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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경에 빠진 여수에서 충무공의 흔적을 찾다

멋과 맛과 여유가 있는 풍요로운 해양관광과 호국충절의 도시

신지윤 기자  jiyoon@newsone.co.kr / 2012-10-04 14:44:38

지난 8월, ‘2012세계박람회’로 지구촌의 주목을 받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날들을 보낸 여수. 시끌벅적한 잔치를 무사히 마친 이 도시는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고 한적했다. ‘한국 최고의 미항’ 여수는 지나는 장소마다 충무공의 발자취가 서려있다. 거기에 가을에 빠진 여수의 모습은 정적이면서도 매혹적이다. 특히 어디를 가나 눈에 보이는 바닷가 풍경은 성급한 나그네의 발걸음을 아주 느리게 만든다. ‘여수 밤바다’를 부른 밴드 버스커버스커도 여수 이곳에 와서 이 같은 느낌을 받았던 걸까. 여수에 오면 일출과 일몰은 꼭 봐야한다. 해질녘 돌산공원에서 돌산대교와 장군도를 보고 있으면 모든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관광객들로 붐비지 않는 이 시점에 향일암에 서서 일출과 일몰을 마주한다면 누구라도 짜릿한 흥분에 몸을 떨 것이다.

가장 오래된 여수 시민, 이순신 장군 이야기 속으로
여수에서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를 찾아 따라가는 건 어렵지 않다. 성종 10년(1479)년 전라도 지역에 왜구의 침략이 잦아지자 조정에서는 각 고을의 해안을 방어하는 지휘부로 ‘전라좌도수군절도사영’을 만들어 현지의 수군들을 훈련시키는데 힘을 썼다. 이곳에 이충무공이 전라좌수사로 부임 하면서 7년여에 걸친 임진왜란을 겪었고, 노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두었으나 장군이 적탄에 맞아 전사하기까지 모든 순간이 이곳 여수에 묻어나 있다.

진남관은 여수엑스포역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입구에는 임진왜란 당시 유물이 전시돼 있는 임란유물 전시관이 있다. 그곳에서 임진왜란에 관한 설명이나 자료들을 간략하게 보고 진남관으로 올라가면 충무공의 흔적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국보 304호로 지정돼 있는 진남관은 ‘남쪽의 왜구를 진압하여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건물은 1716년 화재로 없어진 것을 1718년 재건하였고 그 후 여러 번 손질하고 고쳐서 오늘의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 푸르른 들판에 자리한 진남관은 웅장함이 가히 남다르다. 한 쪽에 사람처럼 서 있는 여수 석인은 말없이 수백 년간 이곳 진남관을 지키고 있다.
진남관을 나와 이번에 새로 지어진 좌수영다리를 건너 쭉 올라가면 충무공의 대승을 기념하는 ‘통제이공수군대첩비’와 ‘타루비’도 볼 수 있다.



나비 모양의 한 가운데, 여수 중심부로 오면 선소 유적지가 있다. 사적 제392호로 지정된 이곳은 고려시대부터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 있던 곳이다. 임진왜란 때는 이 선소에서 거북선을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굴강에 동그랗게 돌로 담을 쌓아놓았고, 푸르른 들판과 그 위에 서 있는 몇 백 살은 먹은듯한 나무의 모습이 조화를 이뤄 제법 운치가 있어 보인다. 이곳에는 무기를 제작하던 대장간, 무기를 보관하던 군기고, 수군들이 칼을 씻었다는 세검정지가 있다. 선소를 찬찬히 자세히 둘러보면 많은 유적들을 만날 수 있는데, 당시 임진왜란을 대비하기 위해 충무공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나비 중심부에서 다시 여수 엑스포장 쪽으로 돌아오면 충민사가 있다. 충민사는 공원처럼 들판과 숲이 적절히 우거져 있어 산책이나 소풍으로 최적인 곳이다. 충민사는 맨 위쪽에 있는데, 돌계단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사적지 제 381호로 지정된 충민사는 충무공 사당 제 1호로 조선 선조 34년 통제사 이시언이 영의정 이항복의 계청을 받아 세운 충무공 이순신 최초의 사액사당이다. 충민사 입구에는 ‘하마비’가 세워져 있다. ‘하마비’는 누구든지 그 앞을 지날 경우 말에서 내리라는 뜻으로,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말에서 내려 경의를 표하게 했다고 한다. 충민사 앞에는 이 충무공의 발자취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유물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여인의 절개가 동백꽃으로 환생한 오동도
엑스포역에서 바닷가 방향으로 향하면 768m 길이의 방파제로 연결된 여수의 명물 오동도가 눈에 들어온다.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동백 등 194종의 희귀 수목과 용굴, 코끼리바위 등의 기암절벽과 음악에 맞춰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음악분수대가 어울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섬의 생김새가 마치 오동잎처럼 보이고 옛날부터 오동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오동도라 명명 되었다는 이 섬은 해돋이 절경, 시누대 터널, 유람선, 동백열차 등 위락시설이 많아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한때 이 섬은 충무공이 대나무를 심게한 후 대나무가 무성하자 죽도(대섬)이라고 불린 적도 있었다는 설이 남아 있다.

부질 없는 상념들을 잊게 해주는 여수의 풍경
여행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마음의 때를 씻기 위함도 있다. 마음이 정화되는 풍경을 보고 싶다면 탁 트인 곳에서 해를 마주 할 수 있는 향일암으로 가자. 향일암은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으로 남해안에서 제일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12월 31일에는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인파들로 붐비는 곳이다. ‘향일암일출제’라는 축제까지 있을 정도니 해가 뜨는 풍경으로는 두 말 하면 입 아플 정도다. 그리고 성수기·비수기 상관없이 이곳은 언제나 관음기도를 하러 오는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향일암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바다 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금 거북 형상을 볼 수 있다. 가을하늘 새벽에 뜨는 해를 바라보며 마음 속 기도를 해 보자.

여수는 해가 뜨는 모습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해가 지는 모습도 아름답다. 육지와 돌산도를 이어주는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공원으로 올라가면, 돌산대교를 중심으로 장군도를 비롯한 해안가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곳은 여수에서 이미 유명한 포토존으로 카메라를 가지고 온 관광객이라면 꼭 와봐야 할 곳이다. 돌산대교를 중심으로 해가 산자락에서 뉘엿뉘엿 지는 모습부터 저녁이 되고 밤바다로 변모하는 모습까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밤엔 도시가 하나 둘 불을 켜면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조명이 장관이다. 돌산대교에도 불이 켜지고, 다리 밑으로 유유히 여객선이 지나간다. 가만히 서서 몇 시간이고 있게 되는 곳이다.



여수 박람회를 기점으로 탄생된 다양한 숙박시설들
여수는 짧게 머물다 가기에는 아쉬운 곳이다. 이번 ‘2012 여수세계박람회’때 국내외 관광객들을 위해 다양한 호텔들이 만들어졌다. ‘호텔’이라 하면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예약을 망설이게 되지만, 성수기를 빗겨난 이 시점에는 저렴한 가격에 질 높은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한옥식 호텔인 ‘오동재’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관광객까지 만족스럽게 머물다 갈 수 있다.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고, 널찍한 마룻바닥까지 있어 하룻밤 묵고 떠나기에는 아쉽다. 바깥으로 보이는 바다풍경도 또 하나의 강점이라면 강점이다.
바다 말고 산 풍경이 보고 싶다면 ‘유캐슬 호텔’을 추천한다. 여수시 죽림리 안심산 중턱에 위치한 이 호텔은 한국형 온돌 문화와 서구인의 침대생활 문화를 같이 즐길 수 있게 준비돼 있다. 유캐슬 호텔은 숙박뿐만이 아니라 온천도 즐길 수 있고, 골프장까지 있어 다양한 레저활동을 할 수 있다. 호텔 이용 시 사우나이용권과 골프연습장이 무료로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