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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외딴 섬 외도(外島)에서 천국을 만났네”

90분의 마법 같은 시간, 외도의 신비한 매력에 빠지다

신지윤 기자  jiyoon@newsone.co.kr / 2012-11-05 15:28:42

남해안 외도를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수용 인원 제한, 날씨 제한 등의 이유로 외도에 갈 수 없는 날도 많다. 외도를 둘러보는 시간도 제한돼 있다. 그래서 외도를 다녀 온 게 꿈처럼 느껴진다. 배를 타고 들어선 순간부터,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을 한 시간여 동안 황홀함에 젖어 둘러보다가,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외도를 나온 상태였다. 일순간 멍 했다. 일장춘몽(一場春夢)처럼 허무했다.

거제의 대표 관광지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상낙원으로 손꼽히는 외도는 개장한지 햇수로 18년째를 맞이했다. 이곳은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외도해상문화시설지구로 지정된 개인 소유의 섬으로, 남해 거제도로부터 남쪽으로 약 4km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거제에서 외도까지 유람선을 타면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이 외로운 섬을 관광지로 처음 개발한 사람은 이창호·최호숙 부부다. 1969년 7월, 지금은 세상을 떠난 이창호 대표가 이쪽으로 낚시를 왔다가 태풍을 만나자 우연히 외도에서 하룻밤 을 머무른 게 인연이 됐다. 3여 년에 걸쳐 이 섬 전체를 매입해, 1970년대 초반부터 섬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식물원을 구상한 건 아니었다. 감나무를 심어 농장을 조성하기도 했고, 돼지를 대량으로 사육하기도 했다.

결과는 다 실패로 돌아왔고, 그런 시행착오 끝에 시작한 게 바로 식물원이다. 20여 년의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생태 공원을 조성, 95년 4월에 첫 개장을 했다. 새로운 볼거리를 찾던 관광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수많은 매체들이 외도를 취재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



외도가 매혹적인 이유를 꼽으라면 셀 수 없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아열대 식물을 볼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일 것이다. 게다가 사계절 내내 다른 종류의 꽃이 피기 때문에 이곳은 가을·겨울도 화려하다. 봄엔 크로커스, 무스카리, 프리탈리아, 아이리스, 여름엔 에레무르스, 발렌타인자스민, 가을엔 멕시칸부시세이지, 겨울엔 뿔남천, 헬레보루스 등 희귀한 식물을 일 년 내내 만나볼 수 있다. 2백여 종의 꽃들이 있고, 섬 전체의 식물 중 90% 이상이 상록수로 조성돼 있다. ‘알록달록’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파릇파릇하고 형형색색의 식물들 사이에는 유럽 느낌이 물씬 풍기는 ‘비너스 가든’이 조성돼 더욱 이국적이다. 거기에 마음을 편안히 하고 기도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에덴 가든’, 옛날에 초등학교 분교였던 건물을 헐고 새롭게 지은 ‘리스하우스’는 외도의 대표 사진 촬영지이다. 비너스가든에는 자그마한 무대도 마련돼 있는데, 이곳에서 소규모의 공연도 열 수 있다. 하지만 예측이 불가한 날씨 문제나 관람 시간 등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공연 스케줄을 사전에 예약하는 건 어렵다.



외도에서의 총 관람시간은 90분이고 숙박은 안 된다. 간단한 음료나 스낵을 파는 곳이 있지만 식사는 어렵다. 관람시간 안에 식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식사시간이 길어지면 관람에 무리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도 해상공원의 정확한 명칭은 ‘외도 보타니아’다. ‘보타니아’는 식물을 뜻하는 botanic과 낙원을 뜻한 utopia를 합친 합성어로, ‘식물의 낙원’을 뜻한다.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딱 적합한 표현인 것 같다.
이곳은 정말 이름 그 자체다.
선박에서 내려 외도 입구에 발을 딛었다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관람할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앞으로 엄청난 오르막길을 경험해야 할 테니 말이다. 하이힐을 신고 왔다면 90분 동안 그 어떤 감정들 보다 신발을 잘못 신고 왔다는 ‘후회’라는 감정만 잔뜩 들어 관람에 많은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이곳은 날씨가 맑고 좋을 때에만 개방 되는 곳이다. 그러니 너무 부담스럽게 옷차림을 두껍게 입고 오면 땀이 분수대처럼 솟아서 거동이 힘들다.



외도를 가장 완벽하게 둘러보기 위해서는 동선을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길이 몇 갈래로 나뉘는데, 지도를 보지 않고 그냥 가면 동선이 꼬이거나, 어떤 코스는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세 갈래 길에서 코카스 가든과 비너스 가든을 순서대로 보고, 비너스 가든과 리스하우스가 나온다. 그곳은 외도의 대표적인 포토존이니 사진을 한 번 찍는다.

이곳은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마지막 장면으로 나왔던 곳으로, 비너스 가든과 리스하우스를 찾는 관광객들은 그 드라마의 아련했던 장면을 다시금 회상하게 된다. 여기까지 중간 정도 되는 지점이다. 더 올라가야 한다. 볼 것이 아직 많다.

그곳을 지나 화훼단지와 대죽로를 만나게 되고, 제1전망대에서 탁 트인 바다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수평선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곳에 서서 한 십여 분 동안 멍 하니 바다풍경에 빠져있게 된다. 왼쪽으로 파도가 만들어낸 절벽이 인상적인 동도가 보이고, 바다안개 없는 날엔 저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 전망대 뒤편에 간단한 음료나 스낵을 파는 카페테리아가 마련돼 있으니 잠시 그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바다 풍경에 젖어보는 것도 좋다.

전망대를 지나면 옛날 전통놀이들을 조각으로 만들어 놓은 조각 공원이 있다. 그곳을 천천히 거닐며 20세기의 어린 시절 즐겨 하던 놀이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말뚝박기나 공기놀이를 하는 모양의 조각품이 인상적이다.

바다 풍경을 보며 마음을 비우고 기도를 할 수 있는 작은 교회 ‘에덴 가든’을 지나면,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천국의 계단’이 나온다. 헤어 디자이너가 머리를 멋지게 매만져주듯, 천국의 계단에 서 있는 나무들도 둥글둥글 예쁘게 정돈돼 있다. 계단을 내려가는 중간 중간 나무 틈 사이로 다양한 색색의 꽃들이 보인다. 나무들이 울창하게 줄지어 있어 싱그러움이 물씬 전해진다.



여정이 마무리가 되어가는 시점이다. 동선의 끝자락엔 기념품 가게가 있고, 그 밑에 있는 또 다른 건물엔 외도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엔 이창호 대표가 살아생전 외도에 머물면서 사용했던 소지품들과 사진들을 전시해 놨다. 1970년대에 생태 공간이 전혀 조성이 되지 않았던 시절 모습부터, 나무를 심고 조금씩 조금씩 변화해 가는 모습들을 사진을 통해 한 눈에 볼 수 있다. 전라도 방언에 ‘오지다’라는 표현이 있다. ‘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알차다’라는 뜻이다. 이곳은 어느 평범한 한 부부가 수십 년 동안 가꾸고, 일구어 낸 결과물이다. 아무것도 없던 이곳을 이렇게 탄생시켰으니 대표 내외는 오지다라는 표현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 외도에서 바닷가 풍경을 바라볼 때도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오지다했다.

90분이 10분처럼 지나갔다. 무언가 참 많이 본 것 같은데 너무 빨리 지나갔다. 나는 거제로 돌아오는 배를 타면서도 몇 번이고 외도를 돌아봤다. 육지를 밟고 다시 외도를 바라봤을 때, 내가 방금 저 곳을 다녀온 게 맞나? 오묘한 기분이 올라왔다. 머지않아 다시 저 신비의 섬을 찾으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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