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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분유’의 진실 모유수유 권장 하려다 고가 분유 보호해

백수진 기자  (qortnwls6572@newsone.co.kr) / 2013-03-04 14:02:30

최근 모유수유를 권장하려고 마련된 조치가 분유업계의 배짱 영업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생활연구원에서 프리미엄 분유 11개 제품을 조사해 “프리미엄 분유와 일반 분유에 영양성분 및 함량에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가격이 30% 이상 차이난다”고 발표했다.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돼
이후 분유업계 A기업은 프리미엄 분유를 없애고 최근 리뉴얼 제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국소비생활연구원 김연화 회장은 “제품의 가격이 기존 프리미엄 제품에 비해 2000원이나 높게 책정되었다”며 “품질 차이도 별로 없는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한 것이나, 프리미엄 라인을 없애고 제품군을 단순화하는 것이나 모두 가격 인상을 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A기업은 프리미엄 제품과 일반 제품의 통합은 “세계적 흐름에 맞춘 것으로, 모유에 더욱 가까운 성분비를 조성했지만 경쟁업체 프리미엄 제품에 비해서는 여전히 저렴한 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분유업계가 그동안 고가 정책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프리미엄 군을 없애 가격 거품을 뺐다는 자화자찬을 소비자들은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분유업계의 배짱 영업은 분유시장의 기형적 구조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모유 대체식품 판매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라 지난 1991년부터 조제분유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조제분유 할인 판매 및 샘플 제공 같은 판촉 행위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생후 6개월까지 먹을 수 있는 조제분유와 6개월 이상 성장기용 조제식을 구분해 관리하기 때문에 ‘조제식’이라고 표기된 분유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모유 수유를 권장하려고 마련한 조치가 이렇듯 정상적인 마케팅 통로를 막아버리자 업계는 우회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산부인과병원을 공략해 향후 엄마가 분유를 선택할 때 산부인과에서 갓난아기에게 먹였던 분유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산부인과에서 여러 업체 분유를 취급하며 산모에게 직접 선택하게 하는 경우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고, 조제분유 샘플 제공 및 할인 판매가 법적으로 금지됐음에도 일부 산후조리원에서는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분유시장은 기존 업체 텃세에 밀려 신규업자 보기가 힘들고, 간혹 있더라도 살아남기가 어렵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분유업계의 공격적 마케팅으로부터 산모와 아기를 보호하려고 시작한 분유 광고 및 판촉 행위 규제가 산모와 아기가 아닌 기존 업체들만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그렇다고 분유 규제가 풀릴 것 같진 않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분유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오지만 국제 규약에 어긋나는 법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모유수유를 권장한다는 미명 하에 각종 규제를 만들어놓기만 한 당국은 그것이 실제로는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도록 방치하는 처사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