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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장삿속이 돼서야 하겠는가

전병열 편집인  jun939a@newsone.co.kr / 2013-03-04 11:00:08

긴 겨울잠에서 깬 대지의 축복은 화사한 봄꽃으로부터 비롯된다. 지구 온난화 등 기후의 이상 변동으로 유난히도 혹독했던 엄동설한을 견뎌내고 겨우내 움츠렸던 산천초목들이 기지개를 펴며 생동하는 봄은 우리 심신에도 활력을 불어 일으킨다.

봄꽃들이 자태를 드러낼 때면  도처에서는 축제의 장이 열린다. 봄은 그야말로 축제의 계절이다.
전통적인 구경거리 축제에서 함께 참여하며 즐기는 축제로 계승되고 웰빙을 추구하면서 먹거리 축제로 향연이 펼쳐진다. 현대는 치유 개념인 힐링을 목적으로 축제를 기대한다. 시대에 따라 축제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생업에 쫓기다 모처럼 나들이하는 삶에서 여가문화를 향유하는 삶으로 바뀌고 이제는 휴식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자 휴양문화를 일상화하고자 한다. 축제도 이에 부응할 때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다.

봄 축제의 계절을 맞아 지역마다 유사한 축제가 난립하고 있다. 봄을 맞으면서 같은 주제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봄꽃이 주제가 되는 매화축제나 산수유축제, 벚꽃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봄 먹거리 축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봄철의 대표적인 먹거리 축제로는 대게나 주꾸미, 도다리, 멸치 등 해산물을 주제로 하는 축제가 주생산지에서 열린다. 문제는 축제의 본질이 왜곡돼 예산낭비만 초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축제는 지역주민이 신명나는 축제여야 한다. 그런데 지역주민은 소외되고 축제 주최자들만의 잔치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축제는 지역주민에 의해 준비되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즐기는 난장이 돼야 한다. 외지인은 축제지역을 관광차원에서 둘러보고 함께 즐긴다. 그런데 외래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겠다며 목표를 세우고 막대한 예산을 들인다. 이는 축제가 상품으로 변질돼 매출을 올리려는 의도일 것이다. 축제를 빙자해 외지인을 끌어들이고 그들을 통해 지역 상품을 판매하려는 계획이다.

축제는 주최 측이 잔치를 열고 손님들을 초청해 대접하는 뜻이 담겨야 하는데 자칫 잔칫집에서 손님들을 불러 장사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장삿속으로 추진되는 축제는 진정한 축제가 될 수 없다. 약장사가 약을 팔기 위한 목적으로 난장을 펼치고 손님을 불러 모으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마치 무료 경로관광을 시켜준다는 핑계로 고액의 건강식품을 강매하는 사이비 봉사단체와 다름없는 축제는 근절돼야 한다.

우리 집에 아름다운 봄꽃이 만개했으니까 함께 즐기기 위해 지인들을 초청한다면 그야말로 즐거운 잔치가 될 것이다. 초청된 손님들이 선물을 가져올 수도 있고 흥에 겨워 잔치비용도 부조할 수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가족들의 선물로 지역 특산물이나 관광상품을 사서 갈 것이다. 환대를 잘해 준다면 집으로 돌아가서도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주변에 전할 것이다. 매년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잔치라면 빠지지 않고 참석하지 않을까. 먹어본 지역특산물이 마음에 든다면 주문도 할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축제는 어떠한가. 축제가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터무니없는 비싼 가격으로 한몫 챙기려고 혈안이 된다. 방문객은 불쾌감을 감내하고 먹고 사갈 수밖에 없다. 축제 때는 싼 가격으로 손님에게 봉사하고 다음 재방문을 유도해야 할 텐데 오히려 축제를 이용해 잇속을 노린다. 한 개라도 더 팔기 위해 호객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이런 축제가 우리 지역에서 열린다고 생각해보라. 축제는 즐기는 행사가 아니라 스트레스만 받게 된다. 휴식을 위한 나들이가 아니라 불쾌감만 안고 돌아갈 것이다. 상인들의 지나친 장삿속이 지역 이미지를 훼손하고 발길을 돌리게 한다. 지자체는 계도만 할 뿐 규제 방안이 없다고 토로한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축제를 개최하겠다는 지자체장의 의욕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치적에 연연해 축제 본래의 취지를 무색게 하는 과시적인 행사는 혈세만 축낼 뿐이다. 또한, 상업성이 목적인 관광축제는 바가지와 강매, 불친절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소모성 전시행사로 관광객을 유인하고 이들에게서 본전을 찾겠다는 야욕에 지역 상인들이 설쳐댄다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주민 주도의 축제 또한 지나치게 상업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의 훌륭한 축제 자원을 대내외에 알려 관광객이 찾아 즐기면서 소비하도록 해야 한다. 관광객들을 위한 축제다운 축제가 아쉬운 계절이다. 관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자율적인 규제 속에 함께 즐기는 축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