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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초심으로 초지일관할 것을 기대한다

  / 2014-08-04 15:48:28

지난 7월 1일 민선 6기 지방자치가 그 닻을 올렸다. 1995년 지역주민들에 의해 단체장을 선출하면서부터 20년째로 이제 성년이 다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룩한 지방자치지만 성숙한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통과의례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가혹한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이제 또다시 시작의 의미를 가슴에 새겨야 할 시점이다.

이번 민선 6기는 출발부터 예년과 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도 있었겠지만 비단 그뿐만 아니라 간략하고도 검소한 취임식 등에서 진정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새벽부터 민생ㆍ일자리ㆍ안전ㆍ복지현장 등을 차례로 둘러보고 퇴근 후 간단한 취임행사를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현충탑 참배를 시작으로 별도의 취임축하 행사 없이 경기도 소방본부를 찾아 안전점검을 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김충식 창녕군수는 충혼탑 참배를 시작으로 정례조회에서 취임식을 치렀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도 별도의 취임식 없이 환경미화원과 함께 재래시장 주변을 청소하면서 깨끗한 행정을 다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날 새벽에 환경미화원복지관을 방문한 후 이어서 죽도어시장에서 경매를 진행했다. 취임식장에서도 맨 앞자리가 아닌 중간 자리에 앉아 시민의 눈높이로 소통하고 화합한다는 의미를 강조했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1층 현관홀에 마련된 200여 석의 자리에 초청된 내빈과 시민들이 앉고 직원들은 자유롭게 둘레에 서서 취임식을 지켜봤다.

보도에 따르면 취임식을 봉사활동으로 대신하거나 아예 취임식을 열지 않은 지자체장도 있다. 조억동 경기도 광주시장은 취임식 비용 900여만 원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고 봉사활동을 펼쳤다. 김윤식 시흥시장과 김선교 양평군수, 김성기 가평군수 등은 결식아동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밥 퍼 봉사’로 취임식을 대체했다. 김만수 부천시장과 조병돈 이천시장, 곽상욱 오산시장도 취임식 대신 현장방문 및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사실 그동안 대부분 호화 취임식으로 혈세를 낭비하며 비난을 자초한 지자체가 많았다. 물론 민선 6기에 임기를 시작하는 단체장 중에는 재선과 3선으로 연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의미는 달라도 이들의 지역발전을 위하는 포부와 각오는 같을 것으로 믿는다. 민선 6기만큼은 성숙한 시민의식에 부응하는 지자체장으로서 그동안의 적폐를 과감히 척결하겠다는 각오와 오직 주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선거 전(戰)의 공약을 지켜갈 것으로 기대한다. 취임식 날 보인 신임 단체장의 행보는 지역주민의 복리를 책임진 이로서의 당연한 의무이다. 그동안 화려하고 요란한 출발로 주민의 기대를 잔뜩 부풀렸다가 용두사미로 사라진 민선 지자체장이 부지기수였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기대한 지역주민에게 아예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으로 절망에 빠뜨렸다. 심지어 온갖 부패와 비리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치적을 앞세운 낭비성 사업으로 주민들을 고통으로 몰고 간 지자체장도 한둘이 아니다. 일일이 열거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폐단은 이제 다시는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지자체장 혼자서 부조리를 모두 혁신을 할 수는 없다.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세력으로부터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 또한, 복지부동으로 매사에 배타적인 시스템을 개조시키지 못하고 개혁은 벽에 부딪힐 수 있다. 하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지자체장의 굳은 의지가 이를 타파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정부패에 유혹당하지 않도록 자기관리에 엄격해야 한다. 굳이 청렴결백이란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차용하지 않아도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음은 소통의 중요성을 항시 잊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권력자들에게 늘 ‘불통’이란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인(人)의 장벽으로 소통 부재가 생긴 경우도 있었고 독선과 아집으로 귀를 막아버린 경우도 있었다. 소통은 통합과 참여를 모토로 하는 지방자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낮은 곳으로부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며 이해와 설득으로 화합을 이룩해야 한다. 진정한 소통은 참모들의 보고와 현장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인다면 초심을 잃지 말고 초지일관하라는 것이다. 주민과의 약속인 공약을 실행하고, 섬김의 행정을 펼치겠다는 그 마음이 변치 말아야 한다. 민선 6기는 성공한 지자체장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글 전병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