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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공연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노력”

예술의 전당, 아시아 문화의 ‘메카’로 만든다

김선미 기자  / 2013-10-08 13:11:45

10월 2일 본지는 예술의 전당에서 고학찬 사장을 만났다. 카페에 앉아 있던 그는 누가 봐도 한눈에 범상치 않음을 느끼게 했다. 백발에다 안경 너머 날카로운 눈매는 전형적인 예술가의 인상과 닮았다. 직접 대화를 나눠보니 사장으로서의 위엄이 보이기보단 예술을 너무 사랑하는 보통 사람 같았다. 노래를 좋아한다고 밝힌 고학찬 사장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가곡의 밤’에 직접 사회를 봤다고 한다. 가곡의 밤에서 사회를 보고 나서 사인을 부탁한 사람도 있고, 어떤 회사에서는 광고모델을 제안했다고 한다. 서초동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졌고 그 일화를 계기로 예술의 전당 사장으로서 책임감이 더 강해졌다고 한다. 예술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일화가 생긴 것이다. 그는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려줬다. “직원들하고 잘 어울리는 편이에요.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을 가로막는 벽이 없죠. 처음에 내 인상을 어렵고 무섭다고 보지만 그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똑같은 직원들이기에 모두 잘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예술의 전당에서 일하던 계약직이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주위에서는 그 직원은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서 사장님이 직접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하지만 전 참석 했습니다. 결혼식엔 많은 계약직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계약직 직원이 여기 오셔도 되느냐고 당황해 하며 저에게 물었죠.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도 계약직이라고요. 예술의 전당에서 3년만 일하는데 당연히 계약직이죠. 같은 계약직이니까 저는 직원의 마음을 잘 이해합니다. 노동자와 피노동자로 나뉘어 있어도 그 벽을 감성적으로 풀어버리려고 노력합니다. 사장이라고 목에 힘주지 않고 같은 계약직이라고 해서 직원들과 사이좋게 지냅니다.” 자유로운 예술가의 영혼처럼 그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 노력한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고 사장은 다른 직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예술의 전당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과 소통하기 위해 자주 면담의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자신의 위치를 낮추고 허물없이 사람들을 대하려는 태도에서 경영자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예술의전당을 소개해 주세요.

“예술의전당은 지난 1988년, 대한민국 최초의 복합아트센터로서 ‘문화예술의 창달과 진흥, 국민의 문화예술향유 기회 확대’를 목표로 설립돼, 올해 2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다양한 장르에 특화된 6개의 공연장과 3개의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5년 동안 4천만여 명의 방문객이 예술의전당을 찾으며,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문화예술 중심지로 거듭났습니다.”

예술의 전당 운영 목표와 기획 작품의 경쟁력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이 전당에서 수준 높은 공연·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제한된 엘리트 그룹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보편적 문화 향유가 필요합니다. 전당에서는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그중에서도 수준 높은 기획 작품의 경쟁력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습니다. 클래식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11시·토요콘서트는 물론, 가족오페라, 토월·자유 연극 시리즈, 대중적 인기와 함께 교육적 측면도 강화한 대형 전시 등을 적절한 가격으로 제공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관람객 유치와 공연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우리 문화예술의 질적 향상과 접근성 증대를 통해 세계화를 이룩한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 관람객의 유치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전당에서는 SAC ON SCREEN 사업을 통해 전당에서 개최되는 공연·전시를 영상화해 배포하고, 내년 10월 개최 예정인 예술대상을 통해 우수 공연/전시에 대한 시상식을 TV로 중계해 보다 많은 사람이 전당을 방문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접근성을 증대시킬 계획입니다. 또한, 지난 8월 한 달 동안 개최됐던 <우리가곡과 함께 하는 한여름밤 야외음악회>와 같이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대중들에게 클래식 음악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6월 진행됐던 성악 앙상블 <클랑>의 식음료 매장 공연처럼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를 통해 순수 예술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하는지.

“다양한 계층이 모두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계층을 위해 싹틔우미회원제도(8~24세)를 도입해 지정 공연·전시 할인(40% 이상), 이벤트 초대 등의 혜택을 주고 있으며, 노블회원제도(70세 이상)을 신설해 지정 공연·전시·강좌 할인, 큰활자 프로그램북 제공 등으로 품격 있는 노년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일할인티켓제도를 통해 청소년·노년, 그리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당일 미판매된 공연 티켓을 저렴한 가격(5천 원/만 원)에 제공하고 있으며, 문화햇살사업을 통해 전국 저소득층, 편부모가정, 장애인, 일반 학생, 군·경·소방관 등을 지속적으로 공연·전시에 초청하고 있습니다.”

관객이 공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내용과 예술가 지원 사업에 대해.

“관객들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새로운 문화 운동이 시작되고 문화예술 전반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관객들의 관심과 참여가 문화예술인이 작품 활동을 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당에서는 관객주도형 기획사업(가칭)을 준비 중입니다. 관객이 아이디어를 내고, 아티스트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응모하에 다양한 작품과 아이디어 중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작품을 전당의 무대에 세웁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투표는 물론 크라우드 펀딩의 방식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작품에 대해 소액 기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관객은 참여를 통해 자신들이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을 만들어가고, 예술가는 관객의 기부와 참여를 통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당은 관객들을 도와 아이디어를 작품화하고, 예술가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합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실시하는 SAC ON SCREEN은 어떤 사업인가.

“‘땅끝 마을 초등학생도 예술의전당 공연을 봅니다’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전당에서 개최되는 공연·전시를 영상화해 전국의 영화관, 지방문예회관, 공공도서관, 학교에 블루레이, 필름, DVD 등 각 시설에 맞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현재 사업 진행을 위한 TFT를 구성하였으며, 전문 PD를 채용했고, 원활한 영상 배포를 위해 한국교총과 MOU를 체결했습니다. 연내 4편의 작품을 영상화할 예정이며, 계획된 작품에는 전당 기획 클래식 콘서트인 토요콘서트, 국립발레단(1편), 국립현대무용단(1편), 그리고 전당 기획 전시 작품인 시크릿뮤지엄 등이 있습니다.”

고학창 사장님께서 이번에 아시아문화포럼에 참석하셨는데, 아시아문화포럼에 대해 설명.

“이번 2013 아시아문화포럼에 참석했는데요. 지난 9월 9일부터 10일까지 광주광역시 주최, 광주문화재단 주관으로 전남대학교에서 개최된 2013 아시아문화포럼의 <아시아문화전당의 비전과 가능성> 세션에 발제자로 참여해 예술의전당 경영 노하우를 담은 발표로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아시아문화포럼은 세계적인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학술회의를 통해 정보교류와 상호협력으로 다양한 아시아문화담론을 형성하는 장으로 올해에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의 2015년 개관을 앞두고 전 세계 아트센터 관계자들을 비롯한 문화계의 리더 4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니콜라스 캐니언 바비칸센터 상무이사, 크리스티아노 모리시 오스카 니마이어 박물관장, 이소다켄이치 북해도문화재단 이사장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참여하여 복합문화센터의 정체성과 역할, 아시아와 세계를 잇는 복합문화센터 등의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최고의 아트센터인 예술의전당의 성공 사례를 차별화된 기획 프로그램, 다양한 회원제도, 고객서비스와 여가시설 등의 항목으로 분류해 소개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개관하는 아시아문화전당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트센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필요한 비전과 그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앞으로도 예술의전당은 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한 지방 아트센터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전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요즘 예술의 전당에서는 어떤 공연을 하는가.

“지난 9월 3일부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의 힐링 프로그램인 <아트힐링> 프로그램은 오는 12월 5일까지 12주 동안 진행됩니다. <아트힐링> 프로그램은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예술의전당에 걸맞게 다양한 장르를 통합한 것입니다. 음악·드라마·무용·미술 등 4개 분야를 단계적으로 체험함으로써 보다 폭넓은 경험을 제공하고, 체험그룹 참여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예술 장르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또한, 정서적 안정과 재미를 넘어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에게 치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전문가를 초빙해 심리 상담을 하거나, 강연을 듣는 것과 달리 체험그룹 참여자가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의 근원을 찾아보고 전문 강사, 다른 체험자들과의 정서적 공감을 통해 정신적·신체적인 치유와 변화를 추구합니다. 음악·드라마·무용·미술 등 4개 분야는 국내외적으로 유명한 전문 강사진의 엄선된 커리큘럼으로 진행합니다. 하은경 음악치료 연구소장인 하은경(음악 담당)은 수동적·능동적 음악 체험을 통해 음악이 참여자에게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경험하게 하고, 영국국가공인 연극치료사인 박진경(드라마 담당)은 역할 분담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억압된 내면을 창의적으로 표현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KDTA공인무용치료사 이민지(무용 담당)는 몸의 이완을 통해 마음을 이완시키면서 창의적인 자기표현을 도모하고, 가족아카데미 미술치료사 박은선(미술 담당)은 참여자 개개인이 자신의 작업과정을 작품으로 만들어 전체 프로그램을 돌아볼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예술의전당은 또한 최고의 감동을 선사할 콘서트 오페라 <리골레토>와 <라 트라비아타>를 오는 10월 15일과 19일 8시 콘서트홀에서 선보입니다. 이번 공연은 주세페 베르디의 탄생 200주년 기념 무대입니다. 화려한 음악 속에 인간 내면의 고요한 외침을 담아낸 베르디 중기의 3대 걸작인 비극의 광대 <리골레토>와 홀로 사랑을 지킨 가련한 한 여인의 비극적 사랑 <라 트라비아타>가 최상의 캐스팅, 그리고 기존 콘서트 오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각적 연출과 함께 무대에 공연할 예정입니다.

연극 “당통의 죽음”과 “세자매”가 11월에 공연 예정입니다. 11월 3일부터 17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당통의 죽음은 1983년 김창화 연출로 국내 초연됐으며, 1987년 김철리가 이어받았으나 이후 26년 동안 전문 공연장에서 올려지지 않았습니다. 2013년 그 바통을 예술의전당이 이어 갑니다. 술과 여자로 공허함을 채우려는 당통과 점점 더 피의 맛에 빠져드는 로베스피에르, 심리적 쌍생아인 이들을 박지일과 윤상화가 연기합니다.

11월 8일부터 12월 1일까지 상연하는 연극 세자매는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 작품을 한국 차세대 대표 연출가 문삼화 씨가 연출했습니다. “세 자매”는 지방 도시에 사는 군인 유족인 세 자매와 그 가족을 무대로 등장인물들이 품은 꿈과 현실 간의 충돌을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인간의 아름다운 꿈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점차 위축되고 시들어가는 아픈 모습을 그리면서도, 역설적으로 인간이라면 고난을 딛고 살아가야만 한다는 체호프의 신념을 담은 만년의 역작입니다.

이 밖에도 10월 10일부터 새로운 기획 프로그램인 <2013 예술의전당 클래식 스타 시리즈>는 실내악 전용공간인 IBK챔버홀에서 국내?외 클래식 팬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클래식 스타들과 함께 선보입니다. 관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더욱 많이 주기 위해 ‘시리즈 형식’으로 기획된 이번 프로그램은 출연진의 지명도뿐 아니라 현악 사중주, 피아노 트리오, 피아노 & 바이올린 두오, 성악, 하프 앙상블 등 지금까지 아티스트 본인들이 주력해 온 ‘독주자’나 ‘협연자’로서의 연주 활동 무대와는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가깝게, 더 가깝게”라는 부제로 관객들이 교향곡이나 협주곡보다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느끼고 있는 챔버 뮤직을 보다 친밀하게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가기를 두려워하는 길을 가야 합니다. 그게 후배들이 있어야 하는 이유지요. 선배 따라 하면 후배는 있을 필요가 없어요. 신인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새로운 시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배가 가지 않은 길을 가야 되니까 신인이 있어야 하고 새로운 시대에 대해 꿈을 꾸는 것이 아닐까요? 용기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합니다. 너무 쉬운 일만 하려고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예술이 아닙니다. 적당한 길로 가려고 하면 안 돼요. 과감하게 시도도 하고 고쳐야 할 점이 있으면 야단도 맞아야 되고요. 거기서 창작이 탄생하는 것이고 예술이 발전하는 것입니다.”

대담· 사진 l 이은주 취재팀장· 김선미 기자 newsone@newsone.co.kr

고학찬 예술의 전당 사장은

한양대학교 문리대 영화과를 졸업하고 서울예술대학과 추계예술대학교, 상명대학교 한세대학교 등에서 겸임교수로 재임했다. TBC 동양방송 PD를 시작으로 언론계에 몸을 담은 고 사장은 방송작가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뉴욕 KABS-TV 편성제작 국장, (주)제일기획 Q채널 국장을 거쳐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 국장으로 재직했다. 국제자유도시포럼 영상문화 분과 위원,·OBS 설립 추진단장,·OBS경인방송 시청자위원회 위원,·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육당아트홀 관장 등을 역임하고 올 3월 예술의 전당 사장으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