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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행보, 정치적인 쇼인가 진정성인가

전병열 편집인  jun939@newsone.co.kr / 2012-10-04 09:24:04

방송계에서 ‘진정성’이란 말로 희비가 교차한 인물이 강호동이다. 그는 ‘1박2일’과 ‘무릎팍도사’, ‘스타킹’, ‘강심장’ 등 인기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진정성이 있다’는 표현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알권리와 진정성이란 말로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와 웃음을 선사하던 그가 세금탈루로 잠정은퇴를 선언하며 눈물을 보이자 일부 시청자들은 그의 진정성을 놓고 비난이 일기도 했다. 그 후로도 진정성이란 표현은 연예계에서 자주 등장한다. 연예계의 특성상 ‘쇼’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오는 말일 것이다.

‘진정성’이란 말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다만 국립국어원에서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명사 ‘진정(眞情)’ 뒤에 ‘성질’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성(性)’이 붙어 만들어진 말로 보이므로, 그 뜻은 ‘참되고 애틋한 정이나 마음’을 뜻하는 ‘진정’의 뜻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거짓 없는 참된 마음’, ‘진실함의 정도’ 즉, 가식적인 허위가 없는 것을 일컫는다. 원래 ‘진정성’을 뜻하는 영어의 ‘authenticity’라는 단어는 ‘authentikos(진짜)’라는 그리스어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가짜들이 많은 곳에서 진짜는 ‘원본’ 혹은 ‘독창성’을 의미했다. 독창성이 담긴 원본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작가’(author)라고 불린 것은 이 때문이며, 따라서 이들의 작품은 ‘권위를 가진’(authoritative) 것이 된다. 서구에서 진정성이라는 에토스는 18세기 이후 근대적 개인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는데, 고유한 ‘진심’을 가진 도덕적 개인이 진실 되지 않은 사회와 대면하면서 그 사회를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의미했다고 한다.

진정성과 함께 등장하는 표현이 ‘쇼’다. 쇼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보이거나 보도록 늘어놓는 일 또는 그런 구경거리’, ‘춤과 노래 따위를 엮어 무대에 올리는 오락’, ‘일부러 꾸미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쇼에는 연출이나 픽션(fiction)이 따를 수밖에 없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 진정성과 쇼라는 용어가 화두가 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의 민생행보를 놓고 진정성과 ‘정치쇼’라는 논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치 시즌만 되면 총선·대선, 여·야할 것 없이 후보자들은 민생탐방이란 미명으로 경쟁적으로 나선다.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 민생체험을 하고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양 호들갑을 떤다. 언론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이를 부추겨 땀 흘리는 장면이나 눈물을 흘리는 장면, 흙탕물이나 오물을 뒤집어 쓴 장면, 수해 복구 장면 등등 선정적인 포즈들을 담아 대서특필한다. 이를 놓고 여·야 정치권에서는 ‘진정성이다’, ‘정치적 쇼다’며 쌍방 간에 이전투구를 한다. 정말 이번 대통령 선거도 그럴까 우려한다. 특히 스마트미디어 시대가 도래한 작금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의도한 의제들이 실시간으로 확산되고 이를 믿는 대중들은 행동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

실제 대선후보들의 행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돼 온다. 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서 진정성 논란을 함께 접하다보면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저들이 정말 저런 일을 하고, 저들과 함께 비통해 하는 걸까. 얼마나 공감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줄까. 그들을 믿고 있다 ‘뒤통수’나 맞는 건 아닐까. 어느 후보가 이들의 염원을 풀어 줄 수 있을까. 쇼는 아닐까. 진정성이 있는가?… 등등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는 왜 못하는 걸까. 꼭 선거 때만 저렇게 해야 할까. 의아심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래, 선거 때 만이라도 서민들의 고통을 체험하고 초심을 잃지만 않는다면 효과는 나타날 것이다”고 긍정을 해보기도 한다. 국민들은 쏟아지는 후보들의 정보에 헷갈릴 수밖에 없다. 정치·언론·사회·학계 어느 것 하나 믿을 곳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며 불확실성 세태를 원망한다. 첨단 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이기적인 주장을 마치 공익을 위한 것처럼 위장해 전파하기 때문이다. 특히 진정성이 있는 것처럼 연출하고 포장해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무작위 메시지가 공해를 일으키고 스트레스를 준다.

이들의 민생행보가 진정성인지 정치적인 쇼인지는 이미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의식이 스마트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쇼는 그만하고 고달픈 민초들의 삶을 보살필 진정한 정책을 고민하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워 주길 우리 유권자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