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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등재만이 목적일 수 없다

  / 2014-07-07 09:59:49

제3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회에서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확정됐다. 조선 시대  수도 한양을 방어했던 남한산성은 우리 민족의 뼈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현장이면서 이를 극복한 선조들의 지혜를 탐구할 수 있는 소중한 역사 문화 자산이다.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에 위치한 남한산성은 조선 시대의 산성이며 사적 제57호로 지정돼 관리돼 오고 있다. 1637년 병자호란 때 인조는 청나라에 굴욕적인 항복을 했다. 인조는 세자를 비롯한 대신들과 청태종의 수항단이 마련돼 있는 잠실나루 부근 삼전도에서 2만 명의 적병이 도열하고 있는 사이를 걸어 청황제를 향하여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이른바 삼배구고두례(三拜九敲頭禮)라는 항복례를 실시했다. 이때 인조는 수항단을 오르면서 머리를 조아리자 청태종은 땅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다시 할 것을 요구해 인조의 이마는 피투성이가 됐다고 한다. 치욕의 상징으로, 고난극복의 역사 현장으로 후손들에게 많은 교훈을 전해주는 남한산성은 우리의 고유한 문화유산이다.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조선의 도성인 한양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산성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의 발굴조사 결과 8세기 중반에 조성된 성벽과 건물터 등이 확인돼 신라 주장성(晝長城)의 옛터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남한산성은 호국불교의 상징으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당시 인조는 승도청(僧徒廳)을 두고 조선 8도의 승군을 동원해 남한산성을 축성했다. 그 당시 건립한 10여 개 사찰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있는 곳은 장경사를 비롯해 망월사, 국청사, 개원사 등이 그 호국의 얼을 이어오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남한산성이 17세기 초 비상시 임시수도로 일본과 중국의 산성 건축기술을 반영하며 서양식 무기도입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방어기술을 종합적으로 집대성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축성술의 시대별 발달 단계와 무기체제의 변화상을 잘 나타내며 지금까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큰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불국사ㆍ석굴암, 창덕궁, 수원화성, 경주 역사유적지구, 고창ㆍ화순ㆍ강화 고인돌 유적, 조선 왕릉 40기, 하회ㆍ양동마을, 남한산성 등 모두 10건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으며 제주 화산섬ㆍ용암동굴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한편, 세계유산위원회는 남한산성 등재를 확정하면서 인접 지역의 개발 행위를 적절히 통제하고, 주민들이 유산 관리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단서조항으로 제시했다. 사실 남한산성이 최근까지 수도권 시민들의 등산 명소이자 유원지로 이용됐었다. 하지만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번에 지적한 남한산성만이 종합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세계 문화ㆍ자연 유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상업 관광지로 이용되거나 보존ㆍ관리에 문제점이 드러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팔만대장경 훼손이 진행되고 있고 석굴암도 보존ㆍ관리가 시급한 상태라는 소식이다. 이뿐만 아니라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남산에서는 올해 화재도 발생했었다. 이 외에도 조선왕릉 등 세계문화유산 주변에 노후 불량건물이나 군부대, 식당가 등이 방치돼 경관을 해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인천 강화 고인돌이 훼손되거나 관리 상태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의 자연ㆍ문화유산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11곳이 세계유산으로 확정됨으로써 관광산업 국제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18건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있어 추가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보존ㆍ관리와 홍보를 전담할 세계유산 전담기구가 필요하다. 세계유산 등재만이 목적이 아니라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보존ㆍ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6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아우르는 역사적 경관을 지녔던 독일 드레스덴 ‘엘베계곡’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취소했다고 한다. 그 일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다리를 세웠다는 것이 이유였다. 우리도 이를 거울삼아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