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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방식으로 창조도시를 만들 것”

사하 감천문화마을, 아시아도시경관 대상 등 국내외 평가서 상위권 휩쓸어

대담·사진 l 이근출 영남본부장 · 정선화 기자  newsone@newsone.co.kr / 2013-02-13 09:30:15

잘 뽑은 지도자가 지자체에 가져오는 파급력은 어디까지일까? 부산 사하구를 보면 불과 2년 반 사이에 일어난 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0년 500억 원대였던 사하구의 국·시비 사업 예산은 2013년 현재 3099억 원으로 다섯 배가량 껑충 뛰었다. 사하구 구민의 숙원사업이었던 서구 남항대교와 사하구 감천항 배후도로를 잇는 천마터널이 올해 착공되고 부산현대미술관, 청소년 문화의 집, 홍티아트센터 및 홍티문화공원 등도 건립된다. 부산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던 감천문화마을은 지난해에만 10만 명이 다녀간 유명 관광지가 됐다. 이경훈 사하구청장의 행정력은 지난 2012년 국내외 구정평가에서 43개 부문 수상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사하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부산 전체에서 사하가 상당히 열악한 지역에 속합니다. 정책을 결정하는 시청과도 멀리 떨어져 있고 쓰레기소각장, 하수처리장, 쓰레기매립장, 공장 등 기피시설이 여기에 다 있지요. 임대주택도 많고 어려운 분들도 많아 구민들도 ‘우리 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열악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최근에 대내외적으로 많은 상을 받고 언론에도 많이 부각되면서 점점 자부심을 가지시는 것 같아요. 저로서는 우리 구민들의 그러한 생각의 전환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이경훈 구청장은 지난 2년 6개월의 구정 운영 소회를 이렇게 전했다. 아시아도시경관대상에서 도시·지역부 대상을 받은 감천문화마을에 대해서는 “아시아지역 8개 도시가 상을 받았는데 심사위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감천마을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더군요. 이유는 일반적인 재개발이 아니라 도시재생방식으로 주민 스스로가 마을을 살린다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감천문화마을은 창조도시 ‘사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낙후된 달동네였지만 지금은 ‘한국의 산토리니’ ‘부산의 마추픽추’로 불린다. 해운대에 마린시티가 있다면 사하구에는 감천마을이 있다. 마린시티와 감천마을은 극과 극의 매력으로 부산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산업이 자동화되면서 사람들이 떠나가는 동네가 되면 그 동네를 재생시키는 방법으로 창조도시라는 용어를 씁니다. 제가 구정목표로 창조도시를 내걸은 것은, 사하가 자꾸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고 사람이 사하를 떠나지 않고 살러 오게 하는, 또 관광을 오게 하는 데 초점이 있었어요. 그리고 지난 2010년에 감천문화마을을 돌아보면서 이곳이 창조도시 롤모델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2009년에 문화관광부로부터 1억 원을 지원받아서 예술작품이 설치된 것이 있었는데 감천문화마을에 그런 문화예술을 입히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지요. 그래서 부임하자마자 그 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창조도시기획단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부산시에서 산복도로르네상스사업을 시작해서 산복도로 지원을 통해 도시를 재생하는 전략을 세우고 정부에서 하는 공모사업도 계속 끌어당겼어요. 지난 2011년 그렇게 시작한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가 2회 째에 2만여 명이 방문하는 기록을 세웠고, 평소에도 주말이면 2천 명씩 방문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감천문화마을의 최종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그려볼 계획이지요. 어려운 동네에서 먹고 살려면 사람들이 많이 와야 되는데 일단 많이 오는 것까진 성공했으니까 주민 스스로 소득을 창출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이경훈 구청장은 “이제 출발하는 단계”라며 감천마을에 대한 축하를 뒤로 미뤘다. 감천마을을 비롯해서 다대포, 을숙도 등 사하구의 관광지 곳곳이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예정이다. 부산의 외곽으로서 시민들의 관심에서도 비껴있었던 사하구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지로 점점 바뀌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하구의 문화관광 정책과 비전은.
“사하구의 구정목표는 ‘풍요롭고 살기 좋은 창조도시 사하’이고, 세부전략으로 5대 도시(녹색생태도시, 문화예술도시, 교육도시, 행복도시, 해양관광도시)를 추진 중에 있는데 이는 모두 문화관광과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올해를 ‘문화예술의 해’로 선포하고 관련 예산을 전년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렸습니다. 또한 관광인프라 구축과 함께 지역문화예술인들이 자신의 실력을 주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예술의 장을 만들어나가는데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문화관광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행복하게 만드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즐길거리를 찾을 수 있어야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생각으로 품격 있는 도시 만들기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사하구의 문화관광 경쟁력과 차별성은.
“1300리 낙동강의 종착지인 바다와 만나는 을숙도에서 땅을 박차고 오르는 철새들의 비상, 다대포해수욕장 드넓은 백사장에서 바라보는 최고의 일몰, 다대포 바닷가의 횟집들, 그리고 아름다운 미술작품?예술공간과 함께 골목길을 거닐며 옛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감천문화마을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하구 문화관광의 특징은 ‘힐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을숙도, 다대포, 감천문화마을과 같은 사하구의 대표적 관광지를 가보면 아직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고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어 친환경, 친인간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산하면 떠올리는 해운대나 광안리는 화려하고 인공적인 멋이 있는 반면 여행의 진정한 목적인 ‘자기찾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사하구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편리하게 갖춰진 관광시설 속에서 현대인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예술 도시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은.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과 예술인들의 끼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인프라로는 오는 3월 을숙도에 착공하는 부산현대미술관과 함께 다대동 청소년 문화의 집, 다대동 홍티아트센터 및 홍티문화공원, 을숙도문화회관 지하공간 예술창작공간 리모델링, 괴정1동과 감천1동 작은도서관 건립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또 지역문화예술인들이 자신의 끼를 펼칠 수 있도록 10월에 사하예술제를 비롯해 사하자랑 ‘시’ 전국공모전을 새로 시작합니다. 이와 함께 사하구의 대표축제인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를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는데 매진할 계획입니다.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서는 직접 찾아가는 동네방네 골목영화관과 찾아가는 사하문화공연으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지역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액은 배 가까이 늘리고 문화예술행사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예술인들은 자신의 실력을 펼쳐 보이고 주민들은 이를 향유함으로써 서로 win-win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입니다.”

새롭게 뜨는 관광지인 감천문화마을을 소개한다면.
“사하구 감천2동 감천문화마을은 20여 년 전 3만 여명이었던 인구가 1만 명까지 줄어들자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2009년부터 마을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지역입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꿈을 꾸는 부산의 맞추픽추’가 당선되면서 예술작품 10점을 설치했고, 201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융합형 관광협력사업’의 일환으로 골목길 및 빈집에 예술공간을 설치하고 기념품도 생산하게 됐습니다. 이어 2011년에는 처음으로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를 개최했고, 2012년에는 커뮤니티 공간인 감내어울터와 감내카페를 개소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마을미술 프로젝트2’ 공모사업으로 작은박물관,미술관,다목적광장 등을 건립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에는 관광객 10만 명이 방문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건축디자이너 디오니시오 곤잘레스 부부 등이 다녀갔고, 2년 연속 유네스코 캠프를 개최하면서 세계의 젊은이들이 찾았으며, 아프리카 탄자니아·우간다 공무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사하구의 대표축제인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는 어떤 축제인지.
“2011년 시작한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는 지난해 전국에서 2만 여명이 찾을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습니다. 골목음악회, 골목길투어, 물지게대회, 뻥튀기, 전통혼례식 등 추억이라는 테마와 난타, 아코디언, 힙합, 7080가요, 영화상영, 매직쇼 등 현대적 요소를 조화시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축제로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올해는 골목축제를 기존 10월에서 만물이 활짝 피는 축제의 계절인 5월로 당겨서 개최할 계획입니다. 축제는 해마다 달라지는 매력이 있어야 사람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술공간을 추가로 설치해서 볼거리를 늘리고, 문화마을의 특징에 맞는 공연, 전시, 체험 등 이색적인 즐길거리도 더욱 확충할 계획입니다. 특히 주민들 스스로 유명 맛집과 관광지 탐방단을 꾸려 전국을 순회하며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데 감천문화마을만의 먹거리 창출과 지역상품 개발로 마을홍보와 소득창출을 연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도 유명한데.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는 면적 2천519㎡(768.7평)에 최대 원형지름 60m, 최고 물높이 55m, 노즐 수 1천 46개, 조명 1천 148개의 규모로 2009년 개장과 동시에 세계 최대 바닥음악분수로 기네스 기록에 올랐습니다. 다대포해수욕장 입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마다 100만 명 넘게 방문할 정도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4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매일 밤 음악에 맞춘 웅장한 분수 쇼가 조명과 함께 펼쳐져 추억을 선사하고, 여름에는 낮에 최고 55m까지 올라가는 분수 물줄기를 이용한 물보라 체험을 운영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또한 연인들의 프로포즈나 문화예술인들의 끼를 펼칠 수 있는 공연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는데 올해는 스토리가 있는 사하관광투어 영상을 제작해 상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대포의 동측 해수욕장 복원, 다대포해수욕장~몰운대 테마거리 조성, 다대포 해양관광단지 조성 등으로 관광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자 합니다.”

국내외 관광객 유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광산업은 인프라와 콘텐츠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인프라는 낙동강하구아미산전망대, 감천문화마을, 을숙도 생태공원,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 등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면서 부산시티투어버스의 경유를 유도하고자 합니다. 또 포구 복원,선셋전망대 등 일몰의 상품화, 예술창착공간 조성 등의 계획도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일회성 관광지를 탈피하도록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술가와 주민들이 힘을 합쳐 감천문화마을을 만들고 구청에서는 홈페이지, 홍보물, 예술작품 등 다양한 작업을 지원함으로써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 역시 세계 최대 시설물을 건설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벤트,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내용물을 채워 사하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가꾸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관광업체나 관광협회 등 오프라인 홍보와 더불어 다양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세계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입니다.”

사하구 관광개발의 남은 과제는.
“관광벨트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을숙도생태공원~장림포구~선셋수변전망대~낙동강하구아미산전망대~다대포해수욕장~다대포꿈의낙조분수~다대포관광단지~감천문화마을~괴정동소공원으로 관광흐름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대포 해양관광단지의 경우 어민들의 삶을 보호하면서 관광명소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올해 용역비 5억 원을 확보하면서 정부와 부산시의 관심을 유도하는데 성공했으며, 향후 국가사업으로 조기시행을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입니다. 사하구에는 숙박시설이 부족한 것이 아쉬운 점인데 내국인을 대상으로 도시민박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정부나 지역 정치인들에게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습니다.”



건의하는 도시민박업의 내용은.
“현재 농어촌 지역은 개인 주택을 활용한 ‘농어촌 민박업’이 허용됩니다. 그러나 도시지역은 외국인에 한해서만 ‘도시 민박업’이 가능하고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민박업은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감천문화마을은 해발 200~300m 지점의 천마산과 옥녀봉 사이의 비탈면에 계단식 주거형태를 가진 부산의 대표적인 산복도로 달동네입니다. 쇠락을 거듭하던 이곳에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 결과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가는 마을로 변모하고 있는데 주거환경 및 생활 기반시설의 열악함, 주민 소득과의 연계가 부족한 점 등 많은 과제도 안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감천문화마을 대부분이 전용주거지역, 학교정화구역 등으로 지정되어 숙박시설의 설치가 불가하여 외래 관광객이 머물면서 마을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외 관광객이 다수 방문하고 저소득층이 밀집 거주하는 감천문화마을에 한하여 내국인에게도 도시민박을 허용하여 지역 주민들의 소득증대와 외래 방문객의 편의를 증진시키고자 관련 법령개정을 건의하는 것입니다.”

구청장님의 구정방침과 철학은.
“구정목표인 ‘풍요롭고 살기 좋은 창조도시 사하’에서 창조도시란 지역의 고유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최대한 살려 주민들이 지역에서 사는 것이 재미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재미를 찾아 관광객들이 방문해 지역경제 발전으로 이어지고 또다시 창조도시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도시 발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기존의 도시 발전 패러다임은 하드웨어에 치중해 왔습니다. 즉,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이 도시 발전의 핵심이라 여겼는데, 이것은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외형적인 부분이 아니라 도시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있으며, 주민들의 삶터를 부수고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그 속에서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도심재생 작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사하구 역시 여기에 맞춰 창조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니 주민들이 지역 발전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을 보내 주기를 당부드립니다.”

이경훈 사하구청장은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법률학 학사, 위스콘신주립대학교대학원 행정학 석사, 동아대학교대학원 행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부산광역시 환경,경제진흥국장, APEC준비단 단장, 정무부시장,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민선5기 지자체장 선거에서 부산광역시 사하구청장으로 당선됐다. 홍조근정 훈장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