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left
search

 

 

ȭ
ȭ

秋, 춘향과 이몽룡 노닐다

세기의 로맨스 만나려면 남원으로 오세요

권혜리 기자  hyeri@newsone.co.kr / 2012-09-03 13:59:00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춘천의 ‘막국수’, 천안의 ‘호두과자’, 군산의 ‘새만금’, 김제 ‘지평선’ 등이 그럴 것이다.
보통은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나 유명 관광지, 역사적 사건, 그 지역만의 자연환경 등을 떠올리게 된다. 지역출신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여행이나 뉴스 등을 통해 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남원의 이미지는 꽤나 의외다.
화려한 산수를 자랑하는 지리산과 섬진강의 본류가 있긴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의외로 어떤 미인이기 때문이다. 바로 ‘춘향’이다. 고전소설이자 판소리로 잘 알려진 ‘춘향전’의 여주인공인 춘향이 지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까지 떠오르게 된 것은 남원시의 꾸준한 스토리텔링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가 있기에 친근하고 그 친근한 이미지로 관광자원을 조성했다. 덕분에 관광객들은 ‘춘향의 도시’ 남원을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오래 기억한다.
봄을 대표하는 지역축제인 ‘춘향제’ 덕분에 남원하면 봄 여행을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남원의 진짜배기는 가을이다. 가을밤, 광한루원의 정취는 어떤 로맨스영화 속 장면도 흉내 낼 수 없으며, ‘춘향전’ 스토리 순서대로 꾸며진 ‘춘향테마파크’를 거닐기에도 선선한 이맘때가 제격이다.

◆가을, 광한루원을 거닐다.
남원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춘향이라면 관광지로 기억되는 것은 광한루원일 것이다.
입구에서 이어지는 소담한 돌담길과 150년 된 뽕나무, 버드나무 등 오래 세월 이 곳을 지켜 온 고목들이 있고, 넓은 연못과 정자가 있어 느긋한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먼저 광한루원에 들어서면 가장 처음 보게 되는 것은 ‘달을 보며 즐기는 정자’라는 이름의 ‘완월정’이다. 광한루원이 정비될 당시 보물로 지정된 광한루 대신 광한루의 매력을 간접체험할 수 있도록 지어진 곳으로 ‘춘향 선발대회’ 등 공식적인 행사에 자주 등장해 친숙한 곳이다. 이 완월정을 지나 ‘진짜’ 광한루로 가는 길에 다리 하나를 볼 수 있는데 바로 오작교다. 선조 때 남원부사가 광한루 앞을 흐르는 요천에서 물을 끌어와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을 만들면서 견우와 직녀의 전설에 나오는 오작교도 함께 만들었던 것.
다시 이 오작교와 연못을 등지면 보물 제281호이면서 광한루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광한루를 볼 수 있다. ‘춘향전’ 속 몽룡이 그네 타는 춘향을 보고 첫 눈에 반한 장소로 등장하는 광한루는 사실 조선 세종 1419년 유배를 온 황희 정승이 주변의 산수를 즐기기 위해 만들었던 광통루로 이후 관찰사 정인지가 ‘월궁 속에 있는 광한청허부’와 같이 아름답다하여 광한루라 불리게 된 곳이다.
또 광한루를 중심으로 춘향의 굳은 절개를 기리기 위해 영정이 모셔져 있는 춘향사당을 비롯해 춘향관, 몽룡과 춘향이 백년가약을 맺었던 월매집 등이 만들어져 있고 방장정, 영주각 등도 자리 잡고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을, ‘춘향전’ 이야기 속으로
‘광한루원’이 기존의 문화재에 춘향의 이야기를 더한 것이라면 ‘춘향테마파크’는 문자 그대로 ‘춘향전’ 만을 테마로 새롭게 조성된 공간. 문화관광부의 지원으로 지난 2004년 개장했다. 특히 광화루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남원관광단지내 있어, 지리적으로도 광화루원과 함께 관광하기 좋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과 KBS 드라마 ‘쾌걸춘향’의 촬영지로도 이용됐던 곳으로 처음 방문한 이들에게도 친근함을 준다.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전’의 스토리에 따라 만남의 장, 맹약의 장, 사랑·이별의 장, 시련의 장, 축제의 장 등 총 5개 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완성된 동헌, 관아, 내아, 월매집, 부용당, 옥사정을 비롯해 조선 중기 서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소설로 따지자면 인물소개쯤에 해당하는 ‘만남의 장’에서는 테마파크 종합안내와 바닥조명분수, 춘향마당, 종합상품관, 전통문화체험관 등이 조성돼 있다.
특히 ‘만남의 장’에 들어서기 전 만날 수 있는 ‘남원 향토박물관’에서는 춘향사당의 영정원본과 남원의 다양한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어 쌍가락지 모양의 반지를 조형화한 옥지환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맹약의 장’은 소설 속 몽룡과 춘향이 사랑을 맹세하는 부분을 테마로 한 곳이다.
사랑의 담장, 맹약의 담장, 맹약의 단, 그네터 등이 있어 커플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다. 그 중에서도 춘향전 주요 장면을 담은 돌로 된 형상물이 둘러서 있고, 가운데 둥글게 쌓인 단이 눈에 띄는 ‘맹약의 단’은 사랑을 맹세하는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곳은 세 번째 마당인 ‘사랑과 이별의 장’이다. 미니어처와 실제 크기로 재현되어 있으며,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의 세트장과 춘향과 몽룡이 첫날밤을 보낸 부용당, 월매집, 관광객이 직접 붓글씨를 쓸 수 있는 글방 등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조선 후기 서민문화를 느낄 수 있는 옛 생활 기구들을 전시한 민가 등이 있어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또 ‘시련의 장’에서는 춘향의 옥중 생활을 재현한 옥사정과 관아 형태가 복원되어 있어,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꾸몄으며, 마지막으로 ‘축제의 장’은 단체 관람객 등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휴게 광장과 야외 공연장이 조성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