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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공정성 투쟁은 법의 보호를 받는다

글 ㅣ 전병열 본지 편집인  jun939@newsone.co.kr / 2014-02-05 09:45:28


법원의 획기적인 언론 쟁의 판결이 새해의 화두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언론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막강한 방송 권력에 대항한 전향적인 판결이라며 환호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판결에 불복하고 상식을 벗어난 판단이라며 재판관의 편향성을 문제 삼기도 한다. MBC 파업 노조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해고ㆍ징계가 모두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서울남부지법(재판장 박인식)에서는 MBC 노조위원장 등 노조원 4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ㆍ정직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선고를 한 것이다. 재판부는 “공정방송의 의무는 노사 양쪽에 요구되는 의무임과 동시에 근로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근로조건에 해당하고 아울러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준수 여부는 근로관계의 자율성에 맡겨진 사항이 아니라 노동조합법 제30조에 따른 사용자의 의무”라고 밝히면서 “경영진이 단체협약에 정한 공정방송협의회 등을 개최하지 않고 인사규칙에 반하여 임의로 제작진을 교체했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 파업은 특정 경영진을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라 방송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경영진에 대해 벌인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 된다”고 밝혀 “근로조건이 아닌 사장 퇴진을 목적으로 한 파업은 불법”이라는 MBC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는 MBC 노조가 방송의 공정성을 요구하며 170일이라는 최장기 파업을 벌인 것에 대해 합법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특히 판결문에서 “일반 기업과 다른 방송사 등 언론 매체의 경우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발전에 필수적인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올바른 여론의 형성을 위하여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언론 매체의 사회적 책임과 공적 기능에 대해 재확인시킨 점은 언론의 발전에 크나큰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동안 역사적인 사실로 미뤄볼 때 언론의 공정성은 공권력이나 자본력에 의해 농락되고 객관적 사실조차 왜곡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물론 언론사 임직원들도 부화뇌동한 사안들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정권이나 사주의 비위를 맞춰야 할 ‘乙’의 입장에서는 정의로운 양심을 지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자발적인 과잉 충성으로 그들의 ‘입맛’을 맞추려 애쓴 사례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민주화의 열풍을 타고 언론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외침은 언론 매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던 중 MB정부는 측근 인사를 공영방송 사장으로 앉히면서 노사 갈등을 빚어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노조의 주장이 제기됐고, 결국 2012년 MBC 기자들이 공정성 회복을 위해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이어서 공정보도와 회사 내 민주화, 낙하산 경영인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이 시작됐다. 급기야 회사는 해고와 징계로 보복하고 이에 불복한 노조원들은 법의 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공정성에 가치를 두고 전향적인 판결을 내렸다.

또한, MBC가 파업으로 업무상 손실을 봤다며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95억 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림으로써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투쟁했던 노조 파업의 정당성이 거듭 인정된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재판장 유승룡)는 지난달 23일 MBC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면서 파업 직전까지 MBC 경영진이 기존의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규정들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아무런 상의 없이 프로그램 내용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방송제작자들의 보직을 변경하는 등 인사권을 남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MBC의 행위는 단체협약을 어겨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방송사로서 지켜야 할 공정방송의 의무와 법질서를 위반한 것으로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방송법 제6조 1항은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2항에는 ‘방송은 정부 또는 특정 집단의 정책 등을 공표함에 있어 의견이 다른 집단에게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또한 각 정치적 이해 당사자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함에 있어서도 균형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이번 MBC 관련 판결이 ‘향후 공권력의 압력이나 사주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언론 매체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법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럼으로써 민주국가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