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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개탁’의 벼랑 끝에서 癸巳年의 희망을 품다

전병열 편집인  jun939@newsone.co.kr / 2013-01-02 13:42:50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몰린 위기 상황에서 구사일생으로 희망을 찾았습니다.

서민경제가 파탄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으며, 가계부채가 국가경제를 위협하고, 사회불안이 공포로 다가옵니다. 양극화의 갈등은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일자리를 달라는 아우성이 전국을 메아리칩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허리띠를 졸라 매며 인내의 한계치에서 발버둥치는 서민들은 엄동설한 보다 더한 추위와 배고픔에 울부짖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과 해직 근로자들의 통곡이 하늘을 울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절규는 인간의 기본 권리인 생존과 행복을 찾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안녕을 보장해야 할 위정자들은 ‘쇠귀에 경 읽기’로 일관하고 당리당략적인 이전투구(泥田鬪狗)에 혈안이 돼 있으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현직을 팽개치고 실세를 쫓아 줄 대기에 여념이 없는 공직자와 지식인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2012년을 ‘거세개탁’(擧世皆濁)이라고 표현했겠습니까.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뜻인 이 말은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고 합니다.

거세개탁은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실린 고사성어로 굴원이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초췌한 모습으로 시를 읊고 있는데, 고기잡이 영감이 그를 알아보고 어찌하여 그 꼴이 됐느냐고 물자, 굴원이 “온 세상이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뭇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고 답한 데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 일로 비관하지 않습니다. 벼랑 끝에서 새 희망이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과 같이 계사년을 맞아 흑룡의 허물을 벗어 던지고 희망을 품었습니다. 거세개탁에 물든 이들은 일부 위정자들과 지식층일 뿐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와 무관하게 자신의 소임을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우리 국가의 핵으로 이제 희망을 가꾸려 합니다.

소수의 위정자들이 좌우하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국민이 중심이 되는, 국민을 위한 지도자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소수의 가진 자와 권력자의 손에 휘둘리는 국가가 아니라 국민들에 의해 끌고 가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국민들의 염원이었습니다.

드디어 정파에 흔들리지 않고 냉철한 판단으로 공약을 따져가며 이성적으로 선출한 대통령에게 우리의 안녕을 맡기게 된 것입니다. 이젠 총력을 모아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처하고 국가경제 활성화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갈등과 분열은 국력을 약화시키는 해악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젠 이념과 정파를 떠나서 위기극복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건전한 비판과 적극적인 협력이 절실할 때입니다.

위정자가 국민들로부터 국가통치를 위임받았다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주권을 가진 우리가 국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대통령만 잘 선출하면 우리의 삶이 윤택해 질 것이라 믿었습니다만 결과는 참담했을 뿐입니다. 정권 말기엔 모두가 위정자한테 책임을 전가하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대통령 혼자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없으며 그렇게 맡겨서도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뼈아픈 경험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다시는 그런 실패를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지도자인 만큼 우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합니다. 이는 국가의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과제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물론 위정자가 우선해야 할 것은 국민통합을 위한 소통이며 장애요소를 개선하는 일입니다. 또한 야권의 목소리와 소외계층과의 소통이 원활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통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설득하고 조정해야 합니다. 명실상부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선과 아집이 실패한 위정자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공약을 믿고 선택한 유권자들은 그 약속을 학수고대할 것입니다. 납득 없이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실망으로 인한 분노가 활화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배하고 통치하면 따르는 국민이 아니란 것을 각성하고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국민의 위치를 존중한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감동과 만족이 있는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