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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은 바꾸는 게 아니라 가꾸는 것, 답은 자연에 있다”

숙박시설 확충에 저리의 관광진흥기금 지원돼야

대담·사진ㅣ 전병열 편집국장·이은주 기자·정소영 기자  newsone@newsone.co.kr / 2013-01-02 13:52:08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은 문화관광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의 숙박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 정부에서 저리의 관광기금을 지원해야 한다” 박준영 전남도지사(사진)는 새정부에 바라는 관광분야 질의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현재 전라남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관광산업을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숙박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박지사는 정부가 ‘일자리가 필요하다. 일자리 없다’고 하면서 왜 관광산업을 보지 않을까. 의문이라고 말한다. 관광산업은 시설을 건설하는 것부터 운영하는 모든 과정이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간단한 예약은 인터넷 온라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만큼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관광산업이 활성화 되려면 숙박시설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28일 본지 기획취재팀은 동북아 생태·해양관광중심지 조성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박 지사를 찾았다. 폭설로 KTX를 이용해 도착한 목포·무안은 영상의 기온으로 온기가 스며들었다. 온화한 미소로 반갑게 맞아 준 그에게 올해는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 같아 송년 소감을 묻자 “연말이라고 특별한 감흥은 없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연초부터 추진했던 여러 사업들의 현황을 생각한다”며 오직 도정에만 관심을 보였다.

“관광은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자원에 약간의 아이디어를 보태는 것이다”는 박 지사는 모든 관광자원은 이미 그 지역이 가지고 있음을 역설했다. 이어 “전남 완도군 청산도를 예로 들면 개발되지 않은 천연의 자연환경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청산도를 2006년 슬로우시티로 지정하고 자연의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음이온 함유량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지금은 한 해 36만 명의 관광객이 청산도를 찾는다. 하루에 1000명 꼴이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순수 설화가 얽힌 호랑이바위도 한몫을 했는데 바위 근처에서 휴대폰이 오작동 하는 등의 현상이 자연스럽게 관광객의 흥미를 유발했다. 요즘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많이 한다는데, 청산도의 경우 순수한 지역 설화가 그 역할을 한 것이다”고 덧붙인다.

이 같은 관광자원 개발이 계속되면 불필요한 시설투자비용을 줄이면서 관광지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리한 투자 없이도 얼마든지 훌륭한 관광지를 만들 수 있다. 최근 농약이나 비료 없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유기농 생태마을을 중심으로 모내기 관광을 추진하고 있다.

모내기할 때와 농약대신 논밭에 우렁이를 넣을 때, 수확을 할 때 도시민들이 체험하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도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은가. 이런 관광객들에게 기존 관광개념에서 벗어난 자연의 생태에서 얻는 위로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박 지사의 생태관광에 대한 설명이다.

지자체의 무리한 관광개발사업에 대해서 묻자 박 지사는 “시설을 만들 때나 테마를 정할 때는 지역의 역사성이 함께해야 한다. 역사성 없이 급조한 관광지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를 보면 초반에는 활력을 띄지만 미디어가 종료되면 정체성이 없어진다. 관광지로서 수명을 길게 보려면 수입이 없어도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례를 들어 조언한다.

“우리 진도 녹진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이 있었던 곳으로 이곳의 역사성을 알리기 위해 5년째 ‘명랑대첩 축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명량해전 재현을 기획했는데 이것을 보러 일본 관광객들도 찾아온다. 이런 역사를 자산으로 관광기반을 마련하면 설사 유지가 어렵더라도 지켜갈 명분이 생긴다.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전남 문화관광 비전은.
“모든 세대와 계층이 누리는 문화예술이 전남에서 실현되고 동북아 생태·해양 관광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 최종목표입니다. 비전 실현을 위해 문화예술 서비스 공간과 시설 확충, 공연을 확대하고 문화유산의 체계적인 보존 관리와 세계화로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관광 분야는 섬, 해양, 생태 등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을 개발해 상품화 하고 대형 국제행사, 지역 축제와 연계해 다양한 국내외 마케팅을 전개합니다. 기본적인 숙박, 휴양, 레저시설 등 관광 인프라 투자유치가 완성되면 문화예술·청정자연 남도의 맛과 온화한 기후 등이 어우러지는 복합테마관광지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Q. 도지사님의 철학과 도정방침은.
“지난 2004년 ‘전남의 운명을 바꾸자’는 신념으로 도지사에 취임한 이후 낙후의 대명사로 여겨진 이 땅에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습니다. 대규모 지역개발 프로젝트를 가시화하고 첨단 미래산업 육성 기반을 구축 하면서 잠재력을 갖춘 ‘기회의 땅’에서 ‘역동의 땅’으로 변화 했지요. 특히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섬, 갯벌, 해안선, 온화한 기후,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는 땅 등 지역적 특성과 독특한 역사·문화·향토자원의 가치를 발견해 개발했습니다. 이는 도정방침인 ‘미래를 여는 풍요로운 전남’으로 가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역사는 창의적으로 도전하는 자의 몫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미래를 향한 변화와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Q. 전남의 대표적인 문화관광 자원은.
“따뜻한 날씨, 깨끗한 바다와 공기, 넉넉하고 후한 인심과 멋, 흥이 넘치는 예향의 남도문화가 천혜의 자원입니다. 문화자원을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 진도 운림산방에서는 토요 그림경매, 강진 청자박물관에서는 청자경매, 장흥 우드랜드에서는 목공예품 경매를 열고 있고, 목포 시민문화체육센터에서 도립국악단 토요공연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1년에 백만 명 이상 찾는 경쟁력 있는 관광지도 갖추고 있지요. 개최를 앞두고 있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와 인기 관광지 여수 오동도 세계박람회장 외에도 빛축제와 다향제가 열리는 보성 녹차밭, 담양의 죽녹원, 해남 땅끝,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 등이 있습니다.”



Q. 전남의 대표적인 축제와 육성전략은.
“축제는 지역홍보, 관광객 유치,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남의 22개 시·군의 대표축제는 관광객 730만 명, 경제효과 6천 6백억 원의 성과 (2011년 기준)를 냈습니다. ‘강진 청자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년 연속 대표축제로 우수성을 증명했고, ‘함평 나비축제’는 독창적 주제와 차별화 된 전략으로 축제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이외에도 충무공 이순신과 전라민초의 호국의식 함양을 기리는 ‘명량대첩축제’와 남도음식의 전통 계승 및 세계화를 위한 ‘음식문화 큰잔치’가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장흥 정남진물축제 등 6개 축제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축제로 육성하기 위해 1시·군 1대표 축제를 집중 육성코자 축제 전문가 컨설팅과 평가를 통한 피드백, 지역문화 콘텐츠 개발 등으로 관광 만족도를 높여갈 예정입니다.”

Q. 전남의 해외 관광객 유치 방안은.
“요트, 호버크래프트, 크루즈 등 해양관광 레저상품을 개발해 국제 규모 대회를 개최하고 F1코리아그랑프리,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 연계 체험 상품도 꾸준히 개발해야 합니다. 첫발로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집계기준 중국 해외여행객은 7035만 명이었습니다. 중국인 해외관광객 1억 명 시대를 맞아 전세기 인센티브 지원, 중국 현지 마케팅을 위한 현지인 매니저 육성, 중국 단체 골프 관광객, 크루즈 관광객 적극 유치가 이루어진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아직까지는 한국을 찾는 중국관광객 보다 중국에 가는 한국인 관광객이 더 많습니다. 왜 한국 사람들은 중국에까지 골프를 치러 갈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그저 중국에 골프장을 많이 세워놨을 뿐이지요. 기반을 갖추니 자연스럽게 안팎으로 알려지고 중국하면 골프가 떠오르게 되는 겁니다. 만약 지금 중국인들이 한국의 전라도로 골프치러 간다면 이상하겠지요. 하지만 숙박시설을 제대로 갖추면 중국 골프객을 성공적으로 유치하리라 봅니다. 시험적으로 중국 현지관광객의 전라남도 투어를 운영해봤는데 ‘공기가 좋다’, ‘음식이 맛있다’며 반응이 좋았습니다.”

Q. 중국 시진평 총서기와 친분이 두터운데 관광교류에도 시너지 효과를 보는지.
“2010년 상해박람회에서 만났을 때 여수엑스포를 앞둔 시점이라 중국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왕치산 중국 상무위원 등 많은 중국의 인사가 여수를 찾았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에 의해서라기보다 본인들이 여수엑스포의 가치를 판단해서 찾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국과 한국 관광산업은 시너지를 내기 위해 동반성장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요즘 같은 때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적은 비용으로 인접 국가를 가는 것이 건강한 해외여행을 즐기는 방법 아니겠습니까.”

Q. 동북아의 해양문화관광 거점 조성 현황은.
“전남은 섬 2219개, 해안선 6475㎞, 갯벌 1037㎢, 천일염 3007ha 등 타 지역에 비해 해양관광개발에 우수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을 동북아 해양문화관광의 거점으로 삼고 해양관광특구로 지정해 해양 관련 첨단 연구·산업 시설을 유치할 계획입니다. 또 여수세계박람회와 더불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남해안 권역의 성장 동력으로 삼으면 국제해양관광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갤럭시 아일랜드, 사파리 아일랜드 전남 요트마린 실크로드 등 섬과 해안선, 다도해국립공원 지역에 해양관광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Q. 전남의 신성장 동력과 역점사업은.
“신성장 동력은 전략산업인 생물, 조선, 신소재산업 등을 기반으로 삼음과 동시에 미래 첨단산업인 우주항공, 레이저, 전기자동차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역점사업은 양질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미래산업 육성과 기업유치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특히 자연자원을 활용한 생태관광 활성화 및 국제행사 성공개최를 위해 동물의 섬, 차이나 아일랜드 등 테마 섬을 조성하고, 흑산도 소형공항을 건립했습니다. 또 친환경 생명산업을 강화하여 안전 먹거리 확보를 목표로 유기농·무농약 인증면적을 38%까지 확대하고, 친환경농산물 종합물류센터를 건립했습니다. 앞으로는 행복마을과 은퇴도시를 확대해 도시민과 귀농인구를 유치해 나갈 생각입니다.”

Q. F1 코리아그랑프리 향후 전망과 대안은.
“3년 연속 F1코리아그랑프리(이하F1) 성공개최로 모터스포츠의 대중화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F1은 장기적인 눈으로 볼 때 전남도뿐만 아니라 국가에 크게 기여하는 세계 규모 행사입니다. 적자누적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F1을 개최하는 다른 국가에서도 초반에는 큰 적자를 봤습니다. 때문에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대회 개최비용의 60%를 정부가 지원하고 관광객과 투자 유치를 위해 대회기간을 2017년까지 연장했습니다. 당장의 이익보다 멀리 내다본 것이지요. F1은 스페인 평균 51%, 독일 45%, 이탈리아 40%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국제 대회입니다. 이를 통해 국가와 지역 브랜드 가치가 제고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투자유치 촉진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처음 민간업체가 F1을 열겠다고 했을 때 일부 투자금과 함께 개최권료를 3년 동안 지급하고 4년째부터는 200억 원씩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은 그 비용이 전남에서 고스란히 소비가 될 것이라는 계산에서였습니다. 제 작년까지는 개최권료 보다 적자가 났지만 지난해에는 적자폭이 줄었습니다. 내년 대회는 흥행과 수익성 개선으로 ‘F1 재도약 원년의 해’가 되도록 온 힘을 다할 것입니다.”

Q. 공약 추진현황과 남은 임기 동안의 과제는.
“공약사항으로 8개 분야, 80건을 제시했습니다. 전체 공약 80건 가운데 예산사업은 78건, 비예산 사업은 2건이었으며 2012년 6월 기준 공약사항 평균 진도율은 62.2%입니다. 앞으로 임기 내에 완료가 가능한 사업은 44건이며, 호남-제주간 해저터널 건설 등 사업기간이 장기 소요되는 31건 역시 지역의 명운이 걸린 대단히 중요한 사업인 만큼 계속 추진할 것입니다. 임기동안 도민께 약속한 공약사항 이행에 최선을 다하고, 낙후라는 굴레를 안고 살았던 이 땅에서 우리 후손들은 미래를 꿈꾸며 희망을 나누는 훈훈한 공동체로 탈바꿈 될 수 있도록 미래 먹거리와 성장동력 확보에 역점을 두고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Q. 관광산업개발 추진 성과와 향후 계획은.
“동북아 생태·해양관광 중심지 조성을 위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관광개발사업 총 529건에 6425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그 결과 전남이 해안·섬·갯벌이 어우러진 해양 휴양관광지로 급부상했고 생태관광도 활성화됐지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전남권 관광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 133개 사업에 3조 2700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자원을 크게 훼손하지 말고 활용하는 사업이 주를 이룹니다. 친환경 농업은 국민들에게 가장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업 농가들의 소득을 올릴 목적으로 진행했는데 실제로 전국 61%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외 소금산업, 해조류 산업, 신재생 에너지 산업, 생태관광 역시 전남만의 관광자원을 활용한 것입니다. 진도 염전의 소금사업을 봐도 방치된 우리 자원을 다시 살리자는 의도였고 신재생 에너지도 지역의 일조량이 많기 때문에 개발했습니다. 어떤 관광산업에 있어 논쟁이 되는 것은 근거 없는 대형 시설물을 세우고자 할 때입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 올 지도 모르지만 전라남도의 관광산업개발 사업은 중단되거나 바뀌는 부분이 없을 거라 자신합니다.”



Q. 마지막으로 후진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조언하기에는 스스로 부족함이 많습니다만 성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 성공의 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그럼 성과는 자연히 따라옵니다. 또한 이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잘하는 것은 협력하고 못하는 것만 비판해야 합니다. 상대는 적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자로서 공존해야 합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목포에서 초·중교와 서울 인창고, 성균관대학교·대학원(정치학박사)을 졸업하고 중앙일보 편집부국장을 거쳐 김대중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 겸 대변인·국정홍보처장 등을 역임했다. 민선 3·4·5기로 3선 째 전남도를 견인하고 있는 박 지사는 제5대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지난 18대 대통령 민주당경선후보에 올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