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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하동 낭만의 고장

  / 2014-08-04 14:37:10


맑은 햇빛이 흐르는 섬진강 여행



하동으로 가는 길에는 넓은 평야와 푸른 산, 시원한 물길이 펼쳐진다. 산 좋고 물 좋다는 곳이 바로 하동 아닐까.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섬진강변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둘러보는 하동은 고요하고 낭만이 가득한 풍경을 담고 있다. 무더운 여름 산과 물 어떤 것을 기대하고 찾아와도 모자랄 게 없는 곳이다.  



영남과 호남의 경계에 선 화합의 장 

화개장터는 본래 화개천이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에 열리던 장으로, 섬진강의 종점, 즉 행상 돛단배가 들어올 수 있는 가장 상류 지점에 있었다. 영남과 호남의 경계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장터가 들어서게 됐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조용하기 그지없지만 오일장(1, 6일)이 열리는 날엔 온 장터가 떠들썩했다. 장터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화개장터에 꼭 들려보자. 하동군 시내에서 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현재 복원된 화개장터는 옛날 화개장터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1999년 12월 하동군 화개면 탑리 일대에 전통 장옥 3동, 장돌뱅이들의 저잣거리와 난전, 주막, 대장간 등 옛 시골장터 모습을 복원하고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곁들여 2001년 봄에 개장한 것이다. 때마침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가 유명세를 타면서 이제는 누구라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하고 시작하는 가사와 익숙한 멜로디, 그리고 노래 속 배경인 화개장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1948년 소설가 김동리가 「역마」를 쓸 당시의 낭만과 추억이 어린 화개장터는 사라졌지만  현대의 화개장터를 구경하며 옛날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야외 장옥에서는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나는 특산물인 야생녹차·둥글레·더덕·오미자·천마·참게장과 같은 약재 및 식품 등을 취급하고 있으며 구 장옥은 식당과 다구 및 녹차 가게, 한복 가게,  기념품 가게들로 구성돼 있다. 음식점에서는 보리밥·산채비빔밥·국밥·참게탕·재첩·은어회·도토리묵 등을 팔고 있다.

화개장터에는 ‘화개장터’라고 쓰인 표지석과 화개장터의 유래 및 「화개장터」노래 가사를 적은 석조물, 역마상과 옛 보부상의 조형물이 있다. 매년 4월 초가 되면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10리에 걸쳐 벚꽃이 만발하며, 화개장터 벚꽃 축제가 열려 민속놀이 체험과 녹차 시음회 등 행사가 이어진다. 또한, 5월에는 하동 야생차 문화 축제 기간에 맞춰 화개장터 역마 예술제도 열린다. 이는 김동리의 소설 「역마」를 주제로 하는 예술제로서 마당극과 판소리 공연 등이 펼쳐진다. 오랜 시간 보부상들의 집합소가 됐던 화개장터를 찾아 시원한 막걸리와 함께 흉금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져보자. 




섬진강변 하얗게 수놓은 십 리 벚꽃길

한창 뜨거운 여름날이지만 하동 하면 쌍계사 벚꽃길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가는 길에 이어진 벚나무길은 봄이면 환상적인 벚꽃이 빼곡히 피어난다고 하니 매년 돌아오는 봄이지만 봄꽃에 설레는 관광객을 위해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꽃길로 유명한 섬진강변 19번 국도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바 있으며,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구간은 십리벚꽃길의 고운 자태를 뽐낸다. 1931년 주민들이 벚나무 1,200그루와 복숭아나무 200그루를 심은 것을 계기로 지금은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드는 관광명소가 됐다. 화개계곡을 끼고 도로 양쪽에 자리한 수령 50~60년 이상의 벚나무에 꽃이 피면 환상적인 벚꽃터널이 이루어진다. 도로변을 따라 만개한 환상적인 벚꽃과 어우러진 맑은 물, 그리고 곳곳에 피어있는 개나리꽃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지리산 자락의 끝, 형제봉

하동군 악양면의 형제봉(성제봉)은 지리산 남부능선의 끝자락에 우뚝 솟은 봉우리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산행지여서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설 「토지」의 배경인 악양면 평사리 들녘과 섬진강, 그리고 섬진강 건너 자리의 지맥이 그대로 이어져 우뚝 솟은 백운산의 자태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성제봉이다.

성제봉의 등산로는 대부분 악양면 등촌리에서 시작되는데 하산은 신선대, 고소성을 따라 19번 국도로 향하는 코스와 상불재를 거쳐 쌍계사로 향하는 코스가 있다. 흔히 악양면 등촌리를 시작으로 성제봉에 올랐다가 고소성을 따라 하산하기도 하며 쌍계사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등산객을 비롯한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코스가 아닐 수 없다. 성제봉을 오르며 만나볼 수 있는 해발 300m의 고소성과 토지의 평사리, 악양의 모습은 산맥으로 둘러싸인 하동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소설 속 아름다운 전경, 최참판댁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박경리의 소설「토지」 주인공 서희와 길상이의 어린시절 배경이 되는 영남 대지주 최참판댁이 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토지」의 무대로 유명한 악양 평사리는 섬진강이 주는 대자연의 혜택을 받은 땅이다. 평사리가 위치한 지명인 악양은 중국의 악양과 닮았다 해 지어진 이름이며 중국에 있는 지명을 따와서 평사리 강변 모래밭을 금당이라 하고 모래밭 안에 있는 호수를 동정호라 지었다고 한다. 지리산의 거대한 능선이 남으로 뻗어있는 남부능선 대미에 해당되는 성제봉과 그 아래 넓은 평야지대가 펼쳐진 모습은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인상을 준다.

악양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 중에 소상팔경이 있으며, 평사리 들판에 위치한 동정호와 악양의 소상팔경은 향토적인 아름다움이 가득 담긴 풍경을 보여준다. 또한, 성제봉 중턱에 위치한 사적 제151호인 고소성은 신라시대 축성한 것으로 섬진강과 동정호와 함께 오랜 세월을 말해준다.

평사리의 최참판댁은 한옥 14동으로 구현됐으며 조선후기 우리민족의 생활모습을 재현해 놓은 토지세트장이 잘 조성돼 있고 인근의 평사리 문학관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매년 가을이면 전국문인들의 문학축제인 토지문학제가 이곳에서 개최돼 문학마을로서 자리매김 했으며 또한 소설 속의 두 주인공을 캐릭터로 한 관광 상품도 찾아볼 수 있다.



하동에만 있는 특별한 재첩국

하동에 간다면 이것만큼은 꼭 먹어봐야 한다. 바로 재첩국이다. 민물조개인 재첩은 우리가 먹는 조개 중 가장 작은 조개이다. 보통은 삶아서 국으로 먹는데 하동 섬진강에서만 나는 재첩은 워낙 유명하다고 한다. 1950년대부터 아주머니들이 재첩을 잡으면 밤새 국을 끓여 경전선 기차를 타고 진주까지 나가 팔았다고 하니 그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도 이곳 특유의 시원한 국물맛이 달라진다고 하니 하동에서 꼭 먹고 가야 섭섭하지 않을 것이다.

하동에서 재첩국을 먹었다면 입가심으로 먹기 좋은 것이 또 있다. 지리산자락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하동매실은 맛은 시고 독이 없으며 마음을 편하게 하며, 팔다리와 몸의 통증을 줄이고, 피부를 재생시키며 설사와 갈증을 멈추게 하는 등 각종 효능이 있다.

지리산자락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하동매실은 단단하고 향이 독특해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다. 하동은 매실 재배에 가장 적합한 기후와 토양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옛날부터 매실의 고장으로 각광 받아왔다. 각종 요리에 들어가는 엑기스와 속을 편안히 해주는 매실차, 입맛을 돋우는 매실장아찌까지 향긋하고 톡 쏘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매실도 잊지 말자.  



김지현 기자 jh6avril@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