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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광 시대의 바람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 2014-02-04 15:35:12


새로운 관광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대중관광(mass tourism)시대에 관광은 인간다움의 추구라는 문화의 본질보다는 상업적 가치에만 치우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러한 경향에서 관광자는 단지 여행상품을 소비하는 상품소비자로 인식되어왔으며, 관광과 인간의 관계보다는 관광을 통한 사회적 효과에만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과 문화의 관점에서 관광을 바라보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여행 본능이 있다. 일찍이 선사시대부터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이동을 하였다. 수렵채취를 위해서, 혹은 더 나은 생활터전을 찾아서 인간은 이동하였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이동 본능을 오늘날의 여행문화가 지닌 유전자의 원형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최근에 발표된 세계관광통계를 보면, 한 해에 10억 명이 넘는 인구가 국제관광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 관광도 일 년에 1,300만 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 5천만 명과 비교해 보면, 대략 네 사람 중의 한 명이 해외여행경험을 하는 셈이다. 국내 여행에서도 평균적으로 일 년에 4~5회 정도의 여행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주말마다 볼 수 있는 주요 도로의 교통체증만 봐도 국내여행 참여의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야말로 관광은 이제 현대인이 살아가는 삶의 기본 조건 중에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문화 활동별 참여에서도 여행활동은 스포츠 활동, 예술 활동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향유하는 3대 문화 활동으로 꼽힌다. 여행 활동의 목적에서는 자연 및 풍경 감상, 휴식, 음식관광, 야외 레크레이션 및 스포츠 활동, 역사유적지 방문 등이 전형적인 관광활동유형들이다.

여기에 새로운 관광의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소위 자원봉사여행(voluntourism)의 등장이다. 지난 2007년에 있었던 태안 기름유출사고를 계기로 하여 자원봉사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 당시를 돌이켜 보면, 사고가 난 지 한 달 동안 거의 5십만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였으며, 이들 중에 상당수는 휴가를 내어 참여한 자원봉사여행자들이었다. 강원도의 경우에는 몇 년 전 수재 시 ‘여름휴가 3·1·2’ 캠페인을 통해 여름휴가 3일 중에 하루는 수해복구에 자원봉사하고 나머지 이틀은 휴가를 즐기자는 자원봉사여행 홍보활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여기에 공정여행(fair tourism)도 새로운 변화 중의 하나이다. 공정여행은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여행이다. 여행의 편익이 여행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발전에도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된 관광을 말한다. 한 예로, 필리핀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빈곤지역을 대상으로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 지역의 로컬숙박업소에서 묵고 그 지역의 로컬 푸드를 소비하는 등 지역친화적인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카데믹 관광(academic tourism)도 새로운 관광으로 등장한다.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를 체험적으로 학습하기 위한 목적으로 참여하는 관광이다. 진지한 여행(serious travel) 형태라고도 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세계 유명산을 안내자와 함께 등산한다. 단순한 등산이 아닌 학습 등산이다. 역사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은 관심 있는 역사적 장소를 전문가와 탐방하며 역사 체험학습에 나선다. 여행과 학습의 경계가 불분명한 문화 활동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관광의 변화를 욕구단계이론으로 설명해 보면, 관광 욕구가 단계적으로 발전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휴식이라는 생리적 단계로부터, 안전 단계로, 사회적 교류 단계로, 사회적 인정 단계로, 끝으로 자기실현 단계로 욕구수준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관광은 분명히 과거와는 다른 차이가 있다. 자기실현이라는 높은 수준의 욕구의 추구라는 점에서 여행문화의 성숙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관광의 시대에 우리에게 다가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모두에게 관광을(tourism for all)’이라는 사회관광의 실현이다. 사회관광은 일찍이 프랑스나 스페인 등 유럽국가에서 도입되었던 복지적 차원의 관광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관광정책의 초기 단계에 있으며, 장애인이나 고령자, 저소득계층 등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적인 여행 지원 프로그램의 도입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국가 및 지방정부의 예산 확보뿐 아니라, 전문 인력 및 사회조직의 육성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으로 여행문화 교육을 들 수 있다. 모든 문화 활동에는 인간 사회가 의도하는 목적과 가치가 내재된다. 여행문화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여행문화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여행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관람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고,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고 관람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교육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여행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여행교육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여행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통해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여행문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관광을 통한 지역성 회복이다. 지역성 회복은 지역사회의 지역사회다움을 개발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지역사회다움은 지역의 문화적 고유성이 복원되고, 지역주민의 지역예술 활동이 활성화되고, 지역스포츠 활동이 활성화되는 그러한 인간적, 공동체적 삶을 말한다. 여기에서 관광은 지역주민의 여행활동 참여뿐 아니라, 외부 관광자의 지역 방문으로 상호 문화교류가 활성화되는 문화적 기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역시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이다. 급속적인 발전보다는 점진적이고, 개발 중심보다는 보전을 동시에 고려하는 따뜻한 개발전략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스스로 통제 가능한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그 기준이 바로 지속가능한 관광 개념이다. 기회와 동시에, 위기를 생각해야 한다. 개발과 함께 개발의 역기능이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새로운 관광의 시대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관광을 통한 문화융성이다. 관광을 통해 인간다운 삶의 가치가 회복되고, 문화가 융성하고,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길 소망한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한국관광연구원장, OECD관광위원회 부의장, 유네스코 문화분과위원,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