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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맛이야" 전통시장 먹거리 순례길

서울에서 대구 찍고 전주 거쳐 여수까지, 팔도장터 구경하세

권혜리 기자  hyeri@newsone.co.kr / 2012-10-04 09:42:41

가을을 흔히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한다. 그만큼 날이 좋고 먹거리가 풍성하다는 뜻이다. 물론 요즘이야 계절 상관없이 먹거리가 넘쳐 난다. 하지만 흰 쌀밥마저 달게 느껴지는 제철 먹거리에 비할 바가 될까. 그리고 제철 먹거리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재래시장만한 곳이 없다. 그렇기에 지독했던 폭염과 연이은 태풍을 피해 한동안 시장 나들이가 뜸했다면 바로 지금이 시장나들이에 적기다. 여름내 몸을 불려 수확된 농수산물의 싱싱함은 기본이요 인심까지 넉넉하니 걷기 좋은 요즘 떠나기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최근 한국관광공사는 소문자자한 전국의 먹거리장터 7곳을 선정해 ‘10월에 가볼만한 여행지’로 추천했다.

◆중독되는 그 맛 ‘마약김밥’, 서울 광장시장
전통시장 나들이니 무조건 고속도로부터 타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서울에도 무려 100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이 있다.
바로 서울 종로구의 광장시장이 그 것이다.
을사조약 체결 후 일제가 남대문시장의 상권을 장악하자 경제적인 돌파구로 새롭게 문을 연 것이 광장시장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 시장인 셈.

그리고 오랜시간 자리를 지켜 온 만큼 만만치 않은 내공의 먹거리로 유명한 곳이 바로 광장시장이다. 먹어보지는 않았어도 한번쯤은 들어 봤을법한 ‘빈대떡’‘마약김밥’을 비롯해 ‘동그랑땡’이라고 불리는 돼지고추장구이, 신선해서 고소하기까지 한 육회까지-. 그야말로‘식도락가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혜화문에서 흥인지문에 이르는 서울성곽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성 방어 성곽이다. 특히 흥인지문과 숙정문, 돈의문, 숭례문 네 곳의 기념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완주 기념 배지도 받을 수 있으니 산책 겸 걸어보자. 성곽을 한 시간쯤 걷고 마시는 막걸리가 또 기가 막히다. 시장과 인접한 동묘와 서울풍물시장도 볼거리가 풍성하다.(02)2272-0967

◆다양한 맛의 항연, 수원 못골시장
수원 팔달문 인근에 있는 못골시장은 그야말로‘시장통’이다. 200m도 안 되는 골목에 87개 점포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못골시장은 반찬, 정육, 생선 등을 주로 판매한다. 그만큼 다양한 식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하다. 냉면집이지만 냉면보다 칼국수와 녹두빈대떡이 유명한 집, 밤·단호박·완두콩·강낭콩·서리태 등이 가득 든 영양 백설기가 맛있는 떡집, 울금 가루와 녹차, 다양한 견과류를 넣어 만드는 울금호떡 등이 유명하다.

또 수원천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통닭집이 모여 있는 통닭 골목이 나온다. 진미·용성·매향·남수·장안통닭 등 10여 곳이 영업 중인데 커다란 가마솥에 갓 튀겨낸 통닭맛이 일품이다.

먹거리 외에도 조선 정조 때 축조한 인공저수지 만석거가 있는 만석공원과 분재원, 연못, 월방, 우정 등 중국의 독특한 정원을 볼 수 있는 효원공원 내 월화원 등 볼거리도 가득하다.
특히 매향교에서 수원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수원 화성이 자랑하는 야경지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이 있다.(031)246-5638



◆부산별미 여기 다 있네, 부산 국제시장
부산 최대의 만물 시장인 국제시장은 해방 후‘도떼기시장’에서부터 시작됐다.
끼니 해결이 가장 큰 고민이던 시절부터 자리를 지켜 온 시장이다 보니 저렴하고 맛좋은 먹거리가 많은 것이 특징.
특히 비슷한 먹거리를 주 메뉴로 하는 가계들이 모여 있는 먹자골목은 국제시장의 명물이다. 아리랑거리를 중심으로 충무김밥도 함께 맛볼 수 있는 비빔당면 골목과 팥빙수 골목, 떡볶이 골목이 모두 이곳에 있다. 그 중에서도 KBS 예능프로그램인‘1박 2일’을 통해 유명세를 탄 비빔당면과 충무김밥, BIFF 거리의 씨앗호떡 등은 입소문 자자한 간식거리다.
여기에 부산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밀면과 완당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뿐인가 부평동 족발 골목에서 가장 인기 있는 냉채족발과 깡통시장, 먹자골목에서 두루 파는 유부전골도 놓치면 아쉬운 부산의 별미다. 광복로 뒷골목 고갈비 골목은 쇠락했지만, 이름도 정겨운 남마담집과 할매집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니 발걸음을 옮겨볼 만하다.
사실 국제시장이 먹거리뿐 아니라 볼거리도 천지삐까리(‘아주 많다’는 경상도 사투리)다.
대표적인 곳이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국제시장이 생겨날 무렵 일본인이 두고 간 책들을 난전에서 팔기 시작한 것이 점차 책방 골목을 형성해 오늘에 이르렀다.

또 광복로 쇼핑거리에 인접한 용두산공원의 명물인 부산타워는 높이 120m로 맑은 날이면 전망대에서 대마도까지 보인다.(051)600-4511



◆1만 상인을 사로잡은 맛, 대구 서문시장
대구시에는 크고 작은 전통시장 40여 개가 문을 연다. 그리고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 서문시장이다. 1600년 경 처음 문을 연 서문시장은 상인 수만 1만여 명에 달한다. 덕분에 서문시장에는 손님뿐 아니라 상인들의 허기도 달래주는 먹거리가 가득하다.

먹자골목을 형성하는 칼국수와 보리밥, 얄팍한 만두피 속에 당면을 넣은 납작만두와 삼각만두, 굽기 바쁘게 팔리는 호떡, 콩나물과 어우러져 매콤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 양념어묵, 당면으로 속을 꽉 채운 유부주머니전골 등이 그 주인공.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싶다면 해질 무렵 장어 골목과 석쇠불고기로 유명한 족발 골목으로 가보자. 맛은 물론 시장 정취를 느끼기에도 그만이다.

배를 든든히 채웠다면 시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쪽으로 향해보자. 1906~1910년 지어진 선교사들의 주택을 만날 수 있는 대구 근대문화골목길이 이곳에 있다. 주택들은 각각 선교박물관(스위츠 주택), 의료박물관(챔니스 주택), 교육역사박물관(블레어 주택)이 되었다. 박물관을 돌아본 뒤에는 3·1만세운동길을 따라 계산동성당 방향으로 내려가자. 계단 끝에는 드라마‘사랑비’의 촬영 세트장이었던 음악다방 ‘쎄라비’가 있다. 또 쎄라비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영남 최초의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계산동성당이 있다. 이 외에도 섬유 도시 대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영도다움갤러리, 쓰레기 매립장에서 아름다운 숲이 된 대구수목원, 남평문씨본리세거지인 인흥마을, 정겨운 벽화가 아름다운 마비정마을도 놓치면 아쉬운 볼거리다.(053)256-6341



◆콩나물 국밥부터 피순대까지, 전주 남부시장
먹거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전주다. 그중에서도 전주천 주변에 위치한 남부시장은 5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
상주하는 상인만 1200명이 넘어 호남 일대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상설 시장으로 전주한옥마을의 경기전, 전동성당 등의 관광지와 가까워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또 규모가 큰 만큼 먹을거리도 가득하다. 펄펄 끓이지 않고 밥을 뜨거운 국물에 말아서 먹는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은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그리고 콩나물국밥은 모주 한 잔과 곁들이는 게 정석. 막걸리에 생강, 대추, 감초, 인삼, 칡 등의 한약 재료를 넣고 푹 끓여 식힌 것이 바로 모주다. 입에 착 붙는 달착지근한 맛과 목 넘김이 부드러워 여자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또 숙주나물, 두부, 돼지고기, 채소 등을 넉넉히 넣어 맛을 낸 소에 신선한 선지를 듬뿍 넣어 만든 피순대를 새콤한 초고추장과 곁들여 먹는 맛이 기가 막히다.

여기에 팥죽과 팥칼국수, 보리밥 등 친근한 서민 음식과 전주 막걸리도 별미. 특히 시장 안 막걸리집이나 전주 시내의 막걸리타운에서 막걸리를 시키면 안주까지 푸짐하게 한 상 차려주니 애주가라면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063)284-1344



◆막걸리식초로 버무린 서대회의 짜릿함, 여수 교동시장
보통 전통시장이 그렇지만 여수 교동시장의 아침은 유독 이르다. 밤새 바다에서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선이 서둘러 중앙동 선어시장에 생선을 내려놓기 때문이다.
본래 어부인 남편이 생선을 잡아오면 아내들이 좌판을 벌여 생선을 판매하기 시작했던 것이 시장의 시초인 만큼 신선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 덕분에 이곳에서는 ‘갈치 한 마리 얼마예요?’하는 식의 흥정은 찾아 볼 수 없다.

생선을 뭉텅이로 쌓아두고 몇 만원 하는 식이다. 요즘은 제철 맞은 갈치와 참조기가 수북하고 새우와 조개류도 지천이다. 그 중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가자미과의 서대는 별미다.
서대와 채소를 고추장과 막걸리식초로 버무린 서대회가 새콤달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어주고 장어탕은 국물이 얼큰하면서도 담백하다. 여기에 여수10미(味) 중 하나인 금풍생이(군평선이)구이와 고소하고 뜨끈한 콩죽은 속을 달래기에 그만이다.

볼거리로는 여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단층 목조건축물 진남관이 가깝다.
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이면 돌산대교의 황홀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돌산공원을 추천한다.(061)666-3778

◆낭만도 맛있다, 춘천 낭만시장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춘천 낭만시장은 소박한 풍취와 낭만이 깃든 곳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과 약사리고개를 넘어온 농산물이 한자리에 모이던 곳으로 낭만시장이란 이름에 걸맞게 시장 구석구석에는 미술 작품이 걸리고 벽화가 그려졌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생겨났다. 주말 밤이면 시장에서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또한 곳곳에 50년을 넘어선 가게들이 터줏대감으로 버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쟁 후 내장을 함지에 이고 다니며 팔다 정착한 원조집, 60년 전부터 시어머니가 끓이던 순댓국을 며느리가 대를 이어 내놓는 가게도 있다. 이외에도 30년 된 단추 가게, 50년 된 수예점 등도 눈길을 끈다. 춘천하면 빼놓을 수 없는 닭갈비를 맛보고 싶다면 시장 북문에서 50여 m 지나 명동길로 접어들면 닭갈비 골목이 있다. 또 남문길은 예전부터 춘천 사람들에게 간식 골목으로 알려졌던 곳. 30~40년 된 작은 분식집이 오밀조밀 몰려 있어 출출한 배를 달래기 그만이고 근대사와 예술가의 흔적이 서린 망대골목과 거리가 가깝다.(033)250-3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