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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가

전병열 본지 편집인  jun939a@newsone.co.kr / 2013-07-03 09:39:28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이 이전투구로 정국의 혼탁은 물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작태를 계속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서 드러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칠거지악’(七去之惡)으로 규정했다. 그는 ‘NLL 상납’, ‘북핵 두둔’, ‘굴종적 태도’, ‘업적 쌓기용’, ‘14조 원 퍼주기 대화’, ‘한·미 동맹 와해 공모’, ‘빈손 귀국, 과대 포장 보고’, ‘국군통수권 지위 망각’ 등을 꼽았다.

한편, 민주당 이원욱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소속 의원 74명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원세훈·남재준 전현직 국정원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권영세 주중대사 등 5명을 1910년 을사(乙巳)늑약 당시의 ‘을사오적’에 빗대 ‘계사(癸巳)오적’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칠거지악’이니 ‘계사오적’이니 하는 갖가지 비방으로 상대를 몰아세우며 ‘이전투구(泥田鬪狗)’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며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결국,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그들의 정쟁일 뿐이다. 이로 인한 남북관계의 악화 우려와 정치 실종의 피해는 모두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논란은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북방한계선(NLL) 공세로 시작됐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회담에서 ‘북방한계선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당시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즉각 나서 ‘터무니없는 날조’라고 반박했지만,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이를 쟁점으로 선거에 활용됐다. 대선까지 실제 발언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여야의 NLL 논쟁은 계속됐다. 대선이 끝난 후 NLL문제는 물밑으로 가라앉는듯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대선 당시 댓글 공작이 밝혀지면서 국회의 국정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에 이르러 그동안 비밀문서로 분류됐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전문과 발췌록이 공개된 것이다.

야권에서는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을 보면, 가장 핵심 내용인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애초 발언이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문제가 확산되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NLL 포기 논란에 대해 “영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담은 여야 공동선언문을 만들어 국민 앞에 상신하자”고 제안했다. 그뿐만 아니라 소위 진보와 보수로 대변되는 언론에서도 이를 놓고 아전인수격으로 보도하고 있다. 한 진보신문은 “(보수신문들은) 25일 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을 ‘NLL 바꿔야…난 위원장님과 인식 같아’라고 뽑았다”며 “전체적인 맥락을 보지 않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한 구절을 끄집어내 부각함으로써 전체 뜻을 왜곡하는 못된 수법이다”고 비난했다. 국민은 여론주도층의 논리에 따라 분열되고 있다. 각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여론을 따라 상호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는 타협을 통해 국론을 통일시키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정치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꼴이다.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안을 세워야 할 이들이 당리당략적인 방패막이에만 여념이 없다.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남북회담에서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인지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그 정치적 책임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물어야 하고, 이 사태를 통해 우리 대통령과 정치권은 무슨 교훈을 얻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반면에 허위나 왜곡된 내용이라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그들에게 어떤 처벌을 해야 하며 국민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이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물론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 특히 사전 유출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는 국민을 무시한 무뢰한 행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