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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다”는 고함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가?

글 ㅣ 전병열 본지 편집인  / 2014-03-06 10:59:46

개봉 전부터 정치ㆍ사회ㆍ문화적 논란을 불러왔던 영화 ‘변호인’이 누적 관객 수 1,136만 7,69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5일까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나타난 수치다. 앞으로 IP TV와 케이블 TV,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서비스되면 더 많은 국민이 보게 될 것이다. 최소한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은 이 영화를 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흥행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지난달 6일 시장조사전문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관람객 중 57.1%(중복응답)가 ‘실재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영화를 본 관객의 88.1%가 ‘영화가 흥행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으며, 만족도는 86.2%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개봉을 전후해 논쟁이 됐던 루머 등이 흥행에 상당히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평점 테러’, ‘예매취소 테러’ 등의 루머에 대해서 53.8%가 ‘알고 있었다’고 답했고, 이들 중 53.9%가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특히 ‘영화를 봤지만 다시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응답한 사람도 20.4%에 달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는 고 전 노무현 대통령을 모델로 했다는 이유로 그 내용을 놓고 진실공방이 펼쳐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증폭시켰었다.

영화 ‘400번의 구타(Les 400 coups)’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프랑스의 영화평론가 ‘프랑수아 트리포’는 “어떤 영화가 성공을 거둔다면 그것은 사회학적 사건이다. 영화의 질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 된다”고 말했다. 이 말에 따른다면 변호인은 사회학적인 사건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불의를 고발한 영화 ‘7번방의 선물’과 ‘부러진 화살’, ‘도가니’ 등은 사회학적 문제를 주제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불의에 항거하는 우리 국민의 정서를 자극해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실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주인공 송 변호사가 법정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다”고 외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71.5%)고 꼽았다. 그다음으로 99명의 공동 변호인단을 호명하는 마지막 장면을 들었다(42.1%). 이는 부당한 판결에 항의하는 국민의 정의 감정의 발로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변호인의 무대는 1980년대 초 부산이다. 그 당시 상황은 군사독재권력이 곧 정의였으며 국가 보위라는 미명으로 정적(政敵)을 제거할 수 있는 시기였다. 그야말로 없는 죄도 만들어지는 천인공노할 사건들이 벌어지고 민초들의 신음이 도처에 메아리쳤던 시대였다. 시민과 학생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민주화를 향한 몸부림으로 국가 폭력에 대항했지만 억울한 희생자만 늘어났었다. 그 시대를 보냈던 민주시민들은 그 아픈 추억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이 영화에 열광했을 것이다. 그때의 기억이 없는 세대들도 영화를 놓고 벌어진 정치ㆍ사회적 논쟁에 호기심 때문이라도 관람했을 것이다. 또한, 현 시대의 고달픔을 위로받기 위해 정의로운 영웅을 갈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굳이 기피한 사람들도 많다. 정치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정서적ㆍ문화적으로 불합리한 영화라는 판단에서 외면하는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사건관계자나 이해당사자들은 불법ㆍ고문 등 진위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인다. 하지만 이 영화의 소재가 된 1981년 ‘부림사건’이 지난달 13일 재심판결에서 3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물론 이 영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검찰이 상고했기 때문에 최종결과는 지켜볼 일이다.

문제는 변호인의 스토리가 사실적인가 픽션인가가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의에 항거하는 국민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 영화는 헌법 제1조 ②항에 천명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사실을 무시하거나 망각하는 권력, 개인의 영달에 양심을 파는 사법, 실적에 목매 죄를 만드는 수사, 피고인을 돈으로 환산하는 변호, 당리당략에 이전투구하는 정치... 등등 정의사회를 파괴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려준 것이다. 아울러 영화 변호인이 조작된 진실에 항거하는 참된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우리 국민에게 카타르시스가 된 것이다. 이 영화가 우리 국민이 갈망하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열어 가는 데 일조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