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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와 공약으로 춤추는 정치, 국민은 뒷전

전병열 편집인  jun939@newsone.co.kr / 2012-11-05 08:49:13

정치의 계절이 오면 국민들, 특히 유권자들은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평소에는 근접도 불허되던 후보들과 손을 맞잡고 포옹을 하기도 한다. 속 보이는 행태들이지만 표를 놓고 벌이는 흥정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서민들도 극진한 대접 받고 있다. 그야말로 국민을 섬기는 시즌이다. 이런 현상이 집권 후에도 이뤄진다면 정말 살맛나는 세상일 텐데.

일부 지자체나 이익단체 뿐만 아니라 표가 있는 집단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대선 공약으로 반영시키기 위해 혈안이 된다. 어떤 후보들은 표를 가늠해보고 그 가치에 따라 공약으로 채택한다. 이들은 국가백년대계를 생각해야할 막중한 소임을 망각하고 오직 표심잡기에만 매달린다. 표를 파는 집단이나 그 표를 사기 위해 유혹의 덫을 놓고 있는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설령 그것이 사후에 부메랑이 될지라도 우선 잡고보자는 집착뿐이다.  

“한국의 선거공약은 다른 나라에서 연구용으로도 수집하지 않는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세계 각국의 정치공약을 수집하는데, 우리나라 공약은 참고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공약들은 공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물며 지역 간 · 계층 간 갈등의 소지가 만연한 공약들도 서슴지 않고 표를 의식해 받아들인다.

대구시는 남부권 신공항, 군공항(K2) 이전, 경북도청 후적지 국가개발, 조선감영문화 복원, 대구경북 취수원 이전, 대구권 광역교통망 구축 등 현안사업을 반영시킨다는 방침이다. 광주시는 광학렌즈산업 육성, 광융합의료산업 클러스터 구축, 광주순환고속도로조기 착공 등 91개 프로젝트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부산시는 해양수산부 부활, 부산항 해양경제특별구역 지정, 김해공항의 가덕도 확장 이전 등을 공약화되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경상북도도 첨단과학벨트와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 조성 등 2조~13조 원대의 사업이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도록 정치권에 요구하기로 했다. 충북도는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국립암센터 분원 유치 등을 준비 중이다.

강원도는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조기 추진, 2018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국비지원 확대 등을, 경남도는 진주·사천항공국가산업단지 지정, 부산~김해경전철 최소운영수입보장 국비지원 등이 대선 공약에 포함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 같이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표를 볼모로 후보들을 압박하는 것과 다름없다. 후보들은 앞뒤가릴 것도 없이 표를 의식해 어떤 식으로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또한 후보들은 자신들의 선심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세운다.

심지어 국가 안보가 걸린 군복무 기간까지도 공약으로 내놓는다. 분만 아니라 재원 확보 방안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약을 남발한다. 표심을 노린 복지정책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무상보육이나 반값등록금이 그 대표적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것을 공감하면서도 증세를 주장했다가는 표를 잃을 것을 우려해 적당히 얼버무린다.

물론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한 공약들이 있다. 국가 영도자로써 자신의 정치 철학과 의지를 반영한 공약들은 향후 5년간 한국 발전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기에 국민들은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공약(公約)이 공약(空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 정권들을 돌아보며 표심에 따라 춤춘 공약(空約)들에 절망하고 분노한 사실들이 많았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면교사를 삼아야 하기에 공약 남발을 경계하는 것이다. 사실 대다수 국민들은 지난 정부의 경제 실정에 실망해 경제대통령을 갈망하고 현 정권의 ‘747공약’ 등을 지지했었다.  

‘세금은 줄이고, 간섭과 규제는 풀고, 법치주의를 확립하여 7% 성장과 4만 불 소득, 세계 7위 경제성장을 이룩하자’는 747공약은 현재까지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되고 있다. 경제지표는 차치하고 실물경제는 침체의 늪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일자리 정책, 정치쇄신 등이며, 후보들은 포퓰리즘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엄청나게 달라진 줄도 모르는 후보들이 표에 정신이 팔려 오리무중에 빠질 것을 염려한다.

우리국민들은 선심성 공약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또한 대선후보가 여의주를 가진 게 아니란 것도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