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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사업은 수익보다 공익적 목적이 크다”

국내관광 활성화만이 외래 관광수입 흑자로 이어질 수 있어

대담┃ 전병열 편집국장·권혜리 기자  newsone@newsone.co.kr / 2012-11-05 14:56:46

지금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관광시장은 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한사람이라도 더 끌어 들이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지자체에서 관광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홍보할 수 있는 관광공사 설립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일 정도.

그러나 문제는 무리한 관광공사 설립이 즉각적으로 관광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애초에 관광객이 타 지역에 가서 소비한 비용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관광산업의 목적을 떠올린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박영규 홍보실장(사진)은 그렇기에 “관광산업이 관광마케팅 자체만으로 수익을 얻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박 실장은 “NTO(National Tourism Organization - 정부관광기구)나 RTO(Regional Tourism Organization - 지방관광기구) 모두 수익적인 면보다는 공익적인 부분을 더 크게 생각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예를 들어 미국 시카고의 대표적인 컨벤션 센터인 매코믹 플레이스는 일 년 내내 대형 컨벤션이 열리는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것도 사실인 시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카고 시는 이 매코믹 플레이스를 지속적으로 관리 운영 중이다.
결과적으로 컨벤션 센터를 유지하면서 나는 적자보다 컨벤션에 참석한 관광객들이 소비하는 부가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 이 같은 이유로 컨벤션 센터에 연계된 호텔, 레스토랑, 택시회사 등의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센터의 적자를 메워주고 있다.

박 실장은 국내 지방관광기구나 지자체가 매코믹 플레이스의 예를 생각해 봐야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관광의 가장 큰 문제점이 관광 활성화를 위한 초기 투자에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는 점이라는 것이 박 실장의 견해다.



“우리나라 RTO나 지자체장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서울 코엑스를 견본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코엑스는 서울이란 장점 때문에 임대도 되고 활성화가 되지만 지방은 그게 가능하지 않다. 가장 큰 차이점은 코엑스는 주식회사란 점이다. 주식회사는 당연히 주주의 이익을 우선으로 한다. 그렇다보니 관광 전체의 인프라보다는 수익 자체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여건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니 결국 좋은 시설물들이 방치되거나 기껏해야 돌잔치, 땡처리의류전 같은 걸 하게 되는 게 아니냐. 내수 관광활성화를 위해서는 큰 그림으로 봐야한다.”
이렇게 보면 RTO는 얼핏 골칫덩이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관광산업이 커지기 시작하는 지금 이 시점에 꼭 필요한 기관 역시 RTO다.

“지방의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 개발하기 위해서는 RTO의 존재는 꼭 필요하다. 시야가 넓어지고 다양성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좋고, 그로 인해 생긴 이익을 배분해 해외마케팅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은 박 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최근 3년간 한국관광공사가 이룬 성과는.
“최근 3년간 한국을 방문한 외래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이는 신종플루, 천안함 피격사건, 일본대지진 등 여러 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관광마케팅을 펼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외국인 관광객 입국자 수가‘두 자리 수’증가율을 보였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광 관련 산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리프레시 장기휴가 문화의 정착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벌이고 있습니다.”

Q 한국관광공사 설립 50주년이다. 그간 한국관광 산업의 발전상은.
“한국관광공사가 처음 설립된 1962년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관광객은 1만5000명에 불과했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무려 660배의 양적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관광수입도 50년 만에 135만 달러에서 2011년 100억 달러 달성이라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공사는 민간이 하기 어려운 진흥, 홍보, 개발업무에 박차를 가하며 면세점, 카지노 등을 통해 관광수익 창출에 앞장섰습니다. 그 결과 SKAL(세계최대 민간국제 관광기구) 세계 총회 및 UNWTO 연차총회, T20 관광장관회의 등 대형이벤트를 개최하는 주요 관광국가로 성장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130여 개 국 중 한국의‘관광경쟁력’은 꾸준히 상승 중이며 향후 20위권 내에 진입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반면 아쉬운 점은.
“장기휴가 문화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더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법정 휴가가 주어져도 심리적인 요인으로 휴가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회분위기가 남아 있습니다. 휴가는 업무의 생산성, 창의성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활동이란 의식전환이 필요합니다. 또한 공사의 전체 예산은 지난 3년 동안 미미한 수준으로 좀 늘긴 했으나, 해외 마케팅 예산은 오히려 줄었는데 우리와 경쟁하는 다른 관광선진국은 관광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관광산업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관광산업은 단순히 관광객 유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 지역균형발전, 청년실업 문제 해결, 서민경기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합니다.”

Q MICE 관광, 의료관광 등 관광산업의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특화된 관광은.
“관광산업은 농업이나 유통, 제조 등 1·2차 산업과 융합해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명이며, 참신하고 새로운 관광상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도전적인 벤처사업이 왕성하게 일어나야 합니다. 또한 이를 위해 20년 전 IT 분야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적, 제도적 지원과 창의적인 개개인의 도전적인 벤처창업을 통해 성장했듯이, 관광산업에서도 이러한 집중적인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공사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창조관광사업 아이디어 공모전’도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 새롭게 출발한 사업으로 앞으로도 창조관광사업 확대를 위해 맞춤 교육, 컨설팅을 실시해 관광산업의 외연을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Q 관광공사의 수익사업은.
“현재 2013년 2월 28일까지 운영예정인 면세점 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개발했던 관광단지들. 예를 들어 해남광운단지, 제주중문단지 등 매각할 부지가 좀 남아 있는 정도죠.”

Q 관광공사에서 수익사업을 배제시키는 게 공기업선진화차원의 목적인가.
“그런 건 아니고 2008년 정부에서 선진화 얘기가 나왔습니다. 민간에서 할 수 있는 건 민간에서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하지만 우리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민간이 관리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우선 첫 번째는 정부에서 징세권을 포기한 사업입니다. 이제 와서 민간 이익으로 한다는 건 정부의 정책으로는 문제가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죠.
둘째는 우리가 오랫동안 추진하고 있던 건 국산명품화 사업입니다. 흔히 한국관광객들이 프랑스에 가면 루이비통 가방을 사고, 영국에 가면 버버리 코트를 사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명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산업은 어느 정도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관광객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 들어 온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을 떠날 때는 결국 면세점에서 해외유명 브랜드를 사가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면세점을 착안한 것인데 사실 공항면세점은 임대료가 비싸 여간 부담이 아닙니다.
국산제품을 명품화 시키려면 보여 줄 장소가 필요하고 면세점은 국산 브랜드를 홍보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그런데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익도 포기 해야하는데 민간에게 그렇게 요구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결국 이런 사업을 할 수 있는 건 공기업뿐이고 그런 차원에서 정부의 선진화정책은 현실적이지 못한 느낌이 듭니다. 우리 공사는 벌써 중소기업협회와 디자인회사와 합작해 고품질의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을 만들어 본격적인 명품화사업에 돌입했으나 다만 이게 알려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게 면세점이랑 관광마케팅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죠. 관광객들의 구매성향이나 소비성향이 다 마케팅과 연관이 되어 있으므로 그 걸 하지 말라면 마케팅의 한 축을 잃는 셈이 됩니다. 물론 면세점을 하는 목적에는 수익도 포함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란 것이죠. 관광마케팅에도 도움이 되고 국산명품을 발전시키는데도 토대가 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Q 관광시장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관광수지가 적자다.
“관광수지 적자는 어느 한 기관의 책임이라고 볼 수 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호보완적으로 봐야 합니다. 국내로 유입되는 관광객보다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의 수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부정적인 면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죠. 최근에 관광객이 늘어나고 만족도를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내국인들이 해외여행을 88년도부터 많이 하다 보니깐 관광에 대한 수준이 높아지고 관련비즈니스를 하는 분들도 시야가 넓고 높아져서 수준에 맞춘 시설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관광객들이 들어와서 수준 높은 시설과 콘텐츠를 즐기고 그만큼 만족도도 높아지게 됐습니다. 또 내국인들의 해외관광 역시 해외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고 연관성도 있을 것이며 그런 개념들을 인프라바운드라고 해서 오래전부터 국내에 정착시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Q 한류열풍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해 K-Pop을 선두로 한 한류열풍이 근거리 시장 뿐 아니라 유럽, 미주까지 확산됐습니다. 수치로 본다면, 지난해 한류에 영향을 받아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은 약 1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또한 공사 파리지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한류 팬 10명 중 9명이 한국여행을 희망하고 있고,‘한국여행을 반드시 할 것’이라는 응답자도 75.8%에 달해 K-pop이 방한관광 수요를 증대 시키는 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가수 싸이의‘강남스타일’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 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한류와 관광을 연계한 공사의 향후 계획은.
“한류는 우리가 가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잘 발굴하고 세계에 알리는 것으로서 그 스펙트럼을 무한히 넓혀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패션, 음식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자랑할 만한 우리의 독특한 문화관광자원이기 때문에 음악과 영화처럼 한류열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형 K-Pop 공연을 활용한 방한상품 개발, 한류스타를 통한 한국관광 홍보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Q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광인프라와 컨텐츠에 어떤 보완이 필요하나?
“가장 큰 문제는 숙박시설이 부족해서 외국관광객들이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인프라로서는 관광적자를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관광 인프라를 늘리기 위해서는 내국인들이 국내여행을 많이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면 당연히 시설이 늘어나게 되고 인프라도 형성하게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내관광객이 가지 않는 관광지에는 해외관광객들도 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레저인프라 시설 확충이 시급합니다. 싱가폴에서 카지노가 만들어져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도 이 같은 복합리조트 시설이 확충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안타깝습니다.”

Q 부족한 숙박 인프라 시설 확충을 위한 방안은.
“국내외 자유여행객이 증가하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관광호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 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공사는 숙박 인프라 개선을 통한 국내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자 체인호텔 사업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공사의 관광호텔 체인 브랜드인 베니키아(Best Night in Korea)는 전국 51개 가맹점을 운영 중이며 코리아 스테이, 우수 일반 숙박업소 인증 브랜드인 ‘굿스테이’, 한옥숙박체험 활성화 등 다양한 숙박시설 확충과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올해 한국관광공사의 목표는
“잘 알다시피 외래관광객 11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했습니다. 또한 관광수입 흑자전환과 MICE 외국인 참가자 69만 명 유치 등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7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0만명이 증가한 533만명이 한국을 찾았고 특히 중화권 관광객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안전한 한국에 대한 이미지 홍보와 다각적인 관광마케팅에다 방한 비자개선, 공항 항만 출입국 편의 지원 등 정부의 제도개선 이 큰 몫을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향후 한국의 관광산업은 더욱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국인들의 자발적인 인식변화와 노력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휴가분산제 등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관광소비를 부추기기 위함이 아닙니다. 국내여행이 활성화 되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는 것은 물론 체류형 관광으로 형성된 인프라는 외래관광객 유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박영규 홍보실장은
1987년 한국관광공사에 입사하여 시카고 지사원, 미주 담당과장을 거쳐 뉴욕지사 부장으로 근무했다.
이어 관광아카데미 원장, 창의경영실장을 역임하고 지난 7월부터 홍보실장으로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책임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