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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를 청산하고 ‘관피아’를 척결하라

  / 2014-05-07 14:20:06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이 침몰했다.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는 승객들이 전원 구조 됐다는 소식에 그저 선박 침몰 사건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이 드러나면서 천인공노할 인재로 밝혀졌다.



사건 초기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1차 공식브리핑을 통해 "476명이 승선,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정예군인 해군과 해경이 출동했으니까 인명피해는 없을 것으로 믿었다. 3차 공식 브리핑에서는 "179명 구조되고 선사 여직원 1명 사망"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안타까움과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인명피해가 났다는 소식 때문이다. 뒤이어 중대본에서 "구조 368명, 사망 2명 확인"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구조인원이 급격히 증가하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중대본은 4차 공식 브리핑에서 "여객선 사실상 침몰"했다는 비보를 전하면서 탑승객 477명 중 구조 180여 명, 사망 2명, 실종 290여 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종자들의 신속한 구조를 위해 미해군과 육군 특전사, 해난구조대, 특수전 전단 요원 등이 투입됐다는 소식에 안도의 숨을 골랐다.



중대본에서 5차 브리핑을 통해 "탑승객 459명, 구조 164명, 사망 2명, 실종 293명"으로 정정 발표했다. 탑승객조차 477→459→462→475명으로 오락가락하면서 불신에다 불안감이 가중되고 국민들의 염원이 실종자 무사 귀환에 모아졌다. 구조 현장과 실종자 가족들의 비통한 모습들이 TV를 통해 중계되면서 온 국민이 흐느끼며 신속한 구조를 빌었다. "사망 30명…실종 272명, 구조 174명" “사망자 56명...사망자 104명” “세월호 침몰사고 16일째인 오늘 시신 7구가 추가로 수습돼 현재 사망자 219명, 실종자는 83명입니다.” 참담한 뉴스가 귓전을 파고들었다. 이 처참한 상황이 현실이란 말인가.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밝혀진 사실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인간성을 말살한 탈출ㆍ무책임, 정부의 무력한 위기관리 대응 능력, 사람의 목숨보다 이익을 쫓은 해운회사, 탐욕에 눈먼 관련 공무원 등 파고들수록 악취가 진동하는 그들의 행태에 울분만 치민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라도 근원적 문제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메아리친다. 천재가 아니라 인재임이 밝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에 관해 사과하고 "그동안 쌓여온 모든 적폐를 다 도려내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또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를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너무도 한스럽다"며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폐(積弊)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 세습되다시피 이어진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다. ‘적폐 청산'에 대한 주장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나온 정권의 단골 메뉴다.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건 때도 승선인원 초과가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는 과적 화물로 바뀌었을 뿐 청산하지 못했다. 정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운용하는 인간의 도덕적 윤리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월호로 드러난 '관(官)피아', 즉 관료마피아 문제도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입돼 있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도 해수부 관료 출신들이 관련 주요 기관들을 장악해 ‘해피아’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현직이나 퇴직 관료들의 병폐 역시 조직구조의 문제라기보다 인간성 상실 탐욕으로 빚어진 문제다. 적폐나 관피아 문제를 척결하는 일은 구호나 일시적 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정 책임자의 일벌백계 의지와 읍참마속의 결단에 달렸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청산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못다 핀 청순한 영령들을 추모하는 촛불이 방방곡곡에 밝혀지고 무사 생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의 물결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분향소를 찾아 명복을 비는 심정은 그저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이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세월호 추모곡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안전한 천상의 세계로 날아오르길 간절히 기원한다.



 



글 l 전병열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