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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수버들에서 만나요 흥~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충절의 고장 천안

신지윤 기자  jiyoon@newsone.co.kr / 2012-09-05 10:33:25

교통의 발달로 전국 어디에서나 접근이 편해진 천안은 서울에서 KTX를 타면 불과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과 분위기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천안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도시를 달리고 있다 생각이 드는 순간, 초록빛 들판과 들쑥날쑥한 산맥이 시야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천안 12경의 매력을 다양한 곳에서 느끼고 싶다면 일단 천안 삼거리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천안 삼거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곳곳에 보물 같은 명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옛부터 천안 삼거리라고 하면 한양에서 경상도와 전라도로 내려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했던 곳 아닌가. 그래서 천안 삼거리는 만남의 광장으로도 유명하다. 능수버들 그곳에 서 있으면 꼭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정도면 충분히 흥~겨운 곳이 아닌가?

◆ 역사 속으로, 독립기념관
천안역 앞에서 400번 시내버스를 타고 4~50분 정도 지나면 목천 독립기념관에 도착한다. 그리고 도착하는 순간 사람들은 독립기념관의 웅장함에 넋을 놓고 만다. 천안시 대표 관광 명소인 이곳에선 1900년대부터 1945년 광복 때까지 일제 강점기 시절의 역사들을 자세하게 보고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전시관인 만큼 이곳을 모두 다 관람하려면 최소 3시간 정도는 걸린다.

독립기념관은 제5공화국 시절 국민운동으로 추진되어 1987년 8월 15일에 완공된 곳이다. 건물 배치 구조는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겨레의 집과 전시관들이 있는 지역은 중곡, 국립중앙청소년수련관이 있는 동쪽은 동곡, 청소년 현장학습 야영쟝이 있는 서쪽 부지는 서곡, 이렇게 세 군데로 나뉜다. 특히 이곳에 있는 원형극장에서는 35mm영사기 2대로 360로 뺑 둘러진 스크린에 우리 민족의 비상(飛上)을 꿈꾸는 영상을 틀어준다. 그곳에 있으면 관람객이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3D, 4D와는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을 안겨준다.

전시관은 총 7개의 전시관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9만 여 점의 전시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오랜 시간 관람하다 보면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생생하고 다양한 전시품들을 시대별 흐름에 따라 전시를 해 놨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물흐르듯 1관부터 7관까지 찬찬히 둘러보게 된다. 밖으로 나오면 독립운동사의 주요 인물들의 어록비(語錄碑) 및 광개토태왕 비 복제품 등 각종 조각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 한국의 잔타르크 유관순 열사 사적지
그 다음으로 400번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를 가면 유관순 열사 사적지가 있다. 같은 역사적 공간에, 독립 기념관 속 역사와 동일한 시대를 살았던 분의 공간인데도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독립기념관은 그 시대 전체를 볼 수 있다면, 유관순 열사 사적지는 그 시대에 한 발자국 가깝게 다가선 느낌이 든다. 기념관 바로 옆에 유관순열사의 생가도 있어 그 시절로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 유관순열사 사적지에서는 생가를 비롯해 추모각, 봉화대, 초혼묘, 기념관 등이 있어 유관순을 잘 모르는 아주 어린 친구들도 유관순 열사가 어떤 분이었는지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유관순 열사 기념관은 유관순열사 탄신 100주년을 맞이해 2003년에 지은 곳이다. 이곳에 가면 다양한 그 시절 체험과 영상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유관순열사의 생가는 예전 열사가 살았던 집을 그대로 재현한 곳이다. 민속촌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이곳은 사적 제230호로, 생가 옆에는 기념비가 있다. 
 

◆ 천안 삼거리공원, 능소이야기
충청남도 천안시의 동남구 삼룡동에 위치하여 조선 시대에 삼남대로의 분기점이었던 삼거리다. 이곳은 서울에서 내려오는 큰 길이 삼거리에서 두 길로 나누어진다. 병천을 지나 청주-문경새재-대구-동래에 이르는 길과, 공주를 거쳐 논산-강경-전주-순천에 이르는 길이다. 지금의 국도 1호선과 21호선이 교차하는 사거리의 바로 위쪽이 되며, 천안삼거리표석이 서 있다. 이곳에 능수버들이 있고, 조선시대 누각이었던 영남루(永南樓)가 있다. 원래는 길손을 재워주는 원과 주막이 즐비하고 사방에서 사람이 모여들다 보니, 여러 가지 전설과 천안삼거리 흥타령을 비롯한 흥겨운 민요가 생겨났다.

조선시대, 아내를 잃고 홀로 살던 한 홀아비는 능소라는 어린 딸과 함께 살았는데, 아버지가 군사로 뽑혀 변방으로 가는 도중 천안 삼거리 부근에서 딸과 눈물을 머금고 헤어지게 됐다. 떠나기 직전, 버드나무 지팡이를 삼거리 부근에 꽂고 “이 나무에 피면 너를 데리러 오마” 약속을 하고 기약 없는 이별을 했다. 삼거리 주막에 능소는 맡겨지고, 많은 세월을 보냈다. 능소는 어여쁜 여인으로 자랐다. 어느 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박현수라는 선비와 만나게 되고, 사랑을 싹틔웠다. 과거 급제를 약속하고 올라가버린 박현수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꽂아놓은 버드나무 지팡이에 꽃이 피는 걸 보고 능소는 놀라서 달려 나갔는데, 거짓말처럼 아버지와 박현수가 나란히 서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선지 천안 삼거리 공원에는 유독 연인이나 가족이 눈에 많이 띈다. 지금은 매년 10월에는 이곳에서 흥타령 축제가 열린다.
 

◆ 왕건의 전설 담긴 태조산 각원사
천안 삼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이동하면 태조산 각원사가 나온다. 태조산은 421m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의 풍채나 풍경이 왜 천안의 진산(鎭山)인지 설명해 준다. 태조산은 고려 태조가 이곳에서 군사를 양병했다는 설에서 유래했는데, 이 산에서 태조가 산신제를 지냈다는 제단의 흔적이 남아있고 왕이 머물렀다는 유왕골(留王谷), 유려왕사(留麗王寺)등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한다.

태조산에는 사찰이 성불사, 현충사, 각원사가 있는데, 각원사는 천안 12경에 속해 있는 곳으로써 빼어난 경치와 다양한 문화유적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높이 12m, 둘레 30m, 무게 60t에 이르는 청동아미타불상과 성종이 각원사를 들어서는 순간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각원사에는 대웅전, 설법전, 관음전 등의 건물이 있고 유적들이 많아 눈을 크게 뜨고 시야를 넓혀서 관람하는 게 중요하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는 언덕에 203개의 계단이 있는데 계단 숫자에는 큰 의미가 담겨있다. 백팔번뇌와 관세음보살의 32화신, 아미타불의 48소원 그리고 12인연과 3보(寶) 등 불법과 관계돼 있는 숫자를 모두 합한 개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최대의 사찰로 인근에 관광단지를 조성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