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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었던 검은 대지를 깨운 중부내륙관광열차

탁거상 한국철도공사 관광사업단 관광전략부장  / 2013-08-07 10:24:17

새로운 개념의 관광전용열차인 O-트레인과 V-트레인에 대한 열기가 정말 뜨겁다. 코레일은 지난 7월 19일을 기점으로 중부내륙순환열차 O-트레인과 백두대간협곡열차 V-트레인 고객이 1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12일 개통 이후 99일 만이며, 하루 1,010명의 관광객이 이용했고, 황금연휴에는 하루에만 2,000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O-트레인과 V-트레인 구간은 올해 여름휴가에 가장 각광받는 코스로 손꼽히고 있으며, 한국관광공사가 '7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V-트레인의 기착지인 분천역을 선정했고 문화관광부 등 17개 기관이 공동 추진하는 여름휴가 합동캠페인 '대한민국 구석구석, 나만의 여름특집' 테마로도 중부내륙관광열차를 꼽았다. <편집자주>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주는 원동력

개통 초기부터 관광객들이 붐비기 시작해 현재는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는 O-트레인과 V-트레인은 객차 한 칸에 서너 명이 타고 다닐 정도로 한산했던 노선이 연일 만원을 이르고 있으니 대박이 아닐 수 없다.

어디 철도만 대박인가? 예전 같으면 인적이 없어 삭막했던 오지 마을까지 활기를 띠고 있다. 찾는 이가 없어 폐지된 간이역들이 테마역으로 바뀌었고, 버려진 폐광촌이 관광객들로 요란하게 북적인다. 구멍가게 하나 없던 마을에 먹거리 장터와 특산품 매장이 조성됐다. 어디 이뿐인가? 해발 855미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하늘아래 첫 번째 역인 추전역에는 편의점이 들어섰다. 역에서 멀리 떨어진 관광지 관계자들도 방문객이 늘게 되었다며 기대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택시와 군내 버스 또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금 중부내륙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부내륙관광열차는 어느 한쪽 또는 어느 한 사람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지역 음식점, 택시기사, 마을주민, 산골의 농민들까지 모두가 좋아지는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중부내륙관광열차가 지역경제에 희망을 주고 새로운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 첫 번째는 철도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수송수요를 제고하겠다는 공생전략에 있다. 기존에는 인기 있는 관광지에 사람을 운송하는 방식으로 지역발전과는 별개의 개념이었다면, 이 전략은 지역에 있는 다양한 관광자원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결합시켜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재창조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그동안 접근성이 낮아 관광 붐 조성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전국 5개 권역을 철도관광벨트로 구축해 폐선 또는 지방노선을 활성화시키고 지역발전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발상에 따라 경제적 발전가능성이 희박해 방치된 폐광 또는 오지지역과 백두대간의 빼어난 풍광을 연계시켜 개발한 열차가 바로 중부내륙관광열차인 것이다.

둘째는 처음부터 철도만의 사업으로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관광  사업이 단위사업으로 한 개 기관이 추진한다. 그러나 중부내륙권 철도관광벨트는 서로 다른 조직적 특성을 갖고 있는 정부, 공공기관, 지역기업, 지자체는 물론 지역주민들까지 참여하는 초광역적인 협력체계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도시민과 농어촌을 연결해 주는 소통에 있다. 최근 관광업계는 힐링과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레일그린’이라는 상품이 현재 총 13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할 정도로 많은 인기와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농가명품빌리지’는 철도, 전통문화, IT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상품이다. 전통식품 명인과 함께 간장, 김치 등 유기농 상품을 직접 만들어 가져가거나 최적의 보관소에서 장기간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농장이나 보관소에 웹 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의 농작물이나 항아리가 관리되는 모습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네 번째는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아름다운 강산“을 꼽고 싶다. 스위스의 알프스가 세계적인 관광명소라는 것은 사실이다. 사계절 푸른 초원과 만년설은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곳은 거기까지다. 눈으로 보이는 여름과 겨울 두 개의 풍광뿐이다. 그 어디를 가든 같은 풍경과 같은 모습들이다. 유럽은 그 멋이 그 멋이고 그 맛이 그 맛이다. 그러나 우리의 강산은 갈 때마다 색다른 멋과 또 다른 맛을 느끼게 된다. 달리는 기차를 통해 보이는 모습은 팔색조 풍경을 배경으로, 철길을 따라 서로 다른 마을과 마을이 보이고 그 사이 사이에는 논과 밭 그리고 높고 낮은 산들, 그 산을 감싸 안고 휘도는 강들은 철따라 다른 농작물, 다른 꽃, 다른 풀들과 나무들을 그려낸다.

마지막은 “구석구석 숨겨진 이야기”들이다. 철길 주변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소재들과 사연들을 발굴해 스토리텔링으로 개발했다. 제천의 박달재 이야기, 단양의 온달과 평강공주, 영주의 선비가 된 천민 대장장이, 봉화의 억지 춘양 어원과 돌탑에 숨겨진 비밀, 영월의 단종의 애절한 사연과 김삿갓 풍류, 태백의 고생대이야기, 정선의 아리랑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 등을 관광코스 또는 프로그램으로 가미했다. 각 역과 그 주변에 있는 역사와 이야기들을 새로 발굴해 문화해설로 엮거나 재연하여 여행의 묘미를 살려 나갔다.

이러한 중부내륙관광벨트의 성공을 바탕으로 풍성한 남도문화와 해양레저를 만끽할 수 있는 남도해양벨트, 세계 유일의 분단의 상징에서 세계적인 생태보고로 부각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를 테마로 한 평화생명벨트, 지역적 특성을 살린 다양한 축제와 체험거리가 풍성한 서해골드벨트, 한국 근대화의 원동력 울산과 포항의 산업시설과 신라 천년고도 경주의 역사유적이 조화를 이룬 동남블루벨트가 단계적으로 개통될 계획이다. 2017년 즈음이면 철도관광벨트로 인해 철도관광객이 1.7천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18,500개의 취업유발과 1조 4,6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기대가 크고 가슴이 다시 벅차오른다.



그 옛날 우리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해 연탄불이 꺼질까 염려해 한 밤중이든 새벽이든 연탄불 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것이 석탄이다. 그래서 석탄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내와 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없는 살림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자식을 교육시키기 위해 막장의 광부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석탄은 행복이다. 비록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해 아픈 단면도 있지만 당시 광부들에게는 석탄이 가난을 탈피할 수 있는 희망이었다. 지금도 중부내륙과 백두대간 어느 언저리를 달리고 있을 O-트레인과 V-트레인이 중부내륙에 사는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석탄이 주는 의미로 승화돼 사랑과 행복 그리고 희망을 주는 열차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과거 대한민국 산업의 역군으로 어두운 수백 미터 지하 갱도에서 일하다가 숨져간 수많은 분들께 철도원의 한사람으로서 O-트레인과 V-트레인을 바쳐 그들의 숭고한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