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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변모시킨 지역개발형 축제전략

정광환 배재대 교수  / 2013-07-03 11:04:14

1995년 지방화 시대 개막 이후 지역축제가 급격한 양적인 증가를 이루어 지방화 시대 이전의 약 2배 이상으로 개최됐으나 2009년 후반기부터 지금까지 축제를 소비낭비적으로 보는 관점, 정부 차원의 축제 통폐합 등으로 지금은 800여 개의 축제가 개최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게 낭비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에 전국에 대략 1,200여 개에서 최근 800여 개 미만으로 축제의 수가 구조조정 되었음에도 아직도 언론에서는 ‘축제공화국’으로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실상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치이면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실례로 유럽의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인구의 30% 정도인 1천6백만 명의 인구를 가진 작은 나라임에도 몇 년 전 유럽축제협회 요한 모멘(Johan Moerman) 회장의 증언을 따르면 약 5천여 개의 축제(축제집계의 기준이 다를 수 있음)가 있으며, 네덜란드의 2대 도시인 로테르담에서만 약 100여 개의 축제가 개최된다고 했다.

정광한 배재대교수는 “최근에도 언론 등의 매체를 통해 축제가 부정적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어느 언론에서는 ‘대한민국은 우울한 축제공화국’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서울신문, 2012).”면서 이는 아직도 축제를 낭비적이고 소비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편집자 주>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다수의 지역축제는 아직도 가수들의 공연으로만 구성된 전·후 공연을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여기고 축제를 자치단체장의 공적 치켜세우기에만 급급한 행사로 전락시키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각 단체에 예산을 나눠주고, 매년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노래자랑, 대중공연, 일반예술전시 등과 같은 특색 없는 프로그램으로 짜맞춰 놓은 이러한 축제를 ‘주민화합형축제’라고 통칭하기도 하며 지역 내 주민을 중심으로 한다고 해서 ‘내부지향형축제’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주민화합형축제’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축제의 90%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명확한 주제와 경쟁력 있는 콘텐츠 없이 이것저것 섞은 종합세트형 축제로 지속되면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발전하지 못해 결국은 소멸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화합형 축제와 상반되는 개념의 축제는 무엇일까? 주민이 호스트(host) 관점에서 적극 참여하고 축제를 선호하는 지역 및 외지방문객그룹이 뚜렷이 존재해 지역을 넘어선 홍보 마케팅이 필요하며, 지방화 시대에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거나, 지역마케팅 차원에서 특화브랜드를 강화하거나 특산물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지역의 문화관광상품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단순히 경제적 관점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도 긍정성이 나타나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일종의 지역개발 전략으로 평가될 수 있는 축제를 ‘지역개발형 축제’로 칭한다. ‘지역개발형 축제’는 주민화합형 축제의 상반된 개념 또는 더욱 생산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축제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고자 추진해 온 정책이 ‘문화관광축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지역개발형 축제를 얼마나 보유하느냐 하는 것이 국가와 도시의 축제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런 개념의 지역개발형 축제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축제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천도자기축제의 출현에서 시작돼 금산인삼축제, 안동탈춤페스티발, 보령머드축제, 함평나비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화천산천어축제 등은 축제춘추전국시대에 이름을 드높인 지역개발형 축제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축제들은 70년대를 대표적으로 풍미했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신라문화제, 백제문화제, 개천예술제 등을 10년 안팎의 기간에 규모, 인기도, 만족도 측면에서 훌쩍 넘어버린 축제바람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오랜 전통과 함께 구조조정의 위기를 느끼던 ‘개천예술제’의 이미지를 넘어 ‘남강유등축제’를 통해 크게 부각되는 효과를 거두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김제지평선축제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2013년도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선정했다. 특히 일몰제를 적용하고 새로운 우수축제를 발굴하는 첫해로써 김제지평선축제는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다 올해 처음 대표 축제로 격상됐으며, 진주남강유등축제는 3년 연속 대표 축제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동안 먹고 마시는 이미지로서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소비 지향적으로 여겨왔던 축제들이 지역개발에 기여하며, 지역이미지를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꾸고, 침체에서 활력적으로 묘사시키는 데 기여해 생산적인 축제로 평가되는 축제들이 늘고 있다는 점들이 10여 년 전의 축제들과 크게 대비되는 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축제가 일자리창출과 더불어 지역을 재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주요한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가 세계축제협회(IFEA World)* 한국지부 회장으로 활동하며 해외 여러 선진사례를 체험하면서 느낀 것은 ‘축제는 지역을 살리는 혁신전략이자 산업’이라는 것이다. 지역의 부정적인 요소를 극복한 중국 하얼빈 빙설대세계, 캐나다 오타와 윈터루드, 일본 삿포로 눈축제, 캐나다 퀘벡 윈터카니발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바로 세계적인 겨울축제들은 혹한의 추위와 절망적인 도시에서부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캐나다 퀘벡, 오타와, 일본 삿포로, 중국 하얼빈 등은 추위로 강이 얼어붙고 영하 20~30도 이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바깥출입이 어렵고, 혹한의 추위로 활동조차 힘든 절망의 도시였다. 물방울이 삽시에 얼음으로 변할 수 있는 추위와 빙설은 지역발전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혹한(酷寒)의 긴 겨울을 대표하는 도시들이 세계 최고의 겨울축제도시로 전환한 점은 역발상적인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됐다. 다시 말해 겨울축제는 극적인 반전이고, 역발상 전략이며, 혁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축제의 산업적인 측면과 함께 일자리창출과 같은 고용 효과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서양의 선진적인 축제에서는 고용 효과에도 분명히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하얼빈 빙설대세계에서는 강의 얼음을 채취하는데 약 2만 명의 임시고용이 창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대표적 겨울축제인 화천산천어축제에서는 축제 기간에 약 1천 5백 명 가량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밖에도 캐나다 캘거리스탬피드는 약 3,500여 명이 임시 고용되고 있으며, 프랑스의 니스카니발은 축제로 약 1,8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축제 사례에서 찾을 수 있듯이 성공적인 축제의 경우 축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축제의 주요기능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중앙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음에도 지역 문화융합의 총체적인 축제를 잠재성 있는 일자리창출사업 분야로 보는 인식이 부족하며, 그 효과에 대한 측정이나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캐나다의 축제와 연계한 직업창출협력프로그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에서도 고용 잠재성이 있는 축제를 발굴하고 이와 연계한 일자리창출사업을 정책화할 수 있는 연구를 통해 축제의 기능을 증폭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축제는 극심한 불황에 활력을 주는 소프트웨어적인 지역 재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캐나다 오타와 윈터루드의 리도운하 스케이트웨이는 19세기 초 미국과 당시 영국이 장악하고 있던 곳으로 캐나다가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군사물자 수송수단으로 건설한 전쟁대비 하드웨어 시설이었다. 하지만 전쟁에 사용된 적이 없는 시설로 지역에서 활용되지 못하던 골칫덩이 시설인 리도운하를 스케이트웨이로 활용함으로써 활력이 없던 겨울철에 도시 인프라를 활용한 긍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리도운하 스케이트웨이는 윈터루드가 개최되는 겨울뿐만 아니라 4계절 레크리에이션 장소로써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주로 여가용 보트를 띄우기도 하며, 8월에는 오타와 드래곤보트 페스티벌(Ottawa Dragon Boat Festival)이 개최되는 등 쓸모없던 시설에서 활용도가 높은 장소로 변모하는 효과를 가져 온 대표적인 소프트웨어적 지역 재생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시의 메인 스트리트 미술축제(MAIN ST. Fort Worth Arts Festival)는 큰 규모의 축제는 아니지만, 축제를 통해 침체된 원도심이 활성화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6년 전 포트워스 다운타운은 지금과는 달리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소매점이 별로 없었고, 범죄율이 높아 저녁에 안전하지 못했으며, 많은 사람이 주거지역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쇼핑센터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시설들이 없었다. 하지만 포트워스시의 원도심은 메인 스트리트 미술축제를 통해 위험한 곳에서 매력적인 곳으로 지역이미지가 바뀌면서 레스토랑이 생겨나고, 쇼핑센터, 클럽이 늘어나고, 콘도형 아파트가 건설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밖에 세계적인 축제도시 영국 에든버러도 축제를 통해 소프트웨어적으로 지역을 재생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에든버러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우중충한 빅토리아풍의 옛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찬 도심을 재생시키는 데 축제를 적극 활용했다. 특히 8월에 대표적인 축제들을 집중시켜 큰 활성화 효과를 거두었다. 지역 재생 차원에서 볼 때 에든버러 밀리터리타투(Edinburgh Military Tattoo)는 에든버러 고성과 주차장을 활용해 커다란 성공을 일구어내 문화재활용차원의 지역 재생이라는 효과를 거두었고, 에든버러 프린지축제는 축제공간으로 도심의 교회, 식당, 술집, 수영장 등의 다양한 유휴공간을 활용하면서 에든버러 여름(8월)을 지역 재생으로 이끈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역개발형 축제는 하나의 관광 상품이고, 비수기 극복이 개최의 중요한 이유이며, 개최장소도 축제를 위한 하드웨어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축제가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느냐가 한 국가의 축제 경쟁력을 따지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10%의 축제들을 20%로 늘릴 경우 축제 경쟁력은 2배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와 유사한 체계로 문화관광축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소비성 축제가 아닌 문화관광축제와 같은 지역개발형 축제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일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마이스(MICE)산업으로 컨벤션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외국인 100~200명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데, 보령머드축제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화천산천어축제 등은 관광객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외국에서 온 관광객도 수천 명에 이른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축제들을 전략적으로 육성시키고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육성하려는 의지와 실천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정광환 배재대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미국 위스콘신대 호텔관광학 석사, 미국 미네소타 대학원(U. of Minnesota) 레저 관광학 박사 (Ph. D.)을 졸업했으며, 한국관광학회 부회장, 세계축제협회(IFEA WORLD)한국지부 회장, 국제농업박람회협회(IAFE)한국담당이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문화재 활용), 농림수산식품부 신활력지원사업 자문위원, 문화관광부 문화관광축제 심사·평가위원, 경기도축제 심의평가위원, 행정자치부 지역개발부문 정책자문위원, 전국의 12개 축제평가 및 자문위원(금산인삼축제, 김제지평선축제, 보령머드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등) 등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배재대학교 관광축제대학원 원장 (아시아 최초 유일 축제전문 대학원)으로 지난 2012년 세계축제협회(IFEA WORLD)로부터 교육기관 분야 금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