빙계 8경을 확인하다보면 시원한 계곡전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빙계서원을 지나면 8경 중 하나인 수대를 볼 수 있는데, 수대란 커다란 물레방아로 옛날 빙계정사 가까이에 시냇물을 이용해 많은 곡식을 찧는 용도였다고 한다. 



의각은 임진왜란 때 윤은보가 모재 김안국, 희재 이언적 두 분의 위패를 청송 주왕산으로 모셔 들어가 7년간 피난시켰다가 평란 뒤 빙계서원에 안치한 곳이다. 





빙산사지오층석탑(보물 제327호)은 의성 지역에 위치한 의성탑리오층석탑의 형식을 모방한 것으로 1973년 석탑을 분리해 수리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사리구 일체가 출토됐다. 사면에 양식화된 봉황을 투조한 사각 금동제 사리합과 그 안에 녹유리 사리병이 안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 외에 금동 보주형 두광배, 금동 뒤꽂이, 청동 소령, 청동 부젓가락, 석제 구슬 등도 함께 공양품으로 발견됐다. 이들은 현재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모방의 본원이 됐던 의성탑리오층석탑(국보 제77호) 역시 의성 탑리리에 정갈한 모습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의성탑리오층석탑은 화강암으로 조성된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으로 부분적으로 전탑의 수법을 모방한 목조건물의 양식을 보여줘 당시 석탑양식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탑 중 대형석탑에 속한다.





이름마저 고운 고운사에서 불상을 마주하다   



구름을 타고 오른다는 등운산 기슭에 위치한 고운사는 현재 조계종 16교구 본사로서 2개시 3개군 60여 개의 말사를 관장하는 크고 오랜 사찰이다. 고운사로 들어가기 전에 거치는 천년숲길은 고즈넉한 정막 속에서 사색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며 걸음을 쉬게 한다. 고운사에 도달하면 고운 자태와는 다르게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교함과 위엄을 느낄 수 있다.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원년(서기681) 시대에 의상조사가 창건하고 그 후 고운 최치원이 중건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에는 사명대사가 승군의 전방기지로 삼아 식량을 비축하고 부상한 승병의 뒷바라지를 했으며 석학으로 이름 높은 함흥대사는 학문을 연구하는 등 불도와 학문의 본원지라고 할 수 있는 유명한 절이다. 



경내에는 국가 및 지방문화재와 30동의 건물이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봐야할 것이 있다면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206호)이다. 이 불상의 높이는 79㎝로 대좌와 광배를 모두 갖추었고 오른손 손목이 떨어져나간 것 외에는 손상이 거의 없는 완전한 형태를 띠고 있다. 머리는 육계의 표현이 불분명한 나발이며 단정한 사각형의 얼굴에 눈·코·입이 비교적 작게 묘사되어 정적이며 근엄함을 보여준다. 좁은 이마에는 큼지막한 백호공이 있다.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한 길상좌를 한 오른쪽 다리 위에 올려져있으며 법의는 우견편단으로 얇게 몸에 밀착되었고 각선이 뚜렷하다. 대좌는 상·중·하대로 이루어진 팔각연화대좌(八角蓮花臺座)로 중대는 팔각으로 각 모서리마다 우주(모서리 기둥)를 표현하였을 뿐 아무 장식도 하지 않았다. 하대는 큼직하면서도 간결하게 복판복련화문(겹꽃잎의 연꽃이 아래로 향하고 있는 무늬)이 새겨져 있고, 위에는 중대석을 받치는 팔각의 받침이 2단으로 표현되었다. 전체적으로 머리·얼굴·옷주름 등을 봤을 때 8세기 불상의 양식과는 현저히 구별되는 9세기 불상의 특징을 보여 주고 있으며, 화려하고 섬려한 광배와 대좌에서도 그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선조들이 머물었던 고택을 찾는 마을탐방  



고운사 인근에 있는 사촌마을은 고려 말 감목공 김자첨이 이곳으로 이주해 마을이 형성됐다. 영남 사림의 선비정신을 실천했던 송은 김광수, 퇴계학맥의 큰 줄기를 형성한 만취당 김사원, 천사 김종덕 등 조선시대 영남학파의 대표학자들을 다수 배출했다. 



마을 서쪽 입구에는 사촌 가로숲(천연기념물 제405호)이 있으며 서림이라고도 불리는 이 숲에는 수령이 300년에서 600년 정도 되는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 10여 종, 500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마을의 대표적인 장소이다. 다수의 지정문화재와 전통가옥이 보존돼 지금까지 전해내려오고 있다. 조선 중종 때 만취당 감사원이 건립한 의성만취당(지방유형문화재 제169호)도 볼 수 있는데 부석사 무량수전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라고 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은 또 있다. 금성산의 멋진 산세가 잘 보이는 산운마을은 의성에서 ‘대감 마을’로도 불리는 전통 반촌으로 영천 이씨 집성촌이다. 조선 선조 때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학동 이광준이 이곳에 정착해 마을을 이루었으며, 이후 광해군 때 승지를 지낸 경정 이민성, 현종 때 형조 판서를 지낸 운곡 이희발 등이 살았다. 



학록정사(지방유형문화재 제242호), 의성소우당(중요민속자료 제237호), 의성운곡당(문화재자료 제374호), 의성점우당(문화재자료 제375호) 등 지정 문화재와 전통 가옥이 많이 남아있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머무는 고택체험이 가능하며 정원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도 즐길 수 있다.  



 



분진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자란 농산물



의성하면 마늘이 떠오를 만큼 마늘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의성마늘은 조상 대대로 재배해 온 토종마늘로 주아재배로 즙액이 많고 입안에서 독특한 향기와 매운맛이 감도는 것이 특징이다. 전국 농산물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으니 의성에 왔다면 마늘은 꼭 먹어봐야 한다. 의성지역에서 몸에 좋은 마늘을 자주 섭취한 결과 건강하고 힘이 좋다보니 이곳 출신 씨름선수들이 많다고 한다. 



의성에는 국내 최초 사화산인 금성산이 있는데 화산분진으로 이루어진 토양과 점토가 알맞게 섞여 공기가 잘 통하고 물빠짐이 좋아 국내 최고의 마늘생산지가 됐다. 분진으로 이뤄진 독특한 지형 덕분에 마늘뿐만 아니라 다른 어느 지역보다 특산물이 많다.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재배해 미량원소가 풍부한 쌀부터 시작해서 매운맛이 일품인 마늘과 고추, 그리고 당도 높은 사과, 자두, 복숭아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해주는 계절의 별미들이 가득하다. 



 



김지현 기자 jh6avril@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