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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고 걸으면서 몸으로 배우는 남원골 전래동화

‘기가 막힌 흥부네 동네에 놀러오세요!”

권혜리 기자  hyeri@newsone.co.kr / 2012-09-03 14:02:40

▲ 10월 20일 흥부길 걷기 행사 열려
“옛날 옛날에 전라도 남원에 한 형제가 살았습니다. 형 놀부는 부자였지만 탐욕스러웠고, 동생 흥부는 선량했지만 매우 가난했습니다.”
이것은 고전소설 ‘흥부전’의 도입부다.
착한 흥부와 욕심장이 놀부, 두 형제 주인공의 이름만 들어도 ‘아!’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흥부전’은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이야기 중 한국 사람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다.

특히 비교적 짧고 단순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권선징악’에 관한 인상적인 교훈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의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사랑받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흥부전’을 책을 읽어서가 아니라 직접 보고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실제 ‘흥부전’의 배경지였던 전라도 남원 아영면 걷기 길 ‘흥부길’을 통해서다.

말이 필요 없는 지리산의 가을 절경을 즐기며 지리산 I.C를 빠져나오다 보면 흥부와 그 아내가 박을 타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그 곳이 바로 ‘흥부마을’이다.
그리고 그 흥부마을에 새롭게 조성된 걷기 길이 바로 ‘흥부길’이다. 오는 10월 단장을 마친 ‘흥부길’의 길트임에 앞서 아이들과 함께 걷기 좋은 그 곳으로 먼저 가봤다.

▲ 얼씨구! 흥부마을 흥부길
‘흥부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걷기 길이다. ‘흥부길’이라는 이름답게 길 곳곳에서 ‘흥부전’에 관련된 볼거리가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흥부길’의 첫 걸음은 아영면사무소로부터 시작된다.
걷기 길 초보자도 도전해볼 수 있을 만큼 평탄한 길을 걷다보면 저수지가 보이는데 이 저수지를 따라 다시 걸어 올라가면 ‘흰죽배미’라는 표지판을 마나게 된다.

제비덕분에 훗날 부자가 된 흥부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던 은인들에게 보답으로 주었다는 논인데 ‘흰죽’이란 이름은 흥부의 아내가 이웃들이 나눠준 흰죽을 먹고 살아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평탄한 길이라도 가을 햇살아래 걷다보면 지치기 십상이다. 다행히 흥부가 허기에 지쳐 쓰러졌던 고개란 뜻의 ‘허기재’의 그늘이 있어 한 숨 돌리게 된다.
이어서 흥부가 금을 캐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얽힌 ‘새금모퉁이’와 ‘화초장바위’에 눈도장을 찍고나면 흥부의 원형 인물로 추측되는 ‘박춘보의 묘’를 만날 수 있다.

매년 정원 보름이면 그의 원혼을 달래려 춘보망제도 올린다니 흥미롭다.
이외에도 흥부가 형 놀부에게 쫓겨나 살았다던 ‘빈집골’과 이야기 속 흥부가 제비의 발목을 고쳐준 집터인 ‘고군터’도 있다. ‘고군’은 ‘곳집’(창고)가 모여 부자가 되는 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절씨구! 흥부네 옆마을
흥부길’의 정규코스 중 새금모퉁이를 지나칠 때면 작은 언덕배기 하나가 시야에 걸린다.
마을로 가는 언덕인가 생각하고 발길을 돌린다면 후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봄이면 바래봉, 황매산, 봉화산 등 보는 장소에 따라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하는 철쭉과 가을이면 억새로 한번이라도 발을 들인 사람이라면 계절마다 다시 찾게 된다는 봉화산은 야영면의 대표적인 명소다.
해발 920m 높이의 산이라 정상까지 오르려면 꽤나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기가막힌 풍광이 노력을 보답하니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도전해 볼 만 하다.

산행에 자신이 없는 이들도 정상부근까지 차량 이동이 가능하니 지레 포기하지 말자.
특히 10월의 햇살아래 산등성이를 덮어 넘실대는 은빛물결의 주인공, 억새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외에도 흥부묘가 있는 망제단을 거쳐 산비탈로 올라가면 아막성도 구경할 수 있다.
총 630여m의 돌로 쌓은 우직한 모습의 산성으로, 역사상 신라와 백제간에 격렬했던 전투지역이 있던 곳이라 삼국시대의 기와 조각과 백제의 도자기 조각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 지화자! 흥부길 잔칫날
‘흥부길’까지 더해져 한층 즐길거리가 많아진 ‘흥부마을’에서는 오는 10월 20일 ‘흥부길’ 길트임 행사를 진행한다.
‘흥부의 이야기가 가득 묻어있는 흥부길 걷기 행사’라는 테마로 진행되는 이번 ‘흥부길 걷기 행사’는 아영면사무소에서 출발해 10km, 풀코스를 걷게 된다.

다양한 경품이 마련된 흥부~ 대박! 보물찾기를 비롯해 눈길을 끌만한 이벤트들이 가득하다.
또 행사 중 흥부 비빔밥도 제공한다니 가을날의 산책도 즐기고 배를 채울 수 있어 1석2조다. ‘흥부길’의 매력은 역시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아이들의 손을 잡고 ‘흥부전’의 장면을 설명하고 함께 재현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