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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유치 통계 믿을 수 있게 해야

전병열 편집인  jun939a@newsone.co.kr / 2013-04-03 14:34:43

관광산업이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도 굴뚝 없는 산업이라며 지자체장의 역점사업으로 추진되고, 따라서 지자체 간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관광산업의 가시적인 성과가 관광객 유치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의식해 관광객 유치 목표를 경쟁적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총 1,114만 명으로 역사적인 관광객 1,000만 시대가 열렸다. 한국관광공사가 세워 놓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는 1,250만 명이다. 여기에 비교해 각 지자체는 외국인 관광객유치 목표를 세우고 있다.

경남도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 100만 명을 목표로 세우고 남해안을 세계적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외국인 관광객 200만 명 유치목표 조기달성을 위해 아시아 지역 관광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부산시도 올해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 유치라는 목표를 세우고 총력전에 나섰다. 전남도는 외국인 관광객 5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지역별 맞춤형 관광객 유치를 위한 상품 개발 등 총력전을 펼친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200만 명으로 계획하고 추진한다.

이같이 대부분 광역지자체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기초 지자체도 관광객 유치 목표를 거창하게 제시하고 있다.

괴산군은 2015년 1천만 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특색 있는 문화관광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안시도 올해 500만 명을 목표로 ‘천안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속초시는 시 승격 50주년을 맞이하여 관광객 1,2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선군은 정선만의 색깔 있는 문화관광 정책을 추진해 관광객 1,000만 명을 유치한다고 발표했다. 충북 단양군은 연간 1,0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여수시 역시 올해 관광객 1,000만 명 유치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같이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관광산업은 지자체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실익이 있느냐는 것이다. 관광산업을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설을 건립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턱없이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사업성이 떨어져 민자 유치가 실패하자 사업추진이 무산되는가 하면 경기 불황 등으로 전임자가 추진하는 사업에 문제가 있다며 중단되는 사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관광객 유치 목표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많은 관광객이 붐벼야 소비가 일어나고 지역에 소득이 생긴다는 이유다.

그런데 유입관광객 통계는 어떻게 하는 걸까. 지자체마다 집계하는 방법이 다르다. 유료 입장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지자체는 그나마 신빙성이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구호성 목표를 내세우기 때문에 방문객 전체를 목표로 제시한다. 물론 과학적인 통계 방법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언제까지 주먹구구식으로 계산될 것인가. 관광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지가 수십 년이 흘렀지만, 관광객 통계 매뉴얼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선도적 국가로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사실 정확한 집계를 낼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중복되는 방문객이나 업무차 또는 상주하는 외국인 통행자까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이 수반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지자체에서 관광객 통계에 드는 비용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내지 못하는 걸까. 목표가 하향 조정되면서 전임자보다 업적이 떨어질까 두려워서 못하는 것은 아닐까. 목표를 높여 잡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바람직스럽겠지만, 턱없이 상징성 목표를 내세워 행정 낭비를 심화시키고 주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목표를 달성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고 실행계획도 세워져야 한다. 아울러 신뢰할 수 있는 실제적인 통계 방법을 제시해야 하며 잘못 계상된 목표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개선해야 한다. 이제 정부기관에서 통계 매뉴얼을 만들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지자체장의 치적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혈세가 낭비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구호성 관광객 유치 목표만 높인다고 주민소득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