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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능선따라 흐르는 구슬픈 아리랑 가락

11월에 가볼만한 ‘아리랑’ 여행지

권혜리 기자  hyeri@newsone.co.kr / 2012-11-05 17:03:59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듣기만 해도 울컥 목이 메는 노래가 있다. 한국사람이라면 대부분 애국가와 아리랑을 손꼽을 것이다. 애국가야 국가를 상징하는 곡이라 하더라도 아리랑은 특이하다.
특별한 곡조도 특출난 가사도 없이 아리랑이라 흥얼거림만으로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아마 아리랑이 ‘민요’(民謠)이기 때문일 것이다.
식견 높은 양반들이 아니라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서민들이 언제부터 추정할 수 없을 만큼 오래전부터 눈물짓고 한숨 쉬며 불렀던 곡조에 담긴 삶의 애환은 끈질기게 이어져 현대인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능선을 따라 고개를 높이 치켜든 억새들이 흔들리고 베일 것처럼 청명한 하늘이 아득히 높게 느껴지는 가을의 끝자락. 삶의 애환을 품은 ‘아리랑’ 한 소절을 흥얼거리며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한국관광공사는 늦가을을 맞아 11월에 가볼 만 한 곳으로 ‘우리소리기행, 아리랑’이란 주제로 전국 방방곳곳 아리랑의 고장을 소개했다.

정선아리랑, 그 유장하고 애절한 소리를 찾아서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정선 아리랑’은 정선의 자연과 쏙 빼닮았다.
빼곡한 산자락과 산 사이로 꺾이고 휘어 흐르는 강물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고단함 등은 단조롭고 유장하며, 가사가 구슬프고 애절한 ‘정선 아리랑’ 그 자체다.
흥얼흥얼 아리랑을 읊조리며 걷는 곳마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지만 정선아리랑을 제대로 만나고 싶다면 발상지인 거칠현동과 애정편의 주 무대인 아우라지, 정선아리랑전수관, 아리랑극 공연장 등을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물론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고갯길에 올라 바라보는 정선 땅이다.
반점재, 새비재, 병방치 등은 정선의 생김새를 조망할 수 있는 고개 중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곳이다. 이용객이 줄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기차역을 향토 자료관으로 만든 기록사랑마을전시관(옛 함백역)과 억새전시관(옛 별어곡역)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또 기록사랑마을전시관 가까이에는 정선아리랑학교가 있다. 정선아리랑연구소가 아리랑 보존과 교육을 위해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개별 여행객을 위한 아리랑 체험이 아닌 전문적인 교육이 펼쳐진다.(033)560-2363



섬마을에 울려 퍼지는 구성진 가락,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아리랑’으로 손꼽히는 진도아리랑의 매력은 구슬픈 가락에 담긴 흥겨움에 있다. 고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가사가 그렇고, 세마치장단으로 시작해 중모리나 중중모리로 바뀌어가는 장단은 어깨춤이 절로 날 만큼 흥겹다.
특히 후렴구에 나오는 흥타령 계열의 콧소리가 리듬을 더욱 경쾌하게 끌고 간다.
‘국악의 고장’이기도 한 진도까지 발걸음을 옮겼다면 아리랑을 포함한 우리소리를 배워보는 것도 좋다. 국립남도국악원에서는 매주 금요일 1박2일 일정으로 주말문화체험 교실을 연다. 숙박이 어렵다면 금요상설 국악공연을 추천한다. 또 보다 서민적인 소리를 만나고 싶다면 토요일 진도향토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지는‘토요민속여행 상설공연’이 있다.
이외에도 ‘진도의 명물’진도개 공연, 남도진성과 남진미술관 등 남도의 대표 여행지도 놓치지 말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99’로 선정된 운림산방 역시 지척이다.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임회면 상만리에 자리한 아리랑마을은 아리랑 체험관, 홍주촌, 야외 놀이마당, 장미공원 등 문화 체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매주 토요일에는 남도 최고의 낙조라 일컫어 지는 세방낙조전망대에 올라 흥겨운 가락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061)540-3045

밀양 사람들의 삶이 담긴 노래, 밀양아리랑
밀양아리랑은 최근 드라마 ‘아랑사또전’으로 재해석돼서 친숙한 ‘아랑 전설’ 이 모티브가 된 노래라는 것이 정설이다.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동지섣달 꽃 본 듯이 / 날 좀 보소 ’
타 지역의 아리랑에 비해 빠르고 경쾌한 곡조 때문에 지금까지 농요로 널리 불리며 흥겨운 가락은 광복군의 군가로도 사용된 적이 있다.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을 하던 밀양 사람들의 아리랑에 가사만 바꿔 부른 광복군아리랑이다. 100여 수나 되는 밀양아리랑의 일부는 밀양시립박물관 아리랑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또 영남루 옆에 세워진 밀양아리랑 시비와 아랑 전설의 중심지 아랑사도 구경해보자.
11월 밀양은 단풍과 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천황산을 꼽을 수 있는데 영남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는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와 3대째 이어 도예를 하는 청봉요에서는 도예와 다도 체험도 할 수 있다.(055)359-5644



고갯마루 넘으며 흥얼거리는 민요 가락, 문경새재아리랑
문경새재아리랑 노랫말에 담긴 문경새재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문경새재 고갯마루를 오르다 보면 제2관문인 조곡관 너머 아리랑 가락이 구성지게 흘러나오는 문경새재 아리랑비가 있다. 예부터 문경새재는 민초와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이 넘나들던 애환이 서린 ‘아리랑’ 고개였지만, 최근에는 외지인들이 즐겨 찾는 걷기 좋은 흙길로 사랑받고 있다. 11월에 접어들면 문경새재길은 오래된 성문과 계곡이 어우러져 만추의 아름다운 풍취를 뽐낸다. 고갯길에는 아리랑의 숨결 외에도 조령원터, 교귀정 등 옛길의 사연이 담긴 볼거리가 가득하다. 문경시는 문경새재아리랑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2008년부터 문경새재아리랑제도 열고 있다.
문경에는 다양한 박물관과 전시관이 있어 아이들의 체험 학습에도 좋다. 읍내에서 대야산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길목인 가은읍에는 의병대장 운강 이강년의 기념관과 함께 실제 갱도체험을 할 수 있는 문경석탄박물관이 있다. 문경새재도립공원 가는 길에 들어선 문경도자기전시관과 문경유교문화관도 들러볼 만하다. 고개를 넘느라 쌓인 피로는 문경온천에 들러 풀어도 좋다.(054)550-6392



지구촌을 사로잡은 한국 민요, 경기아리랑
예부터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표하는 민요 아리랑은 민족 화합이나 동질성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불린다. 이제 아리랑은 우리 민족에서 더 나아가 지구촌 주민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경기아리랑(혹은 서울아리랑)은 일제강점기에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을 계기로 한민족의 애창곡이 됐다. 특히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가사 한 줄이 3∼5음보로 짧고 간결하기 때문에 따라 부르기 쉬운 것이 특징. 외국인에게 잘 알려진 아리랑도 이 곡조가 근본을 이룬다. 과천시의 경기소리전수관은 ‘경기도무형문화재 31호’로 지정된 경기소리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국악 강좌를 진행한다. 경기소리 중 하나로 아리랑도 배울 수 있다.
소리전수관 인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대공원, 국립과천과학관 등이 있어 가을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02)3677-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