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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고장을 따라 걷는 여행

  / 2014-06-02 16:18:39


고즈넉한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안동은 낙동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자연경관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와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경북의 17%를 차지하는 307점의 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안동은 그것이 종교나 역사적으로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 다양성을 보여주는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 민속 문화의 모태가 된 성주신앙(집안 대주의 운수와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가신을 믿는 신앙), 중국 선불교의 근거가 된 봉정사, 그리고 조선조의 정치, 철학, 문화의 상징이자 퇴계 이황으로 대표되는 성리학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조선 인물의 반은 영남에서 나고 영남 인물의 반은 안동에서 났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인물이 안동에서 났으며 유교문화와 민중문화의 화합이 잘 이루어진 곳이다. 성리학의 철학과 유학적 삶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 운동가를 배출했으며 근대 기독교 문화를 꽃피우기도 한 지역이다.



시내에서 즐기는 성진골 벽화마을

안동을 둘러보려면 적어도 이틀 이상의 시간을 잡고 오는 것이 좋다. 아쉽게도 당일치기를 해야 한다면 안동시내에 위치한 벽화마을에 찾아가 보자. 벽화마을은 2009년 안동 동부초등학교 담벼락과 성진골(신세동) 일대에 마을미술프로젝트로 조성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섬세한 손길로 완성된 벽화뿐 아니라 타일로 꾸며진 계단, 오줌 싸는 개, 고양이 커플 등 익살스런 조형물들이 동네와 함께 어우러져 있어 언덕을 오르며 작품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겨운 동네의 정취와 골목 곳곳에서 만나보는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에도 좋으니 친구 또는 커플끼리 가볍게 둘러보자.



안동호에서 즐기는 시원한 래프팅

안동 시내에서 가까운 안동호와 월영교 역시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안동은 안동·임하댐과 낙동강, 반변천 등 풍부한 수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여름철을 맞아 수상레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리는 명소로 급부상 중이다. 맑은 물을 자랑하는 안동호반이 수상스포츠 장소로 알려지면서 국내외 동호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또한, 7개 업체에서 운영하는 래프팅과 안동·임하호에서 운영하는 3곳의 수상레저에 매년 1만 명이 넘는 수상체험객이 몰리고 있다. 안동댐 주변의 안동호는 수심이 깊고(6m 이상) 래프팅을 비롯한 모터보트, 수상스키, 웨이크·바나나보트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매월 한 차례씩 배스낚시 대회가 열리고, 매년 한 차례 이상 국제대회도 열려 스포츠 피싱 동호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안동호를 가로지르는 월영교는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월영대를 옮기며 만든 목책교로 국내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길이 387m, 폭 3.6m)이다. 월영교 중간에 위치한 월영정에서 낮에는 시원한 강바람과 한적한 호반의 경치를, 밤에는 수면에 비친 환상적인 조명이 만들어내는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안동호 주변으로 산책로 또한 잘 정비돼 있으며 자전거를 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종가의 전통이 그대로, 고택탐방

가장 안동다운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고택체험을 권하고 싶다. 안동은 고택이 많기로 유명하며 치암고택, 향산고택, 농암종택, 번남고택, 경당종택 등 체험고택 및 비 체험고택들이 즐비하다. 안동시 안막동 소재 치암고택은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하자 분함을 이기지 못해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 퇴계 이황의 11대손 치암 이만현 선생의 고택이다. 집안 곳곳에서 강인한 정신과 180여 년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그 옆에 위치한 향산고택은 2012년 8월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순국의사 향산 이만도의 집으로 조선 고종 3년 문과에 급제해 교리, 응교, 양산군수를 지냈고 벼슬을 마다했으며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자 유서를 남기고 단식하다 순국했다. 본래 도산면 토계리에 있던 것을 안동댐 건설로 인해 옮긴 것으로 사랑채의 맞배지붕은 옆면이 사람 인(人)자 모양으로 바람막이 판을 단 것은 이 지방에서 보기 드물다.

농암종택은 안동에서 35번 국도를 이용 도산면 소재지를 지나 봉화와 경계선에 이르는 ‘도산구곡’의 비경이 고스란히 간직된 아름다운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정취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경당종택은 대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경당 장흥효 선생의 종택으로 정침과 사당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ㅁ자형 건물에서 전통예절 의생활 체험과 함께 뒤편의 넓은 정원과 잔디밭에서 옛 선비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다.



서원에서 느껴지는 올곧은 절개

높은 산에 있어 구불구불한 길을 타고 찾아가야 제 모습을 보여주는 병산서원(사적 제260호)은 본래 풍악서당으로 풍산현에 있던 것을 서애 류성룡이 선조 5년에 후학 양성을 위해 이곳으로 옮겼다. 광해군 6년에 서애 류성룡의 업적과 학덕을 추모 추모유림에서 사묘를 짓고 향사하기 시작하여 서명문 서원으로 자리 잡았다. 하회마을에서 화산을 넘어 낙동강이 휘도추모바위벼랑을 마주 보는 병산서원은 그 절묘한 경치와 뛰어난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낙동강을 마주 보며 서 있는 만대루를 을 해 광영지, 입교당, 존덕사, 장판각 등은 서원의 향취를 느끼게 해주며 전형적인 모습을 잘 간직한 서원으로도 유명하다. 만대루에 올라 낙동강을 바라보며 선비들의 정신을 느껴보자. 

도산서원(사적 제170호)은 한국 최고의 유학자 퇴계 이황(李滉, 1501~1570)이 도산서당을 짓고 유생들을 교육하며 학문을 쌓던 곳으로 선생이 돌아가신 후 제자들과 유림에서 그 높은 덕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했다. 선조 8년 당대 최고의 명필이었던 한석봉의 친필로 된 편액을 하사받아 사액서원이 됐다. 도산서당과 농운정사, 광명실, 전교당, 상덕사, 장판각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앞에는 안동호가, 뒤에는 소나무 숲이 에워싸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선비정신을 아주 값진 것으로 생각했다. 선비는 가장 훌륭한 인간상으로서 존경받았으며 지도자는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국가사회를 이끌어 갔다. 옛 선비들이 공부하고 지녔던 이 같은 정신을 우리사회에 널리 알리고자 도덕입국이라는 가치 아래 바람직한 인간상을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을 운영하고 있다. 선비문화수련원은 특수 분야연수기관으로 승인 받았으며 현재까지 많은 수련생을 배출하고 있다.



한 폭의 절경, 하회마을과 부용대

하회마을(중요민속문화재 제122호)은 처음에는 허 씨(許氏)와 안 씨(安氏) 중심의 씨족마을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풍산류씨(豊山柳氏) 동성마을이 됐다. 낙동강의 흐름이 마을을 감싸며 흐르고 있어 하회(河回)라는 지명이 생겼다.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한 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으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하회마을은 신비감을 자아낸다.

하회마을에는 신성한 기운이 깃든 삼신당이 있다. 수령이 600년 이상 된 거대한 느티나무가 긴 세월 이곳을 지키고 서있으며 소원나무라고도 한다. 성인 여러 명이 둘러싸도 둘레를 겉잡을 수 없는 거대한 밑동이 인상적이다. 나무 주변에는 소원이 적힌 종이가 빼곡할 정도로 관광객들이 꼭 방문해 소원을 빌고 가는 곳이다. 

하회마을 곳곳에서 고즈넉한 기와집, 진흙으로 쌓아올린 초가집, 토담집 등 조선전기 이래의 건축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하회별신굿탈놀이, 선유줄불놀이 등 민속문화가 그대로 남아있어 안동의 전통문화를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한 민속마을이다. 살아있는 역사를 간직한 이곳 삶의 터전은 지난 2010년 7월 31일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세 끼는 모자라, 너무 많은 먹거리    

안동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안동은 연·일교차가 크고 내륙분지 특유의 기후 덕분에 사과나 마 등 농특산물 생산에 적합한 환경이 됐다. 또한, 예부터 바다에서 먼 내륙분지로 산물을 이동하면서 부패를 막기 위해 염장을 했던 것이 최고의 맛을 내게 된 유래가 됐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안동간고등어는 남동 연해에서 잡힌 신선한 고등어를 염장 처리한 것으로 꼭 맛보아야 할 대표음식이다.

안동하면 안동찜닭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안동 구시장 통닭골목에서 손님의 요구로 만들어졌다는 안동찜닭은 닭고기와 감자, 시금치, 대파 등의 야채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춧가루와 생강의 매콤한 맛과 담백한 양념이 어우러진 대표음식이다. 또한, 한우 역시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맛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안동은 전국 최대의 사과산지이며, 선명한 색상, 높은 당도, 연한 육질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그 외에도 제사 후 제사음식으로 비빔밥을 해먹던 풍습에 따라 같은 재료를 마련하여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헛제삿밥,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지방 음식인 안동국시, 건진국시, 고두밥에 무, 고춧가루, 생강이 들어간 독특한 맛의 안동식혜, 신라시대부터 내려와 경북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안동소주까지 다양한 별미를 맛보기 위해 우리는 즐거운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김지현 기자 jh6avril@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