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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관광산업의 나비효과를 기대하며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 2013-09-04 10:07:55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후 반년여 만에 서울 지역에서만 500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는 등 협동조합 열풍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협동조합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 협동조합의 경제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보고서가 나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7월 27일 iCOOP협동조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유럽의회의 산업연구에너지위원회(ITRE)는 최근 경제위기 극복에 일조하는 협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하는 보고서 초안을 채택했다. 패트리지아 토이아(Patrizia Toia) 이탈리아 유럽의회의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유럽에는 현재 16만 개에 이르는 협동조합이 설립돼 총 1억 2,300만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협동조합이 성공하고 있는 주요 국가로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덴마크를 언급했다.

경제의 불균형 성장, 양극화 심화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대안경제 모델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고, 협동조합의 대안적 기능과 가능성에 대한 각국의 관심과 실천을 촉구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최근 분야별 협동조합 설립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일반협동조합의 경우, 2013년 6월까지 신고 2,154건, 수리 1,974건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정부 부처별 협동조합 육성방안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 설립 추진, 교육 및 사례 전파 등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협동조합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1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 모델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확대되었고, 출자금 규모에 상관없이 5인 이상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협동조합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을 말하며, ‘사회적협동조합’은 협동조합 중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을 말한다. 이러한 법적 개념 정의를 통하여 협동조합이 사회통합과 산업 발전 및 지역발전의 대안적 기능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 모델은 시장의 잠재수요에도 불구하고 국가나 시장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서비스 제공의 중개자 역할을 통해 틈새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시행, 혹은 논의된 사회적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CB), 마을기업 역시 사회적 경제 모델로 분류할 수 있으며, 최근 협동조합기본법의 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관광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2012년 외래관광객 1천만 명을 달성함으로써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으나, 관광산업의 구조적 문제,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양극화, 지역 간 격차, 관광향유 측면에서의 계층 간 격차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특히 지역관광에서 두드러진다. 즉, 전통적 지역관광 개발 방식과 기존 관광개발의 하드웨어적 접근, 기능적 접근이 갖는 한계로 인해 지역관광의 구심점, 매개체 및 시스템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관광산업 및 지역관광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방안 마련의 필요성 증가하고 있다.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관광시설, 자원 개발과 병행하여 제도, 인력, 조직 등 운영 시스템을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관광에 대한 선행연구에서 공통으로 지역사회 구성원의 참여와 상호 협력을 성공적인 지역관광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지역의 다양한 참여주체의 활동과 이해관계자 간 협력이 지속 가능한 관광을 실현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관광 부문 협동조합은 관광산업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 제공, 행정적·재무적 지원, 초기 자금 지원, 정보 제공, 웹사이트 구축 및 마케팅, 관광사업체 및 여행사 등과의 네트워크, 다양한 관광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지역주민 고용, 지역의 문화 활동 지원, 지역 인적 자원 및 물리적 자원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EU는 신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사회적 경제의 대표 분야로 관광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관광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협동조합 모델의 적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 정책 환경 및 도입여건 등을 고려한 협동조합 육성을 위한 정책적 접근은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초기 단계로 사업의 영역도 제한적이나 실제 정착 단계로 진입하게 되면 지역관광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현재 관광 분야 일반협동조합은 약 47건이 설립되어 전체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협동조합의 사업영역은 여행업, 숙박, 캠핑, 지역관광 활성화, 관광상품 판매 등으로 나타났으며, 향후 협동조합이 지역관광 발전에 기여하는 지역 주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육성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이들에 의한 서비스 제공은 주민의 생활안정과 이웃관계 개선, 자존심 회복 등 사회적 자본 형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관광 분야에서 협동조합 모델을 발굴 및 정착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관광정책 환경 및 도입 여건 등을 고려한 정책방안 모색이 선행되어야 한다. 협동조합에 의한 관광서비스 공급 및 틈새시장 확보를 위하여 협동조합의 특성인 비영리성, 민주성, 참여와 연대, 자율성, 유연성과 창의성 등을 전제로 다양한 관광서비스 공급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협동조합 모델, 나아가 사회적 경제 모델을 지역관광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대안적 관광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본래의 사회적 경제의 정책적 의미를 되살리고, 우리의 현실 여건에 부합하도록 지역사회 내부의 꾸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한양대학교 관광학과 박사 수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문화유산 관광,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