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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예술, 따뜻한 인심으로 가득한 광주

광주트래블 | 도심 속 문화 순례길

이현수 기자  novasaki@newsone.co.kr / 2012-07-12 11:39:19





















푸짐한 맛 질펀한 사투리에 “여행이 즐거워∼”

광주는 예술의 도시다. 5.18 등 가슴 먹먹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했지만, 그 아래에는 한국문화의 진수가 태동한 열기가 숨어 있다. 숨겨진 매력은 바로 보이지는 않는다. 귀한 것은 찾기 어렵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남도 예술의 향기를 확인해 보자.

쇠퇴하던 시장을 되살린 예술 골목

대인예술시장은 시장 안에 예술이 생동하는 곳이다. 대인시장은 본래 점포 300여 개 규모로 활발한 시장이었지만, 터미널과 역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점차 쇠퇴하게 되었다. 빈 점포가 점차 생기기 시작했다. 시장의 활기가 사라져가는 것을 사람들은 안타까워했지만, 반전의 계기는 없어 보였다. 이를 뒤집은 것이 2008년 광주비엔날레의 ‘복덕방 프로젝트’. 시장의 빈 공간에 예술가의 작업실을 만들었다. 일상과 예술이 이어지는 작업은 비엔날레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지금은 이곳 상주인구의 20퍼센트가 작가, 기획자 등의 예술인이다.

예술공방

시장의 초입에는 다소 장난스러운 필체로 지도가 그려져 있다. 이를 참고하여 걸어 다니면 된다. 1000원 국수 등 시장의 명물을 맛보며 걷다 보면 곳곳에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골목 벽면이나 노점상의 손수레로, 이곳이 시장임을 잊게 하는 그림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기분이 묘해진다.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예술작업을 위한 공구를 대여해주거나 작업장을 제공하는 ‘다다익선’, ‘예술공장’ 등의 공간도 만날 수 있다. 예술인들이 야시장을 열 때 쓰는 ‘만물마차’나 예술작품 전시공간, 출판사 등이 있어 발견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시장의 중간에는 ‘우그로’라는 카페가 있다. 이곳은 단순한 커피집이 아니라, 비영리 대안단체인 미테-우그로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국제교류 세미나, 워크숍이 열리기도 하며, 바로 옆에 문화예술행사와 자료를 무료로 대여해 주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한다.

다양한 전통 체험부터 증심사까지

광주에 와서 판소리를 빼놓을 순 없다. 소리하는 사람 한 명과 북치는 사람 한 명, 여기에 판의 흥을 완결시켜주는 구경꾼으로 이루어지는 판소리는 우리 문화의 깊은 매력을 대표한다. 영혼의 밑바닥을 흔드는 듯한 소리의 정수는 무등산 중심사 입구에 위치한 광주전통문화관에서 맛볼 수 있다. 소리 뿐 아니라 나전칠장, 화류소목장, 악기장, 음식장 등 다양한 무형문화재가 포진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매주 토요일 3시에 공연이 준비된다. 주중에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전통 의례음식을 만들어볼 수 있으며, 소리북과 가야금 연주도 가능하다.

의재미술관 전경

전통문화관을 나오면 근방에는 남종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 선생을 기념하는 ‘의재 미술관’이 있다. 의재는 전통 남종 산수화를 지향한 문인화가로 세속적 성공에 편승하지 않았다. 사재까지 털어 사회사업을 했던 인간적인 예술가였다.  광주시민들의 의재에 대한 애정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의재미술관에는 대표 작품과 미공개작 60여 점을 비롯해 낙관과 화실인 춘설헌 현판, 의재의 사진과 편지 등 각종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풍경 속의 미술관이라는 콘셉트답게 미술관 안이나 근처 산책로에 푸른 나무들이 가득해, 눈이 시원해진다. 미술관에서 나와 산들거리는 바람과 함께 걷다 보면 중심사에 도착할 수 있다. 대웅전 뒤편에는 증심사의 유산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삼층석탑이 보인다. 그 뒤에는 조선 세종 25년에 지어진 오백전이 있다. 보물 제131호인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 모셔진 비로전도 있다.

한반도 형성의 신비, 무등산 주상절리대

무등산의 주상절리대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1000여 미터 정상에 줄줄이 이어지는 돌기둥은 그 아래에 깔린 산비탈의 푸르름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 고경명(1533~1592)선생은 무등산 산행기인 <유서석록(遊瑞石錄)>에서 주상절리대에 대해 언급했었다. 그는 “천지개벽의 창세기에 돌이 엉키어 우연히 이렇게도 괴상하게 만들어졌다고나 할까. 신공귀장(神工鬼匠)이 조화를 부려 속임수를 다한 것일까. 누가 구워냈으며, 누가 지어부어 만들었는지, 또 누가 갈고 누가 잘라냈단 말인가”라며 탄식하고 궁금해했다. 그럴 만도 하다. 주상절리대를 이루는 돌기둥 하나의 크기는 지금까지 남한에서 발견된 것 중 제일 크다고 한다.

무등산 주상절리대

오랜 세월에 걸쳐 비바람을 이겨내다 보니 기둥모양으로 깎아진 것이라 한다.  최근까지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중생대 백악기에 발생한 화산활동의 결과물이다. 한반도가 중생대 말 백악기 때 봉합을 마쳤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등산은 그런 한반도 탄생과 성장의 우여곡절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써 의미가 있다.

남광주시장에서 전통시장의 활기를

오래 전, 남광주시장에는 기차역이 있었다. 덕분에 바다와 인접한 여수, 벌교, 고흥 등에서 기차를 타고 광주에 와서 농수산물을 풀어놓았다. 먼 길 달려와서 손님에게 어렵게 마련한 해산물과 농산물을 팔고 다시 길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고단함을 몰랐다.

각 지역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보듬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안녕을 고했다. 비록 남광주역이 철거되면서 예전의 부산스러움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싱싱한 해산물은 남광주시장으로 모인다. 함께 팔리는 해산물은 가격이 저렴하고 신선하며, 횟집이 많이 몰려 있기로 유명하다. 새벽 2시에서 5시경까지 각 항구와 포구에서 들어온 해산물은 광주 시내의 식당으로 운반된다. 광주의 맛이 이곳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통시장의 활기를 느끼면서 광주사투리를 실컷 듣고 싶다면 이곳으로 향해보자. 볼거리도 많고 저렴한 먹거리들을 발견할 수 있으니 걷는 맛이 절로 날 것이다.

시인 곽재구는 ‘사평역에서’라는 시를 남광주역에서 얻었다고 한다. 눈 오는 추운 겨울밤에 막차를 기다리면서, 톱밥 난로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사람들. 사평역은 가공의 공간이다. 하지만 시인이 노래했던 것처럼, 여전히 남광주시장은 사람 사는 맛이 차진 곳이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인심

푸짐한 인심은 새로운 고향에 찾아온 것처럼 느껴진다. 충장로에 인접한 식당에 혼자 들어가 식사를 시켜도 누구 하나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 나온 반찬도 혼자서 다 먹지 못할 만큼 한 상 가득하다. 푸짐한 반찬은 따뜻한 인심으로 이어진다. 길을 물어봐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역까지 가는 길이 어디냐 물으면 두세 사람이 모여 열띤 토론이 이어진다. 결국, 가장 가까운 길을 알려준다. 심지어는 ‘내가 그 방향으로 가니 날 따라오라’고 한다. 적극적인 인심이 여행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더불어 사람이 행복해지는 세상은 서로 돕고 사는 곳이며, 그러한 세상을 위해서는 나부터가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깨달음까지 얻어 간다.